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벌초
  • 강신갑
  • 승인 2013.08.2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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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시인 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벌초 올 때 분무용 모기약과 ...

 

 

    벌초
 

    벌초 올 때 분무용 모기약과 백반을 가져왔다.
    갑자기 달려든 벌에 쏘여 정신 아찔했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독사에 놀랐었기 때문이다.
    우거진 숲에 길이 나고 
    말벌과 살무사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날씨가 사늘해지는 추석 가까이 벌초일을 잡는다. 

    산소를 깎을 땐 막대기로 여기저기 두드려보아 
    벌 날면 모기약 뿜으며 줄행랑치고 
    뱀 나타나면 양말 속의 백반을 믿으며 피신한다.
    낫으로 잔디를 베기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수월하게 예초기를 쓰지만 사고를 당할 뻔한 뒤로는 
    여간 조심하지 않는다. 

    짐 풀어 약식 향사 드리고 벌초를 시작했다. 
    눈뜨지 못할 정도로 땀이 쏟아진다. 
    무사히 마치고 나니 힘없고 탈진한 느낌이다. 
    해도 어느새 기울고 있다. 
    절 올리고 깔끔해진 산소를 둘러보았다.  

    이윽고 하산하는데 
    누가 어깨를 당기는 것 같아 돌아보니 
    섬뜩하고 오스스한 환영이 엄습한다.
    벌과 뱀 그리고 예초기가 뇌리를 스친다.
    이승에서 못 이룬 효 저승에선 다해야지.
    무거운 발걸음 서둘러 좨친다.

 

[시작노트]
늘 그 자리 상서로운 산
풀도 나무도 짙습니다.
반환점에 어리는 왕부모님, 부모님
선산에 정중한 바람이 붑니다.
언제나 품어주는 곳, 고향 선영
경건도 자애도 깊습니다.
벌초 시 사고 예방은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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