이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에서 복지국가로 가야한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4.01.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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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불안한 대한민국, ‘복지국가-돌봄 민주주의’로 해결해야...

2024년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인들은 희망차기보다는 왠지 불안하다.

노동자 대부분이 비정규직(2022년 37.5%)에서 일하다 보니 직업과 소득이 불안하다. 혹시 내가 직장에서 잘리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나? 나는 이제 빈민층으로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하다. 정규직이나 자영업자들도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부모와 자녀들도 불안하다. 내 자식이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밀리면 좋은 대학에 못 가고, 그러면 취직이 어렵고, 살아가기가 힘들다. 내 자식이 잘돼야 하는 부모로서는 모든 돈을 퍼부어 학원비로 쓰고,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 낸다. 심지어 젊은이들은 결혼도 못 하고 아이도 못 낳는다.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감기 등 간단한 증상이야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만 조금이라도 중한 병에 걸리면 보험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가 엄청나니 실손보험이라도 없으면 단번에 빈곤으로 내몰린다.

우리 시민들은 노후도 불안하다. 공무원, 군인, 교사들은 어느 정도 연금이 보장되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연금이 푼돈이니 생존이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일터로 내몰린다. 그나마 저임금 막일뿐 제대로 된 노인 일자리는 없다. 게다가 중병이라도 걸리면 대책이 없다. 그래서 유럽사람들은 퇴직은 ‘행복 시작’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퇴직은 ‘절망 시작’이다.

요즘은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등 온갖 사기꾼들이 쥐꼬리만 한 내 재산을 노린다. 노인들은 은행예금도 불안하고, 인터넷 뱅킹도 불안하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상담해 주지도 않는다. 자식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애플리케이션 사용법, AI 사용법을 물어보고 싶어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자식들은 친절히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저녁에 좀 쉬고 싶어 TV를 켜면 남과 북이 펑! 펑! 미사일과 대포 쏘는 장면이 나온다. 젊은이들도 불안하겠지만 6.25의 참상을 겪은 노인들은 더 불안하다. 평화통일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서로 원수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 참사가 우리에게도 오지 않을까 불안하다.

기후 위기 자연 재난도 불안하다. 홍수, 토네이도, 태풍, 쓰나미도 겁나고, 이상기후 가뭄, 열대야, 신종바이러스 감염도 무섭다. UN과 환경단체들은 지구가 위험하다고 난리인데 우리 정부는 그래도 오직 성장, 발전만 외친다. 6.25 직후 1인당 국민소득 70 달러에서 지금은 3만 5천 달러가 되었는데도 내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동료 시민들은 사소한 잘못으로 먼지털기식 별건 수사를 당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나도 혹시 괘씸죄에 걸리면 저렇게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산다. 언제부터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권력을 두려워하며 살아가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절차를 갖춘 민주주의 방식의 선거에서 내가 뽑아 놓은 권력이니 원망도 못 한다.

동료 시민들은 이 불안 사회에서 마지막에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한국의 자살률은 수년째 세계에서 1위이다. 국민행복지수도 세계 57위로 꼴찌 급이다. 사회학자들은 지금을 ‘불확실성의 시대’ ‘불안 사회’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불안을 덜어낼 방법은 있다. 불안을 덜어내는 방법은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공산주의도’ 아니다 바로 ‘복지국가-돌봄 민주주의’이다. 시민들의·식·주를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의 건강과 행복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 시민들이 서로서로 돌보고, 그 돌봄의 가치를 공적으로 인정해 주는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미 북유럽의 몇몇 국가들은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런 나라들이 오히려 경제 성장과 사회복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독일도 그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아메리칸드림이 아니라 유러피안드림을 꿈꾸어야 할 때이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세종 시니어세종포럼 회장, 세종주민자치연구회장,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고문,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고문,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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