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문화재 '야행', 아카이브가 만들었다
공주 문화재 '야행', 아카이브가 만들었다
  • 송두범
  • 승인 2023.09.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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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범칼럼] 공주문화재 야행과 아카이브(archive)의 힘
1926년 공주시가도 근거로 숨겨진 이야기 발굴 프로그램
9월 8일부터 3일간 열리는 공주 문화재 야행은 1926년 일제강점기 공주시가도를 참고해서 만들어낸 축제다. 사진은 당시 시가도 

공주의 9월과 10월은 도시 전체가 밤낮없이 들썩들썩한다.

9월 23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는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밤마실 야시장’, 9월 8일부터 10일까지 원도심 일원에서는 ‘2023 공주문화재 야행’, 9월 23일부터 10월 9일까지는 ‘대백제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문화예술 행사가 원도심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다.

공주의 문화재 야행은 2017년 ‘세계유산 도시 공주 야행, 흥미진진한 또 다른 공주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처음 개최한 이래, 코로나 19가 창궐하는 시기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여 올해는 7번째를 맞이하며 ‘미드나잇 인 공주, 1926’이라는 주제로 공주 원도심에서 개최한다.

공주문화재 야행은 공주 원도심 제민천 일대 근대문화재인 옛 공주읍사무소, 공주기독교박물관, 충청감영 포정사문루, 대통사지를 비롯하여 중동성당, 옛 선교사가옥, 하숙마을, 3.1중앙공원,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8가지 테마인 야경(夜景), 야사(夜史), 야로(夜路), 야설(夜設), 야화(夜畵), 야식(夜食), 야시(夜市), 야숙(夜宿)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 야행 주제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에 제작한 공주원도심 지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 1926년 공주시가도에 기록되어 있는 수많은 공간 속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보고, 당시 공주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내 근대문화재가 지닌 역사・학술・경관적인 가치와 더불어 충청도 중심도시였던 공주의 의미를 조명해보고자 하는 것이 야행의 취지이다.

과연 1926년 공주시가도에는 어떤 공간들이 표시되어 있길래 이 공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야행으로 풀어내려 하는가?

잘 아시는 것처럼, 공주는 백제왕도일 뿐 아니라 1603년에 충청감영을 설치하여 1932년 대전으로 충남도청이 이전하기까지 330년간 충청도의 행정중심지로 수많은 역사문화자산을 축적한 도시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선화당과 포정사, 공주객사와 같은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헐어서 이전하거나 멸실하였고, 근대건축물 역시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많이 사라져 공주원도심은 1926년 일제가 제작한 공주시가도를 통해 도시구조를 유추해 볼 수 밖에 없다.

다행히도 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에서는 1926년 공주시가도에 담긴 141개 공간에 대해 자료조사를 한 결과 지도 속에 표기된 기관, 상점, 저택, 포목점, 요리점, 여관 등 101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101개 공간으로 만나는 공주근대사>라는 책으로 발간했다.

공주문화원에서도 <근현대 공주, 그 터의 내력>을 발간하여 약 100년 전의 원도심 공간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때문에 야행 속에서 숨겨진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공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강점이 있다면, 지역대학과 자치단체가 협력하여 ‘공주학연구원’을 운영하고, 향토문화의 산실인 ‘공주문화원’에서 역사문화자산에 대한 광범위한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주와 같은 규모의 도시에서 이 정도의 아카이브를 구축한 도시는 없을 것이라 자부한다. 아카이브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공주문화재 야행 컨텐츠는 장래에도 풍성해질 것이다. 미리 준비한 아카이브의 힘인 것이다.

송두범, 행정학박사. 현 공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전)충남연구원 연구실장, 전)세종문화원부원장, 전)세종시 안전도시위원장,이메일 : songd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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