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회복대화모임… 또 다른 배움의 기회, 사과와 재발 방지약속가능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세종시교육청 학생화해중재원에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간사 역할을 하면서 여러 학교폭력 사안을 보아왔다.
특히, 지난해 1학기 말 즈음에는 코로나가 끝나고 학교폭력 사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거의 매일 무더위 속에서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에 학생, 학부모, 담임교사,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 등 여러 사람이 심적으로 고생하고, 심의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심의를 통해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피해 학생을 위한 보호 조치를 하지만, 관련 학생들 간의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피‧가해 관련 학생들 모두 학교에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또한 일부 사안은 미성숙한 학생들 간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갈등으로, 법에 따른 처벌보다는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선도나 훈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관련 학생‧학부모뿐만 아니라 담임선생님까지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원을 찾게 되고, 따라서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피해는 다른 학생에게까지 확대되었다.
학교폭력 사안은 초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당사자 간의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증폭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안 발생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여 당사자가 서로 대화할 의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모임을 주선하게 되었다.
우리 학교에는 올해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여러 사안이 있었지만, 심의위원회에 넘겨진 것은 단 한 건이었다. 그것은 올해 초에 일어난 사안으로 피해 관련 학부모가 바로 학교장 면담을 요청하는 바람에 사안의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해결방안을 충분히 모색하여 학교에서 행할 수 있는 조치를 적절히 취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보니 심의위원회에 넘기게 되었다.
그 사안 이후부터는 학교폭력 업무 담당자나 교감이 사안을 충분히 파악한 후, 학교장 면담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였고, 교육청에서 안내한 관계회복대화모임을 학부모의 형편 등을 고려하여 수정‧보완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학생화해중재원에서는 ‘예비대화모임’과 ‘본대화모임’으로 나누어 진행하도록 권했으나, 학부모의 바쁜 일상생활로 인해 장기간의 대화모임에는 참석이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미리 어느 정도 의견이 수렴되었으면 한 번의 대화로, 의견을 좀 더 수렴‧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예비 및 본 대화 모임을 순차적으로 진행하여 하루에 사안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관계회복대화모임을 신청한 모든 사안에 대하여 가해 관련 학생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통하여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한편, 선생님들께서는 학급 내에서 일어난 사안의 경우, 담임으로서 중간적인 견해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으로, 서로 다른 학급에 속한 학생들 간의 사안일 경우, 두 학급에 속한 학부모들 사이에서 담임선생님이 처신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교감이 중립적으로 개입함으로써 대화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로써 학교폭력과 관련한 선생님들의 업무 부담과 피로를 줄여주어 학생들의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관계회복대화모임은 단순히 학생이나 학부모의 갈등을 해결하는 차원으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배움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어느 사회이든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자녀가 하나뿐인 가정이 많다 보니 가정에서 형제간에 갈등을 겪어보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처음으로 갈등을 겪게 되고, 이 갈등이 낯설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모임을 주선하면서 학생이 자기 생각을 명확히 이야기하고, 사람들 간에 갈등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잘잘못을 밝혀서 자기의 잘못된 행동으로 상대가 불편하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솔직히 사과하여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을 보며 학교폭력에서 또 다른 학습 기회를 발견하게 되었고, 교원으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학교 대부분 학부모의 의식 수준이 높아서 자기 자녀의 잘못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자녀를 잘 교육하겠다는 말을 아이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사례가 많았다. 우리 학생들은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서로 배려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역량을 제대로 배울 것이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