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의 손길 필요한 학생들에게 스스로 행동 변화하도록 도와줘야
학생-교사간 신뢰 관계 형성으로 결국 공동체 전체 신뢰 관계 구축
발령 전, 나는 소대장으로 2년 넘게 근무했다. 전역 후 1달 만에 발령받은 나는 누가 봐도 군인 티를 벗지 못한 교사였다.
학생들은 머리가 짧고 키가 큰 나를 보고 ‘저 선생님은 무섭다’라는 선입견을 품었고 내가 발령받은 고운중학교에는 꼭 필요한 이미지라는 착각에 빠져 엄격한 교사로 첫해를 보냈다.
“선생님 앞에서는 애들이 말을 잘 듣는 척하지만 뒤돌아서면 아니다.”라는 말은 항상 들렸다. 착각에 빠져있던 나는 내가 더 열심히 생활지도를 하고 신경 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엄격한 학생 지도를 계속했다.
이틀 후, 이번에는 후배들과의 다른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교내봉사라는 조치와 훈계는 학생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나는 기존의 생활지도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고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생활교육과 비폭력 대화를 시작했다. 학생이 처음에는 어색해하였지만, 자기 행동의 이유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
가정의 상처로 인해 가출하고 밖에서 비행하다 보니 일탈행동을 배웠고 익숙해진 것이었다. 즉 모든 행동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때마침 교육적으로 접근하여 학생의 내적 변화를 유도하고 자발적 행동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세종시 교육청의 ‘관계 중심 생활교육’ 사업을 신청했다.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 형성을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체적인 활동과 운동 관련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함께하였고 서서히 신뢰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신뢰 관계가 형성된 학생과 다른 관계 형성이 필요한 학생들까지 관계 중심 생활교육의 회복적 접근 프로그램을 확장하여 적용하기 시작했다. 좋은 관계로 회복된 학생들은 다른 친구들에게도 선한 영향력을 끼쳤다.
문제 행동을 일삼던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학교의 긍정적인 신뢰 관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내면과 행동을 변화시키다 보니 많았던 교권 침해, 선도위원회,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내면과 행동의 변화를 이루어낸 학생들을 보고 신뢰 관계 밖에 있던 학생들이 용기를 내 관계 안으로 들어오려 하였고 그 학생들과도 신뢰 관계가 구축되자 고운중학교 학생들과 교사들로부터 ‘일진 없는 학교’, ‘계속 근무하고 싶은 학교’, ‘행복한 학교’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보면서 학생들의 내적인 힘은 상상을 초월하며 항상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기에 회복적 접근으로 스스로 행동 변화를 이루어내도록 도와준다면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확장되어 결국 공동체 전체의 신뢰 관계 구축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한번 구축된 신뢰 관계는 깨지기 힘들며 다른 관계들과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학교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가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지금 내면의 손길을 뻗고 있는 학생이 보인다면 즉시 다가가서 잡아주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