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유산, 함부로 없애지 말자"
"지역 문화유산, 함부로 없애지 말자"
  • 이재민
  • 승인 2023.11.17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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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칼럼]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베테랑’과 같은 존중, 배려 필요
조치원 명물 권투체육관, 건축법 위반으로 철거, 이게 맞는 말일까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세종시 조치원 권투체육관이 인근 교동아파트 공사로 피해를 입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체육관 실내 모습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세종시 조치원 권투체육관 모습

2023년 KBO리그가 LG트윈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과거 신바람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을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우승으로, 역대 두 번째로 우승을 가장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LG트윈스가 우승을 하였다.

다양한 우승 원동력에 관한 이야기가 있겠지만, 올해 LG트윈스는 팀 융합적인 측면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몇몇 베테랑 선수의 역할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들의 헌신과 희생, 리더십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고 본다.

얼마 전 세종시 조치원에 있는 권투체육관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체육관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 수년 전부터 오갔던 이야기다. 많은 사람이 알다시피 권투체육관은 6·25전쟁 미군의 보급창고로 사용되다, 1975년 권투체육관으로 개관하였으며, 이후 많은 챔피언을 배출하였다.

무엇보다도 2000년 영화 반칙왕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후 40여 편의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장소로 이용되어 많은 사람에게 기쁨과 슬픔 등을 전하였다. 더욱이 단층이면서 철판으로 이루어진 돔 양식은 국내 유일 형태로,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건물이 건축법 제14조 건축 신고규정을 위반했고, 주변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훼손의 가능성 때문에 ‘철거’하라는 것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권투체육관의 철거 소식은 필자로 하여금 ‘일제 잔재’ 연구와 ‘문학’과 관련한 연구를 떠오르게 하였다. 일제 잔재 연구를 수행하면서 현장조사를 통해 지금의 충령탑 앞 일제강점기에 축조한 적산가옥 1기를 발견하였다. 주민 구술을 통해 이 가옥은 식산 은행 직원 관사로 쓰였다는 이야기 또는 조치원역 직원 관사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가옥이 어떻게 쓰였냐가 중요하기보다는, 이 관사의 존재 양상을 살핀 연구라 그 자체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었다. 하지만 조치원 PAL문화유산센터의 직원으로부터 이 공간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매우 안타까웠다. 결국 이 공간은 허물어져 사라졌고, 보고서에서의 사진만 현재 남아있다.

다음은 문학 관련 연구를 진행할 때이다. 세종시 조치원은 문학 이야기를 품고 있다. 조치원 지역을 근간으로 하는 《백수문학》은 1955년 동인회를 창립하고, 이듬해 계간지를 발간하였다. 2022년 동인지 100집을 발간할 정도로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현재에도 《세종문학》, 《세종마루시낭독회》, 《세종시인협회》 등 많은 문학 동인이 구성되어 신도시와 조치원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백용운 작가의 작업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백용운 작가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가장 오랜 기간 백수문학 회장을 맡았으며, 그의 작품은 소시민 관점에서 당대의 사회사를 노래했던 것으로 평가받았다.

2022년 초기에는 그의 작업실을 확인했었는데, 무더운 여름날에 찾아가니 흔적도 없이 작업실이 사라졌으며, 그 공간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너무 놀란 마음에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보니, 주인이 헐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세종시는 도시 출범 이후 다양한 문화적 자원들을 시 단위 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도시의 문화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지정’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도 추가적인 유산을 지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예정되어 있다. 다만 LG트윈스가 우승한 것과 같이 몇몇 베테랑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필요해 보인다. 세종시 문화유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지정 유산도 마땅히 필요하지만, 기존 지역이 품고 있는 유산에 관한 보존에 관한 이해와 논의와 필요하다. 기존의 지역 문화유산이 LG트윈스의 ‘베테랑’의 역할을 한다면 우리의 지역은 더욱 특수성에 기반한 풍성한 이야기가 있는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영남대(석사), 국립안동대(박사),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연구교수, 세종시 세종학진흥위원회 위원, 세종시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충북 무형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 콘텐츠문화학회 편집위원장, 이메일 : jaym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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