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술談'을 아시나요?
'수요술談'을 아시나요?
  • 이미은 기자
  • 승인 2023.06.25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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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로 공주 소통의 장 마련... 1만원 내고 술독에 빠지는 무한리필 행사
정담양조장 최예만 대표, 매월 셋째 수요일 공주 밤톨상회에서 진행
매월 셋째주 수요일 저녁 충남 공주에서는 전통주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수요술담' 행사가 열린다. 

백제 고도 공주에서 전통술로 소통의 장을 여는 곳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 저녁에 참가비 1만원으로 무한정 술을 마시면서 낯선 참가자들과 대화가 가능해 벌써부터 공주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6시30분 충남 공주시 부흥루 옆 밤톨상회에 시민 30여명이 모였다. 백제의 술 재현을 꿈꾸는 ‘무령화원’ 최예만 대표가 자신이 손수빚은 전통주를 무한정 공급하면서 참석자들 간에 다정하게 술담(談)을 나누는 자리가 됐다.  

백제의 고도이지만 놀이문화가 부족하고 소통의 장소가 없다는 사실에 착안, 최 대표가 술을 매개로 소통하고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발상이 현실로 이어진 결과였다. 

최예만 정담양조장 대표는 “사람은 잘 노는 게 잘 사는 일이지만 공주에는 밤늦게 놀 만한 곳이 부족하다"며 "작은 힘이나마 공주의 노는 문화를 만들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작하게 됐다"고 '수요술담'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수요술담’은 공주 산성시장 문화공원에서 매주 금, 토요일에 열리던 ‘밤마실 야시장’ 무료 시음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무료’가 참가자들이 흔쾌히 술을 마시는 걸 주저하게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최 대표는 참가비 1만원을 내걸었다.

공짜로 술을 먹지 않는다는 심리적 안도감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냈고 점차 자리를 잡게 됐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최예만 무령화원 대표

회를 거듭할수록 홍보도 되고 참가자들도 늘어 이제는 장소도 고정하고 정성껏 안주도 만들어 수요술담이 공주의 자랑거리로 잡게 됐다.  

‘수요술담’의 주인공은 최 대표가 정성들여 빚는 전통주 ‘무령화원’이다. 

백제 부흥을 꿈꾸었던 무령왕의 유토피아를 술을 통해 이뤄보겠다는 의미로 ‘무령화원’으로 작명이 됐고, 다섯 번 발효시키는 ‘오양주’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술밥 즉, 꼬두밥과 누룩을 한 번에 섞어 발효시키는 게 일반적인 양조법이라면 적은 양의 누룩을 5회에 걸쳐 술밥과 혼합해 조금씩 적은 양의 효모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옛 문헌에 쓰여 있는 ‘백제의 술은 달고 음식이 맛있다’라는 고품질의 술을 빚을 수 있다. 

인공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찹쌀과 누룩과 물을 사용해 목넘김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음을 추구하는 백제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술이다.

거기다 근처 이웃들이 직접 정과, 육포, 반미 등의 안주 협찬으로 완벽한 술상이 준비됐다. 하나둘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일상을 공유하며 동네의 사랑방이 되는 ‘수요술담’.

이날 행사에 참석한 조성애 문화예술협동조합 에브리데이아틀리에 이사장은 “지역에 이런 모임이 있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며 "공주에 이러한 모임이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시음회에서 무령화원 술을 샀다고 자랑하는 대학생들이 행사 중간에 참석했다. 다른 참석자는 “맨 처음 최 대표님과 단둘이 행사에 했었다"고 회고하면서 이제는 규모있게 성장한 수요술담을 지켜보았으며 참가자들 가운데는 직접 집에서 술을 빚어 오는 방문객도 있었다. 약 30명의 방문객들이 오고가며 저마다의 이야기로 수요술담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그 사이에 또 다른 행사들이 기획되기도 했다. 

최예만 대표는 “공주에서 술을 빚다 보니 공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고 그게 계가가 됐다"며 "술잔을 부딪히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주를 사랑하고 공주가 예전의 백제처럼 문화로써 부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주에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수요술담 외에도 하숙집 아줌마라는 아틀리에 ZOOM마켓 등이 열려 도시재생의 의미를 관광객 유치로 연결시켜 나가고 있다. 중학동과 옥룡동 일대에서 펼처지는 시민 중심의 행사는 골라보는 묘미로 공주 방문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수요술담에는 술 빚기 체험행사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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