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귀빠진 날 미역국을 먹을까?
왜 귀빠진 날 미역국을 먹을까?
  • 조병무
  • 승인 2023.11.27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병무칼럼] 고래 뱃속 가득찬 미역, 나쁜 피 걸러내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출산 후 먹는 음식에 미역국 들어있지 않아...

우리는 흔히 생일을 ‘귀빠진 날’이라고 한다. 이는 자연분만의 경우 태아가 머리부터 나와야 순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귀가 빠져나오면 가장 위험한 순간을 무사히 넘긴 경우로 이어 나오는 몸통과 다리는 순조롭게 나온다. 그래서 생일을 이출일(耳出日)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하게 산후와 귀빠진 날 미역국을 먹을까? 산후(産後)음식으로 미역(海帶, 海菜, 粉藿)국은 혼탁해진 피가 맑아지게 한다는 효과가 있어 먹는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조선 후기실학자 이규경(李圭景)이 조선과 청나라의 여러 책의 내용을 정리하여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기원을 알 수가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는데 새끼를 갓 낳은 고래가 물을 들이 삼킬 때 뱃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배 안에는 미역이 가득 들어 있었다. 그런데 고래의 오장 육부엔 나쁜 피가 잔뜩 몰려있었는데 미역이 나쁜 피를 정화 시켜 물로 바꾸어 배에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때 미역이 산후 임산부에게 보약이 되는 것임을 알고 고래뱃속에서 빠져나온 후 이를 세상에 알리면서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것이 우리나라의 풍속이 됐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 ‘임산예지법(臨産豫知法)’에도 왕실에서 출산을 할 때도 반드시 미역국을 먹는다고 했으니 산해진미(山海珍味)가 가득한 왕궁에서도 미역국을 먹었음은 반드시 영양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미역의 요도 성분이 혈액 보충에 도움이 되고, 혈액을 맑게 해주며, 모유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을 체험으로 알았던 것 같다.

그러면 다른 나라들의 산모들의 산후음식은 무엇일까?

중국에서는 산모들이 출산 직후 술을 마신다는 속설 있는데 이는 사실로 체온유지와 혈액순환의 촉진을 위해서 술을 끓여 알코올을 날린 후 마셨다고 한다. 최근엔 혈액순환과 노폐물 배출을 위해 포도주를 끼니마다 마신다고 한다.

명나라 때의 의학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닭죽과 닭고기를 먹는다고 했는데 출산으로 빠져나간 양기를 닭고기로 보충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아마 대국으로 지칭하는 중국은 지역마다 민족마다 차이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일본의 경우에는 즈이키라고 토란 줄기를 먹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전통이고 주로 서민층에 널리 퍼졌던 산후음식으로 전해진다. 베트남의 경우는 돼지족발을 먹는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나라 산모들이 모유 수유를 위해 돼지 족탕을 먹었던 것과 비슷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산후음식이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는데, 옛날 유럽은 목축지역이었다. 우유와 치즈, 버터가 풍부해서, 평소 이런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서 별도로 산후조리 음식이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이유를 알아보면 첫째, 우리나라의 옛 삼신상 풍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신상이란 아기를 점지해서 돌까지 잘 성장하게 도와준 삼신할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삼신할머니에게 올리는 음식상을 말한다.

삼신상에서 삼신은 포태신을 말하며,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 육아를 관장하는 가신(家神)을 뜻한다. 삼신상에 올리는 음식상은 보통 미역국과 밥을 3그릇씩 차리게 되며, 앞줄에는 밥, 뒷줄에는 미역국, 물을 배치하여서, 21일 동안 미역을 바치게 된다.

이처럼 건강과 행복을 위해 삼신할머니에게 바치던 삼신상 풍습에서 유래하여 오늘날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일에 미역국을 먹게 된 것이라 전해진다.

둘째,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밥 대신 삼채 [①뿌리채소(숙주, 도라지, 콩나물)-과거 조상을 의미, ②줄기채소(고사리)-현재를 의미, ③잎채소(시금치)-미래 자손을 의미]를 차리고, 미역국을 먹는다고 한다. 어쩌면 삼신상의 맥을 잇고, 건강도 챙기고, 알 수 없는 인간의 미래운명에 대해 안정감을 얻으려는 기복의 마음에서 생겨난 것 같다.

끝으로 산고의 고통 속에 우리를 낳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기억하며, 존경하는 마음을 표하기 위해 미역국을 끓여 먹는다고 하겠다. 해외에서 맞는 손녀의 생일을 위해 미역을 보내며 생일날 왜 미역국을 먹는가를 음미해 보았다.

조병무, 경영학박사, 경영지도사, 한남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혁신창업개발원장, 전국소상공인협업화 컨설팅지원단장,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전문위원, 대전 충남 사회성향상 교육위원회장 <저서> 허리를 굽혀야 돈을 번다, 돈버는 길목은 따로 있다. e-mail : dr1133@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