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7년 거주 가네코 후미코, 문경에서는 대대적인 추도 행사
세종 7년 거주 가네코 후미코, 문경에서는 대대적인 추도 행사
  • 김강우 기자
  • 승인 2023.07.24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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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북 문경 묘소와 일본 야마나시현에서 같은 추도식 각각 열려
세종 부강에서 7년 거주, 만세운동 영향 받은 일본인 한국독립운동가
일본서 영화·국내서 뮤지컬 제작중... 세종시, 100주년 사업 참여 필요
경북 문경지역 기관장과 보훈단체장들이 23일 가네코 후미코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경북 문경지역 기관장과 지방의원, 보훈단체장 등이 23일 오전 봉행된 가네코 후미코 여사 97주년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세종시 부강에서 일제 강점기 7년간 어린시절을 보냈던 독립운동가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여사의 97주년 추도식이 지난 23일 경북 문경시 마성면 박열의사기념관 묘소에서 열렸다.

매년 박열의사기념사업회와 일본 야마나시현(山梨県)에서는 같은 시간 같은 추도식을 각각 열고 있다. 그러나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독립정신이 깃든 세종시에는 아무런 행사도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박열의사기념사업회(이사장 박인원)는 지난 23일 문경시 마성면에 있는 박열의사기념관에서 독립운동가 박열 의사의 동지이자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를 기리기 위해 ‘가네코 후미코 97주기 추도식’을 봉행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신현국 문경시장, 황재용 문경시의회 의장, 박영서 경북도의회 부의장, 이용수 경북북부보훈지청장, 국민문화연구소, 원심창기념사업회, 문경지역 재향군인회와 보훈단체, 시민 등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가네코 후미코 여사가 어린시절을 보냈던 세종시에서는 이규상 전 부강면장, 백원기 홍판서댁 대표, 세종FM 김동수 대표, 세종의소리 기자 등 4명만이 참석했다.

추도식 현장에는 문경시장과 문경지역 보훈단체 등 많은 기관의 추모 조화들이 여사의 묘소 주변에 세워져 추모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으나 세종시 관련기관의 조화는 단 하나도 없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가네코 후미코가 일본에 돌아가 살았던 일본 야마나시현에서도 추모비 앞에서 일본 가네코 후미코 연구회 주관으로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세종시와 가네코 후미코는 깊은 관련이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190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태어나 힘겨운 어린 시절을 보낸 뒤 1912년 충북 청원군 부용면 부강리에 살던 고모부 이와시타 케이세이치로(岩下敬三郎) 집인 세종 부강면 부용리 358에서 약 7년간 거주했다.

1912년 부강공립심상소학교에 입학해 1918년 졸업했다.

가네코 후미코 묘소 주변에 문경지역 기관과 단체가 보낸 조화가 놓여 있다.

그는 어려운 어린시절 조선에서의 삶을 통해 핍박받는 조선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다고 한다. 재판 과정에서 “조선들의 독립소요 광경을 목격한 다음 나 자신도 권력에 대한 반역적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면서, 부강지역 3·1만세운동을 목격하고 난 뒤 조선인의 강렬한 독립 의지에 대한 느낌을 자서전에서 밝혔다.

그는 부강역에서 열린 3월 30일 만세운동을 목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후 39일간 세종 각지 8개 면 1개 읍 일대에서 벌어진 만세시위를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는 후지산과 비슷하다는 부용산에서 횃불 만세시위를 보면서 조선 독립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을 것이라고 참석자는 전했다.

일본으로 돌아가 1922년 박열을 만나 뜻을 함께하여 흑도회, 흑우회, 불령사 등의 단체에 가입하고 반제국주의 신문을 발행하면서 일왕 부자를 암살하려 한 대역죄 명목으로 1926년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 후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7월 23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박열과 함께 반제국주의 투쟁을 벌인 가네코 후미코의 공훈을 인정, 2018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서훈했다. 박열 의사와 함께 펼친 자유와 평등 그리고 조선독립을 향한 여사의 헌신에 대한 감사함을 우리 정부가 인정했다. 

지난 5월 국가보훈부는 5월의 독립운동가로 가네코 후미코와 후세다 쓰지를 선정했다. 후세다 쓰지는 일본인 변호사로 박열 의사와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재판에서 변호한 바 있다. 그는 정부로부터 2004년 애족장을 서훈 받은 일본인 한국독립운동가이다. 

박인원 박열의사기념관 이사장은 "박열 의사와 반제국주의 투쟁을 펼친 가네코 후미코 여사는 100년 전 관동대지진 과정에서 투옥되었고 자유와 평등을 희생 당하는 조선인을 위해 싸워 왔다”며 “일본인으로서 한치의 주저함 없이 한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여사님의 정신을 기리고 이어받아 애국실천을 다짐하자”고 말했다.

올해 9월 1일로 관동대지진 100주년을 맞는다. 가네코 후미코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일본에서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영화 제작이 준비되고 있다.

오는 9월 1일과 2일, 일본에서 관동대지진과 가네코 후미코 관련 영화제작자 등이 부강을 방문해 여사가 살았던 부강 현지를 찾아보고 이규상 전 부강면장 등을 만나기로 했다. 가네코 후미코는 지난 2017년 이준익 감독의 영화 ‘박열’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일본판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관심을 끈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과 독립운동을 다룬 연극도 제작된다. 뮤지컬 ‘22년 2개월’은 1926년 일왕 부자를 암살하려던 박열 의사와 가네코 후미코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은 박열의 복역 기간이자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다시 만나게 된 시간을 의미한다. ‘22년 2개월’은 오는 8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한다.

세종FM 공동체 라디오 방송국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된 특집 다규멘터리 방송을 제작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8월 15일 세종FM 98.9㎒ 라디오 방송 채널을 통해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생애를 방송할 예정이다.  

3년 뒤인 2026년, 가네코 후미코 여사 서거 100주년을 맞게 된다. 문경시와 박열의사기념사업회도 조만간 준비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경시와 일본측 인사들이 매년 번갈아 추도식에 방문했었으나 이번 문경에서 열린 추도식에 회장의 사망 등으로 일본측 방문계획이 취소됐다. 몇 년간 코로나19로 연락이 소원해진 상황이다. 

이규상 전 세종시 부강면장은 “가네코 후미코 여사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부강심상초등학교와 살던 집 등을 세종지역에서 연구해 온 분들이 있지만 가네코 후미코를 알리는 비석 하나 서 있지 못한 게 안타깝다”며 “세종시에서도 100주년을 앞두고 가네코 후미코 기념사업회를 구성해 박열기념사업회와 일본의 뜻있는 분들과 함께 준비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성민 박열의사기념관 학예연구사는 “가네코 후미코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이 많아 초기부터 기증된 유물도 많은 편이고 박열 의사와 일본인 독립운동가 가네코 후미코의 사랑과 열정 등에 대한 방문객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더 뜻깊은 1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 세종시도 함께 참여 하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문경시에 있는 박열의사기념관에서 열린 가네코 후미코 추도식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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