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사람의 결핍 이해하는 것
건강한 삶, 사람의 결핍 이해하는 것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06.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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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칼럼] 배재대 미디어 콘텐츠학과 정효경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4학년 정 효 경
배재대학교 미디어콘텐츠학과 4학년 정 효 경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스로가 무엇에 행복해하는지, 무엇에 불편함을 느끼는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난 나를 잘 알아’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자신을 파악하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 절대적인 개념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평소와 달리 손에서 땀이 나올 때 혹은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알면서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나아가지 못할 때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논다’는 표현으로 넘어간다. 그런 상태가 어떤 심리에서 기인된 것인지는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이렇게 인간의 성격이 원초아, 자아, 초자아에 의해 작동된다고 주장했다. 원초아는 쾌락 원리를 바탕으로 두고 있는 무의식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용납하지 못한다. 하지만 사람의 도덕적 이상, 양심 즉 도덕적인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초자아가 이를 통제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강박이 생길 수 있다. 마지막 구성요소인 자아는 원초아의 욕구와 초자아의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의 정신 단계는 자각, 의식, 전의식, 무의식의 순서로 내려간다. 여기서 자아는 의식과 전의식에 해당되고 초자아는 전의식과 무의식에 해당된다. 원초아는 무의식에만 존재한다.

사람은 과거의 기억들로 무의식에 수치심을 쌓아 두고 사는데 이것이 표출되는 순간 잠깐의 치유 경험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누구나 오랫동안 혼자만 가지고 있는, 말할 수 없던 감정이 있을 것이다. 이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이 대화이든, 분노이든 상관없이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수치심이 계속 쌓여만 갈 때 이것은 히스테리로 변하게 된다. 살기 위해서 방어기제를 만들어내고 자신의 존재를 지켜 나가려고 한다.

이런 심리적 상황은 어떤 환경에 있든, 살다 보면 겪게 되는 것이다. 특히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런 사회에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상담 치료를 받는다고 할 때 편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오히려 자발적으로 상담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기 위한 시도를 하려는 것이다.

심각한 증상이 없더라도 상담은 많은 도움이 된다. 꼭 병원이나 상담 센터에 가는 것만 상담으로 취급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긴 대화도 상담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혹은 일기, 에세이 등의 경험까지 진짜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잘 이루어졌다면 우리를 만들어가고 결정 짓는 것은 장점이 아니라 결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충족되는 조건을 가진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무엇이든지 겪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래부터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삶의 중요한 조건을 채운 것이다. 하지만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없다는 결핍이 있다. (사랑 대신 다른 조건으로 채워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것에 공감해서 어디다 쓰냐고 말한다. 남의 불행을 이해하는 것보다 주어진 삶에서 온실 속 화초처럼 사는 것이 편하고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의 상처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졌다는 동등한 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타인을 이해하는 건 자신을 이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장점은 껌에서 나오는 단물 같은 것이다. 오랫동안 이리 씹히고 저리 씹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약 완전했다면 도전, 희망, 사랑 등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붙잡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나약하기 때문에 많은 욕구가 생기고 그게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살아가지만 여전히 고민이라는 건 남이 알아줄수록 작아지는 성질을 갖고 있고, 혼자 있을 때마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의 흔적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건강한 삶은 자기 자신을 잘 안다는 것에서 시작되고, 진정으로 자신을 아는 것은 이런 결핍을 받아들인다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을 어색하고 두렵다고 외면하기엔 우리는 행복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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