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장 불명예 퇴진 눈 앞, 무거운 분위기 속 정상근무
행복청장 불명예 퇴진 눈 앞, 무거운 분위기 속 정상근무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8.01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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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 대통령에 청장 해임 건의 후 행복청, "책임 인정하지만 해임은 가혹"
해임 또는 사임할 경우, 6번째 단명 행복청장 기록, 향후 정치권 도전은 미지수
이상래 행복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5월 언론 브리핑에서 이상래 행복청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상래 행정중심도시건설청장이 중도 사퇴하는 최초의 행복청장이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중도사퇴 불명예 첫 청장이 될 가능성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차관급인 이상래 행복청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대통령을 건의했기때문에 총리의 재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뒤집어보면 해임을 불가피할 것 같다.

어수선한 가운데 1일 오전 행복청을 찾았다.

이날 이상래 청장의 근황을 물었다. 최병성 대변인은 “할 말이 없다”면서 대답하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검찰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뭐라 할말이 없을 정도로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라고 했다.

행복청 입장에선 국무총리의 청장 해임 건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최 대변인은 “물론 많은 인원이 사망하고 공사현장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임건의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주 국무조정실 감찰 결과 발표가 나온 지 사흘 만에 행복청 최고 책임자에게 주어진 정치적 ‘해임’은 가혹하다는 의미다.

이상래 청장은 지난 31일 간부회의 등 정상적인 업무를 보았고, 1일에도 출근해 ‘국무총리 해임건의’에 대해 언급 없이 근무중이다. 간부직원들은 휴가도 포기하고 출근해 검찰 조사에 준비하는 모습이다. 많은 직원들이 검찰 수사대상이다 보니 사무실을 돌아보면 썰렁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마침 이날 오전부터 청주지검이 미호천교 제방 조성의 시공·감리를 맡았던 건설업체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상래 청장의 관리 감독책임에 초점을 맞춘 듯한 수사라는 분위기이다.

제방공사를 허술하게 만들어 결국 제방붕괴가 참사를 초래했다는 의혹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총리 해임건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검찰이 직접 움직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반응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상래 행복청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건의한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에만 그치지 말라”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이번 폭우 참사에 겨우 나서서 한다는 조치가 꼬리 자르기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0·29 이태원 참사 때 한 총리는 무엇을 했는가? 이상민 장관은 윤 대통령이 아끼는 후배라 해임을 건의하지 못한 것인가”라며 “윤핵관 실세 국무위원 눈치를 살펴가며 의전총리를 하시니 행복하신가”라고 꼬집었다.

사실 행복청 직원들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펼쳐 왔다. 미호강 홍수경보 후 새벽 시간대별로 112 신고와 충북도, 청주시 등에 전화로 연락한 시간대를 내보이며 나름 비상사태에 대비했던 과정을 설명해 왔었다. 언론에 서운함도 내비쳤다. 객관적인 자료를 주어도 ‘의혹’에 ‘의혹’을 내놓는 기자들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이상래 행복청장은 지난 5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 확정은 실질적 행정수도로 더 업그레이드 하겠다”면서 “중앙정부의 행정·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고 법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고 나름대로 행정수도의 미래발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제 그 비전은 불명예 퇴진으로 마무리 될 것 같다.

이청장은 당시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설 질문에 대해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인데... 선거 때 꼭 제가 필요하다면 감수할 수는 있겠으나,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정치권 도전엔 선을 그은 바있다.

그러나 역대 행복청장들의 정치권 도전은 많았다. 초대 행복청장 이춘희와 5대 행복청장 최민호는 세종특별자치시장에 당선되었으며 6대 청장 송기섭과 7대 청장 이재홍은 퇴임 후 충북 진천군수와 경기 파주시장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13번째 청장으로 취임한 이상래 청장이 자의든 타의든 그만두게 되면 1년 2개월 정도 근무하게 된다. 6번째로 단명한 청장이 된다. 과거 5대 최민호 청장이 가장 짧은 6개월, 7대 이재홍 청장은 7개월, 6대 송기섭 청장은 11개월, 초대 청장 이춘희 11개월, 10대 김진숙 청장 12개월 순이다.

이상래 청장은 1964년 충남 논산 출신으로 대전대신고교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이재선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지난 2021년 제20대 대선 때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조정실장과 지난 2022년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을 지낸 정치권 출신 행복청장으로 관심을 끌어 왔다.

그러나 오송 참사 여파로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면 향후 정치적 진로에는 일정정도 오점을 남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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