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백제 꿈꾼 성왕 의지 확인하다
강한 백제 꿈꾼 성왕 의지 확인하다
  • 송두범
  • 승인 2023.12.23 0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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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 무령왕릉 발굴과 상장례 특별전시로 본 1,500년 전 백제
일본산 금송으로 만든 무령왕 목관

475년 고구려 장수왕의 남침으로 개로왕은 죽고 한성이 함락된 후 문주왕(475-477)은 급하게 웅진으로 천도한다. 그러나 문주왕은 피살되고, 삼근왕은 일찍 죽었으며, 동성왕(479-501)은 귀족세력인 백가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왕위에 오른 무령왕은 창고를 열어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휼했고, 제방 등 수리시설을 확대하였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백제가 고구려를 여러 차례 깨뜨리고 다시 강국이 되었음(更爲强國)을 선언했다.

삼국시대 왕릉 중 주인이 알려진 왕릉은 무령왕이 유일하다. 1971년 7월 5일 공주 송산리에서는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5・6호기 배수로 공사를 하는 도중 인부의 삽이 벽돌에 걸렸다. 그는 김영배 국립박물관 공주분관장에게 보고했고, 급보를 받은 당시 김원룡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발굴단은 7일 오전 현장에서 벽돌무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일보 기자가 공주에서 새 백제왕릉발굴이라는 기사를 8일자 1면 톱으로 냄에 따라 기자들과 시민들이 고분 주위에 몰렸다. 8일 오후 위령제를 지내고 무덤방 입구의 벽돌을 빼낸 다음 내부 무덤방으로 들어갔다.

무덤 입구 석수 앞에서 중국의 오수전 엽전꾸러미와 무덤 주인의 지위와 이름을 새긴 지석을 발견했다.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사마왕’은 5~6세기 백제 중흥 군주였던 25대 임금 무령왕(462~523, 재위 501~523)의 생전 이름이고, ‘영동대장군’은 521년 중국 양나라에서 책봉해준 관작이었다.

삼국시대 왕릉급 무덤들 가운데 처음으로 묻힌 제왕의 신원이 확인되고 부장품도 도굴되지 않은 온전한 무덤이 확인된 것이다. 1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무령왕릉은 수습되었다. 무령왕이 세상을 떠난지 1,448년만의 일이다.

2023년 9월 19일부터 2024년 2월 18일까지 국립공주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62세로 돌아가신지 1,500년이 되는 해에 백제 무령왕의 서거에서(525년 5월) 무덤 안치까지(528년 8월) 상장례 과정을 장례주관자인 성왕(523~554년)의 시선을 따라 살펴 볼 수 있는 전시회를 개최하였다. 전시회에서는 무령왕 묘지석과 목관을 비롯한 백제 왕실의 장례문화와 관련된 126건 697건을 선보였으며, 백제 최고의 국가행사 결과로서 남겨진 무령왕릉의 모습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전시는 크게 5부로 구성하였다. 프롤로그 ‘523년 5월, 무령왕이 돌아가시다’에서는 무령왕의 죽음을 묘지석에 남겨진 황제의 죽음을 뜻하는 ‘붕(崩)’자의 의미와 함께 전하며, 1,500년전 무령왕의 장례식을 주관한 성왕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1부 ‘무령왕 시대의 마지막, 왕의 장례를 준비하다’에서는 무령왕의 죽음을 맞이한 성왕이 장례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매지권을 제작하고, 목관을 안치하는 등 성왕이 예와 정성을 다해 새롭고 차별화된 것으로 선왕인 무령왕의 장례를 어떻게 준비했는지를 전한다.

2부 ‘사마왕의 무령왕으로, 태자 명농은 성왕으로’에서는 무령왕의 시신을 생전 모습으로 정성껏 꾸민 다음, 집 모양의 목관에 안치하기까지 과정을 표현하였다. 장례가 진행되면 죽은 왕은 생전 호칭인 사마왕이 아닌 무령왕으로 불리고 성왕은 태자 명농이 아닌 새 왕으로 빈소에서 조문 사절을 맞이했을 것이다.

무령왕릉의 수호신 진묘수(석수)

3부 ‘장례를 마치고, 성왕의 시대가 열리다’에서는 성왕이 빈례를 마치고 성대한 장례행렬을 꾸려 벽돌무덤까지 무령왕의 시신을 옮기고 무덤에 안정하며 제사를 지낸 과정을 보여준다. 무령왕비가 돌아가신 527년 성왕이 창건한 백제 최초의 사찰인 대통사를 왕과 왕비를 위한 추복사찰로 소개한다.

에필로그 ‘더 강한 백제를 이어가다’에서는 성공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왕위를 안정적으로 계승한 성왕의 시대를 담았다.

1971년 졸속으로 발굴된 무령왕릉은 1997년 영구비공개되어 무령왕릉 전시관을 통해서만 볼 수 밖에 없으나, 무령왕의 상장례를 통해 무령왕의 죽음과 장례를 치르면서 강한 백제를 지향하는 성왕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특별전시회였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현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이메일 : songd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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