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적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적응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 강수인
  • 승인 2013.08.20 09: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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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인의 생활속 이야기]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개성을 살리는 것

 세상에 적응하는 것은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일방적이고 정해진 기준에 맞추는 교육은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얼마 전 어느 고등학교에서 해병캠프에 참가했다가 큰 인명사고로 이어졌던 사건이 있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한 행사였다고 한다. 여러 위험 요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해안캠프에서, 그것도 인증도 받지 않은 훈련기관이었다고 하니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를 맞이하는 부모야 말할 것도 없고 함께 했던 친구들도 평생을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할 지 모른다. 똑같은 고난과 역경을 당했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심리적인 인내수준은 사람마다 다르니 말이다. 참가한 학생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원해서 간 학생도 있고 마지못해 참가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각자의 고유한 성품을 타고 나는 것이기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참고 견디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외침을 많이 겪었기에 그 수많은 시련을 정신력 하나로 이겨내고 버틴 국민이다. 그래서 단체 활동을 중시하고 또 그 속에서 개별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나아가 그것을 잘못된 것으로 규정짓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너무 획일적이고 집단적인 것을 강요하다보니 개인적인 특성이 무시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잉태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환경의 차이이긴 하겠지만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골프이용료가 저렴하다. 물론 골프장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우리 돈 3만원 내외로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골프장도 참 많다. 그리고 캐디 없이 혼자서 골프채를 끌고 다니며 라운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말 개인 운동이자 취미활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팀을 짜서 왁자지껄 떠들며 먹고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각자의 운동에 몰두한다. 앞뒤로 혼자 혹은 둘씩 치는 사람도 많고 밀리면 밀리는 대로 기다리며 배려해주고 때론 먼저 가라고 양보도 해 준다. 정말 가지가지란 말이 딱 어울린다. 나는 혼자 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그런데 혼자 치다보면 그것을 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있었다. 왜 혼자 치냐고?

그렇게 미국에서는 혼자 다니고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좋았고 자연스러웠다. 우리 아이들도 현지 아이들과 같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마찬가지로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다. 귀국한 뒤에 가장 힘든 것이 다름 아닌 이것이었다. 우리 사회에, 우리의 학교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람 취급을 하며 친구가 없느냐 왜 혼자 밥 먹느냐 라고 주변에서 자꾸 묻는다.

 
유행하는 가수 이름과 노래를 알아야하고, 잘 나가는 TV 프로그램의 명대사와 장면을 외우고 인기 있는 영화를 보고 얘기해야 사회에 뒤쳐지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특성과 개성이 묻어 난다기 보다는 무언가 획일화된 듯한 문화에 함께 묶여져야만 잘 적응하는 구성원으로 취급받는 것 같다.

또,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 다 털어놔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꽤나 많이 봤다. 자기를 믿지 못해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래서 관계가 지속되지 못하고 단절된다. 묻지 않아도 가까워 지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그것을 기다리지 못한다.

아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소소한 감정을 쏟아놓을 부모가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복이다. 부모가 그 말을 들으면서 공감해주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야 말로 아이에겐 새로운 힘을 얻는 통로인 것이다.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그것도 못 참고 적응 못하는 아이 취급을 하면 아이는 상처를 받고 입을 닫고 혼자가 되어 버리며 원망과 분노로 마음이 병들어간다.

학교폭력을 둘러싼 가해 학생의 입장을 보면 대개는 비슷하다. 아픔을 아무도 같이 해주지 않고 세상엔 오직 자기 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묻혀 살면서 튀지 않고 평범하게 할 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미덕이었던 사회도 있었다. 이것은 과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주변을 둘러보고 가족을 살펴보자.

 
 
 
     
   
 
강수인, 대전 출생, 대전여고, 충남대 졸업, 침례신학대 영양사, 미국 미주리주 콜럼비아 시 2년 거주, 미용사 자격증 취득 후 노인복지관, 군부대 봉사활동 eskang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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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2013-10-10 15:54:57
공감합니다.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유경옥 2013-08-29 20:23:54
맞아요.
"다름"
다름을 수용할 수 있는 인격을 길러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