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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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신갑
  • 승인 2023.12.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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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 겉으로 드러나 있는 피부와 ...

표리부동

 

겉으로 드러나 있는 피부와 그 속을 흐르는 피는 색깔이 같지 않다

흰색이면 누구는 그것이 순수를 의미한다고 하고 누구는 흰색이 주는 이미지를 가장한 검음을 말
하는 것이라 한다

붉은색이면 누구는 불의에 항거하는 정열을 의미한다고 하고 누구는 붉은색이 주는 이미지를 가장한 억누름의 대세라고 한다

 

흰색이 밝음과 맑음과 사랑으로 다가올 때는 그래도 편안히 숨을 쉴 수가 있지만 그것이 공포와 두려움의 악마로 다가올 땐 정말 무섭다

붉은색이 정의에 찬 뜨거움과 반듯한 냄새로 다가올 때는 그래도 한숨을 덜어낼 수가 있지만 그것이 압제의 줄기나 잎사귀로 다가올 땐 정말 질식한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은 무서움과 질식이 언 채로 못 있고 녹기 때문이다

 

검은색이 흰색으로 보이고 악취가 향기로 둔갑해 풍기도록 하는 것에 넘어가서 미혹되었을 때 얻는 깨달음이 언제는 단숨에 나타나기도 하고 언제는 오래 걸려서 나타난다

그렇다 하여도 그것을 잡아 소화하고 흰색이 흰색으로 붉은색이 붉은색으로 흩날리게 하는 데는 제각각이다

 

검은빛이 흰빛으로 비린내가 향내로 요술을 부려 힘 있게 살아서 변덕을 떤다고 하자

결국은 흰빛이 검은빛을 이기고 향내가 비린내를 바꾸고 분연히 몰아내 세상을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바로 잡아 놓는다

말하는 용기와 과단성 있는 글과 올곧은 행동이 비겁을 물리치고 나아감으로써다

 

명백히 겉으로 드러나 있는 피부와 그 속을 흐르는 피는 색깔이 같지 않다

피부는 피부이어야 하고 그 속을 흐르는 피는 피이어야 한다

속이지 말아야 하고 속지 말아야 하고 각성해야 하고 일어서야 한다

거짓은 길 것 같아도 잠깐이다 사실만이 무궁하다 기망이 결코 진실을 영원히 덮지는 못한다 뒷날 작두에 오를 수 있는 행운권을 취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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