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균형적인 시각으로 정체성 고민해야 한다"
"세종시, 균형적인 시각으로 정체성 고민해야 한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10.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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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칼럼] ‘세종’이라 부르는 것의 의미, "정체성 구현 위해 지속적 논의 있어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부근 모습

야 거기서! 경찰관이 어느 범인을 뒤쫓으면서 부른다. 불림을 당하는 범인은 경찰관이 부르는 행위를 통해 ‘범인’이라는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독일의 구조주의 철학자 알튀세르가 얘기했던 ‘호명’ 이론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름으로써, 그 누군가는 불리게 되고, 자신만의 이데올로기적 정체성이 구현된다는 것이다.

2012년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시가 탄생했다. 그간 도시라고 하면 과거 전통사회에서부터 전승된 우리의 삶터로서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며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특히 한국 사회는 현대사의 굴곡을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저마다의 특색을 반영하게 되었는데, 산업화라는 흐름과 함께하면서, 도시와 농촌이라는 물리적인 형태가 분명하게 나타나게 되었다. 도시의 이름 또한 과거 삶의 흔적에서부터 유래하여, 흘러오다가 행정적인 전략에 의해 바뀌곤 했다.

하지만 2012년 탄생한 도시는 그 결이 매우 다르다. 산업화 이후 지속되었던 포스트모더니즘은 도시 중에서도 수도권, 즉 서울·경기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과밀화 현상을 초래하였다.

그 결과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거주하게 된 기이한 지역별 인구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고자 2000년대 초반 정부에서는 새로운 도시를 충청권 지역에 만들고자 하였고,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시는 행정복합도시의 줄임말인 ‘행복도시’로 불리다가, 국민공모를 통해 ‘세종’으로 불리었다. 당시 제안서에 채택된 장효정(청주, 당시 22세)씨는 새로운 세종시와 세종대왕 이미지가 유사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를 지리적 특성·역사성·상징성·대중성·국제성·도시특성 등의 기준으로 바라보았다.

이처럼 이 지역이 세종으로 선정된 이후 몇몇 언론에서는 정부가 졸속 작명을 했느니, 전문가 의견을 구하지 않았느니 등의 이유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어쨌든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국가균형 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신생도시가 출범되었으며, 그 이름이 ‘세종’으로 정해졌다. 우리나라도 이제 베트남의 호찌민, 미국의 워싱턴과 같이 위인의 이름을 차용한 도시가 출범된 것이다.

과거 연기군을 중심으로 공주시·청원군의 일부가 이제는 세종으로 불리게 되었으며, 이는 연기군민·공주시민·청원군민이 세종시민이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세종’이라는 이 이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불릴 것이고, 이제는 세종에서 태어난 아이들, 즉 ‘세종사람’이 사회에 발을 디딜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도시 지명의 부여는 이 지명이 가지는 정체성을 새롭게 가꾸어 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사적인 흔적을 무시하자는 의견은 더욱 아니다.

세종시는 다른 도시와의 결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정체성 구현을 위해서는 과거·현재·미래 등 시간적 관점에서의 균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구현될 세종시의 정체성에 관해 지속적인 소통과 논의과정을 기대해본다.

이재민,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영남대(석사), 국립안동대(박사),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연구교수, 세종시 세종학진흥위원회 위원, 세종시 도서관정보서비스위원회 위원, 충북 무형문화재 위원회 전문위원, 콘텐츠문화학회 편집위원장, 이메일 : jaymi@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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