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민자치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나라 주민자치회, 무엇을 해야 할까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04.25 10: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준식칼럼] 세계 여러 나라의 기초지방자치단체·주민자치 단체 현황
마을 일은 마을에서 하고 못하는 건 상급단체가 하는 '보충성 원칙' 필요
지난 1월 7일 출범한 세종시 반곡동 주민자치회 회원들이 반곡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마을 현안을 토론하고 있다. (사진=세종시)
마을 일은 마을에서 해내고 못하는 건 상급단체가 해주는 보충성의 원칙이 우리나라 주민자치회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사진은 반곡동 주민자치회 모습

지난 4월 17일 ㈔세종민회 회의실에서는 ‘세종주민자치연구회’ 주최로 “해외사례 비교를 통한 주민자치회 운영과 사업영역은?”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발제는 대전·세종연구원 김흥주 박사가 했고, 지정 토론자로 유광석 대평동 주민자치회 회장과 연동면 권오열 이장(상담심리학 박사)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흥주 박사는 주로 일본의 주민자치 조직(자치회, 정내회, 구회 등)과 영국의 주민자치 조직(페리쉬)을 소개하고 한국의 주민자치회의 역할과 기능의 활성화를 위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김흥주 박사는 영국의 페리쉬는 원래 교구별로 조직된 종교 조직이었는데 차츰 주민자치조직으로 발전되어 왔고, 지금은 카운티와 협력해서 예술문화, 공원 관리, 주민복지, 교육, 문화유산 관리, 안전 관리, 지역경제 활성화, 마을 축제 등의 사업을 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수준으로 발전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주민자치조직은 자치회, 정내회 등으로 불리며 학군 단위로 조직되어 있는 민간법인이라고 하였다. 일본의 정내회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긴 하나 마을 대표단체로 인정받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지역 관광, 마을만들기, 복지, 교육, 지역경제 활성화, 마을 축제 등의 사업을 하는 주민자치조직이라고 하였다.

이에 비해 한국의 주민자치회는 상급 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주민자치위원으로 구성된 시·읍·면·동 자문위원회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주민들로부터 대표성도 인정받지 못하고, 법인격도 없어 자체적으로 사업을 할 수도 없는 모호한 상태로 십수 년째 시범 운영만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주로 현행 주민자치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민자치회의 위상 제고, 대표성 확보, 주민자치회의 자치권(예산권) 인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소위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의 시·읍·면·동 규모의 지역에서 지방자치를 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 외에는 거의 없다. 미국도 기초지방자치단체 평균 인구가 8,500명이고 유럽의 기초지방자치단체 평균 인구도 3,500명 정도이다.

한국의 지방자치법 2조에 시·읍·면·동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다. 그러니 주민자치회도 실재는 자치 조직이 아니다. 그러므로 주민자치회는 자치 조직권, 자치 사업권, 자치 예산권이 없다. 그 명칭이 ‘주민자치회’라서 마치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조직한 자치 조직인 것처럼 착각하게 할 뿐이다.

실 1958년까지 시·읍·면은 법정 지방자치단체로 주민직선으로 의원을 선출했고, 선출된 의원들이 의회를 구성해서 시·읍·면 장을 직접 선출했다. 그런데 1961년 5·16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1961년 10월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하여 지방자치법'의 효력을 정지하였다.

그 후 지금까지 시·읍·면·동은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단순히 시·군·구의 출장소 격으로 운영됐다. 그러니 사실상 한국의 시·읍·면·동은 아직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독재 정부 시대에 멈춰 있다. 이를 두고 정치학자들은 ‘한국은 제도적 민주주의만 있고 풀뿌리 주민들의 생활민주주의가 없다. 한국의 지방주민들은 지금도 제왕적 자치단체장 통치하에 살고 있다.’라고 비꼰다.

이제 한국도 지방자치법 제2조에 시·읍·면·동을 지방자치단체로 명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사실상 풀뿌리 민주주의가 온전하게 실행될 수 있다. 소위 마을 일은 마을 사람들이 결정하고, 마을에서 할 수 없는 규모의 일은 상급 자치단체나 정부가 하는 ‘보충성의 원칙’은 민주주의 나라들의 기본 원칙이다.

그렇게 할 때 지방자치나 마을 자치가 제대로 작동되고 주민들의 창의력과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소위 민주주의 국가들은 다 그렇게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그렇게 하자.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세종 시니어세종포럼 회장, 세종주민자치연구회장,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고문, 대한웰다잉협회 세종시지회고문,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