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어내기로 타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이야기 재현한 빛의 전시
김준기 작가는 현대인들의 불안하고 공허한 심리와 과잉으로 치닫는 욕망의 덧없음, 그 찰나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긁어내기 기법을 이용해 ‘빛 그림’으로 풀어냈다.
<타자의 풍경> 시리즈 작업은 심리적 풍경에서 출발해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풍경속에서 대상화되고 물화된 나를 발견하는 작업이다.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온 풍경을 거울의 이면에 새기고, 그 새겨 벗겨진 흔적 사이로 투과된 수십만 개의 작은 빛들이 만들어낸 자연의 이미지이다. 찰나적이고 지속적인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자들의 삶에 대한 욕망의 이기를 반추하고, 자연스러운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사유의 과정을 풍경의 한 장면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성찰하는 동양적인 작업이다.
작가는 20년 전부터 거울을 이용해 회화,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처음에는 거울을 자르고 붙이는 것에서 시작, 거울을 직접 만들어보기도 하고, 거울과 유리 사이에 그림을 그려 넣어 접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과정에서 깨지기 쉽고, 모든 것이 반영되는 거울이 가진 물성의 한계를 극복함과 동시에 일상에서 경험한 작가의 삶과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의 ’빛 그림‘에 이르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타자의 풍경> 시리즈 역시 거울의 뒷면에 전동 드릴을 이용하여 한점 한점 긁어내고 새긴 수많은 점으로 1차적인 형상을 만들고, 그 벗겨진 흔적 사이로 주백색, 전구색, RGB LED 빛을 혼합해서 투과시켜 수백만 개의 작은 빛들이 모여 작가만의 독특한 ’빛 그림‘을 만들어냈다.
김준기 작가의 12번째 개인전 <타자의 풍경>26일까지 비오케이아트센터에서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