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만에 성공한 '문화도시 세종', 정체성 구현된다
세번만에 성공한 '문화도시 세종', 정체성 구현된다
  • 이재민
  • 승인 2023.12.29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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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칼럼] 문화도시로 빛이 날 세종시...우여곡절끝에 선정
도시 정체성 확립위한 사업 구상 필요, 세종시발전에 초석돼야...
세종시 한솔동 한글사랑거리의 벤치형 조형물

2023년 마지막 하루, 낭보가 날아들었다. 바로 세종시가 대한민국문화도시에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난 9월 기회발전특구-교육자유특구-도심융합특구-문화특구 등 4대 특구 정책을 통해 지방시대를 꿈꾸고자 했는데, 이 중에서 '문화특구'는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이르며, 12월 마지막 날 7개 권역 13개 도시를 선정하였다.

사실 문화도시는 지금 정부에서 시작한 정책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때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을 기반으로 하며, 지난 정부때 문화도시 24개소를 선정하였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종시도 그간 두 차례에 걸쳐 도전을 했으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만에 선정되었다. 세종시가 지난 시기에 무슨 내용을 어떻게 준비했던 이야기는 다음에 하나씩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 예정이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신 세종시에게 문화도시 준비를 또 한다는 것은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하지만 세종시 문화예술과에서는 문화도시에 관해 강한 의지가 있었고, 세종시문화관광재단에서는 전담직원을 신규채용 하여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여기에 세종시 문화정책 연구를 담당하는 필자가 합류하여 문화도시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TF가 구성되었다.

이같이 TF를 구성하였으니, 본격적인 사업 주제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초기만 하더라도 '정원'도시로 세종시에서는 비전을 구성하여 준비를 하였다. 이후 무더운 여름날 필자가 책임을 맡아 사업계획서 기초자료 작성을 위한 본격적인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고, 비전에 관해 많은 고민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고민한 '정원'도시 또한 훌륭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세종시의 녹지공간이 타 지역의 평균 6.6배로서 물리적 기반은 용이하다고 할 수 있으며, 더욱이 민선4기에서 세종시를 정원도시로 구현하고자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통해 금강 수변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정원으로서 ’국립수목원‘, 민간정원으로서 ’전의면 신방리 목인동(1호)‘과 ’조치원 꽃밭에서(2호)‘가 선정되었다는 점은 정원도시로서 가능성을 더욱 풍부히 해주었다. 여기에 세종시 다정동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미래유산대학원에서는 정원도시 학과를 구성하여 이와 관련한 인력양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었으며, 2022년에는 대한민국 정원박람회를 개최함으로써 시민 인식의 확산을 꾀하기도 하였다.

필자가 연구를 수행할 때에도 '정원도시'라는 키워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숙의하게 하였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많은 전문가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했으나,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세종이 왜 정원이야?‘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뉘앙스를 가지고 필자에게 반문을 하였다. 그래서 필자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정원도시'로 구성되어 있는 원고를 다 갈아 엎기 시작했다. 문화도시 비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세종시 내부의 의견도 중요했지만, 심사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하는 부분이라 이에 관한 고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키워드로 정원도시를 대체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는 중에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예전 한글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뿌리깊은나무>가 방영되고 있었다. 필자가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한글'이 떠올랐던 순간이었다. 단순히 도시 이름이 세종대왕에서 연유하는게, 한글도시로서 문화도시 비전을 가져갈 정도가 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부른 다는 것, 이름으로 부르기의 의미는 매우 크다.

독일의 구조주의 철학자 알튀세는 누군가를 부르고, 누군가가 불려짐으로써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이 만들어진다고 했고, 이를 ‘호명효과’라 하였다. 필자도 지역학 연구를 하면서 세종시의 정체성은 '세종'이라는 명칭이 부여되는 순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 순간을 통해 과거 연기-청원-공주등의 정체성이 세종이라는 정체성으로 구현되기 시작하였다는 생각이다.

'세종'이라고 이름이 부여되는 순간, 이후 세종시는 한글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적 실천을 하였는데, 이는 앞으로의 칼럼에서 지속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세종시민의 입장에서 궁금할 내용들을 알려드리고자 하오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영남대(석사), 국립안동대(박사),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연구교수, 세종시 세종학진흥위원회 위원, 세종시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충북 무형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 콘텐츠문화학회 편집위원장, 이메일 : jaym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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