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천(濟民川)박물관’ 설립,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제민천(濟民川)박물관’ 설립,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 송두범
  • 승인 2023.11.3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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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 칼럼] 공주시민 삶 속에 자리잡은 물길, 곳곳이 역사 흔적
제민천교 영세비 등 공주 원도심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가 있는 곳
공주시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사진=공주시)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을 가진 제민천(濟民川)은 금학동 주미산에서 발원하여 공주 원도심 남북을 가로질러 금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길이 4.2㎞에 불과한 작은 하천임에도 불구하고 하천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백제시대는 왕도를 형성하였다.

공주목관아, 충청감영, 객사 등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주요관청들과 공주교육대학교 등 학교, 옛 공주읍사무소, 공주우체국 등 근대건축물들도 제민천 주변에 입지하였고, 상수도 역시 제민천 상류의 수원지를 활용할 정도로 제민천은 공주시민들의 삶 속에 자리잡은 물길이었다.

공주원도심의 역사는 제민천에 대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다. 현재 공산성 금서루 입구 비석군에는 제민천교영세비(濟民川橋永世碑)가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제민천이 대홍수로 범람하고 제민천교가 붕괴되자 이를 재건립한 사실을 기리는 비석이다.

1817년 홍수로 다리와 둑이 무너져 백성들이 그 수리를 하고자 하였으나, 비용이 막대하여 이를 백성에게 거둘 수 없었기 때문에 비변사에 보고하여 충청수영의 군자미, 부여・연기의 공전과 자체 자금을 합하여 사업자금을 마련하여 1818년 4월에 공사를 모두 완료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업자금의 조달방법은 물론 중수에 공이 있는 관리와 자금을 지원한 강신환 등 일반백성 10여 명의 이름도 적었다.

조선시대 봉황산 아래 자리 잡은 충청감영도 장마 시기 침수로 봉황산으로 더 인접하여 이전했다는 사실은 공주 원도심의 역사는 끊임없는 치수의 역사였음을 말해준다.

제민천교 영세비

일제강점기 발행 지도에는 현재의 공주우체국에서부터 금강합수부까지는 저습지로 형성되어 있다. 공주대학교 지리교육과 박지훈 교수는 제민천의 물과 금강에서 역류한 물이 만나는 지점이 우체국과 교촌교 부근이라는 것을 제민천 토양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다.

1918년 공주시가지 정비계획에 의해 산성시장이 만들어지고, 시장이 점차 발전하여 여러 개의 상점들이 들어서자 공주 군수 김갑순의 투자로 이 저습지는 매립되어 미나리꽝을 거쳐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다.

현 교촌교에서 금강 합류지점인 금강교 사이는 적어도 6-8m의 복토와 시가지의 확장사업을 통해 오늘과 같이 평탄한 시가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제민천은 2009년부터 생태하천 조성사업 착수하여 뚝방상가 철거, 징검다리형 여울, 벽화, 조형물, 둔치보행로, 수변공원・친수스탠드 등 친수시설, 교량 재가설, 천변도로 개설 등의 사업을 추진하여 2023년 말에 완공할 예정이다.

주미산 최상류에는 현재 공주산림휴양림마을이 위치해 있고 그 아래에는 수원지, 공주치유의 숲, 공주환경성건강센터, 비오톱 등을 포함한 금학생태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제민천에는 하류에서부터 금성고~왕릉교~웅진교~금성교~산성교~산성2교~교촌교~봉산교~반죽교~대통교~중동교~제민천교~봉황교~선화교~데크교량~무안교~금학교~금학동사무소 등 18개의 교량이 설치되어 있다. 이름 없는 교량까지 합하면 더 많은 수가 있다.

제민천 교량 하나 하나 마다 역사를 품고 있다. 특히 498년 동성왕 20년에 웅진교를 가설했는데 아마 현재의 대통교일 것으로 추측하며, 순조 17년에 제민천교가 건설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공주의 역사와 함께한 공주인들의 삶 속에 있던 물길 제민천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공주원도심을 논할 수 없다. 선사시대 이래 백제왕도를 거치면서 제민천의 역사가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왔지만, 제민천에 대한 역사와 정보는 제한적이고 공주 어디에서도 쉬이 들을 수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제민천박물관 건립을 위한 조사연구를 시작하여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제민천박물관’을 설립함으로써 공주 원도심 주민들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었으면 한다. 제민천과 함께했고 제민천과 함께 사라진 공주 원도심의 역사까지 발굴하여 제민천이 바라보이는 그 어디에 ‘제민천박물관’을 건립하여 공주 원도심의 정체성을 찾아주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현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이메일 : songd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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