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축제, 시장 축제인가
주민축제, 시장 축제인가
  • 김준식
  • 승인 2023.07.17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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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관 주도 축제, 시민이 주인되는 문화로 바꿔야...
읍면동장이 시장에게 보여주는 것보다 마을 공동체 축제필요
지난해 세종축제 어가행렬 모습. 세종대왕과 왕비 소헌왕후가 세종호수공원에 들어서고 있다.
세종축제 어가행렬 모습. 자료 사진으로 기사 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축제는 주민들의 화합 장이다. 대개 축제를 잘하는 나라들이 선진국이고, 행복한 나라들이다. 그래서 마을만들기 사업의 제1항목은 언제나 ‘마을 축제’이다. 주민들은 마을 축제를 통해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가까워진다. 그렇게 축제를 통해 돈독해진 주민들은 서로 이웃이 되어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

마을 공동체 의식은 마을 사랑으로 이어지고, 지역에서 주민과 자연은 함께 어우러진다. 이런 마을들은 마을에서 누가 어려운가? 외로운 노인들은 주위에 없는가? 아이들은 잘 크는가?를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통합돌봄 체계’가 만들어진다.

행정은 이런 마을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공동체들(동호회, 복지단체, 자생 단체, 마을회의 등)을 지원하고 격려하면 된다. 이게 바로 주민자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958년까지 있었던 주민자치(읍·면)단체도 없애 버렸고 지금까지도 부활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마을(읍·면·동)은 자연스럽게 시·도나 시·군·구의 변두리로 격이 낮아졌고 주민들의 자발성, 자치능력은 소멸하였다.

정부는 2010년에 와서야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행정구역 개편 및 대도시 특례, 시·군통합의 기준 및 개편, 그리고 읍·면·동 내 주민자치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 현재까지 형식적인 주민자치회 혹은 주민자치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 세종시도 관련 조례 명칭이 ‘세종특별자치시 주민자치회 시범 시행 및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이다. 원래 시범사업은 길어야 2~3년 해 보고 시행착오들은 수정해서 본사업으로 전환한다.

그런데 무슨 시범사업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하는가? 이해가 안 된다. 이는 본 사업을 할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세종시도 주민자치를 제대로 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이런 현상은 마을 축제의 진행 형식을 보면 알 수 있다. 대개는 마을 축제가 시작되면 시장축사, 시의원 소개, 읍·면·동장 인사가 있고, 곧바로 외부 초청 연예인들의 공연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정작 축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민들은 없다.

어느 지역이나 그 지역에는 자생 단체들도 있고, 노인단체도 있고, 아파트 입주자회, 학부모회도 있다, 그리고 각급 지역 기관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주민대표 단체나 기관들은 축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소개도 않는다. 다만 주민 음악동호회 한두 개가 사이에 끼어 공연하는 정도다.

이런 형식의 주민 축제가 어떻게 주민 축제인가? 이런 축제야말로 시청 축제, 시장 축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읍·면·동장이 시장에게 보여주기식의 축제이다.

주민 축제는 처음부터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주민들이 모여 갑론을박하면서 만들어 가야 한다. 축제의 형식도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 초청된 내빈들은 객으로 와서 축하해 주면 된다.

그래서 주객이 바뀐 이런 주민 축제는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그게 주민 축제고, 주민자치이고,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진정한 축제일 것이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세종 시니어세종포럼 회장, 세종주민자치연구회장,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고문,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고문,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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