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대신 존중을… “아랫사람에 묻는 것, 부끄러운 일 아냐”
‘갑질’ 대신 존중을… “아랫사람에 묻는 것, 부끄러운 일 아냐”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4.11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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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매달 11일 ‘365 상호존중의 날’로 지정… 간부들 솔선키로
첫 번째 일일DJ로 김성수 시 감사위원장 방송 “따뜻한 소통 위해”
김성수 세종시 감사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전 시청 방송실에서 갑질 문화를 근절하고 직원 상하간 격의 없는 소통을 권유하는 방송을 하고 있다.  

공무원 대부분이 출근해 각자의 좌석에 앉은 11일 오전 8시 50분, 세종시청 내 각 실·과에는 전에 없던 방송이 흘러나왔다.

잔잔하면서도 또렷한 음성을 방송에 내보낸 인물은 김성수 세종시 감사위원회 위원장. 김성수 위원장이 이날 방송한 시간은 4분 9초였다.

이날 일일DJ로 자신을 소개한 김성수 위원장은 방송을 통해 “숫자 11은 서로를 바라보고 서서, 서로가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고 배려한다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며 이날 시작한 ‘365 상호존중의 날’의 취지를 알렸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불치하문’(不恥下問)이 ‘논어’(論語)에 나와 있음을 알린 뒤 “직급간 세대간에 존중과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우리 모두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성세대, MZ세대 등 세대 구분을 넘어서,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는 선배이고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후배이기 때문에, 서로의 입장에 서서 다 함께 그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365 상호존중의 날’ 두 번째 날인 5월 11일에는 같은 시간 채수경 기획조정실장이 일일 DJ를 맡아 마이크 앞에 앉을 예정이다. 그 다음달 11일 일일DJ는 조수창 시민안전실장이 나오는 등 건제 순으로 실·국장들이 마이크 앞에 앉는다.

세종시가 ‘365 상호존중의 날’을 시작한 것은 갑질 문화를 근절하고 건전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직원 간 상호존중 일상화를 유도하기 위해서이다. 방점은 갑질 문화 근절에 있다.

시는 상호존중 5대 실천과제를 선정해 전 직원이 365일 매일 과제를 실천하는 한편, 매월 11일을 ‘자가진단의 날’로 정해 스스로 갑질 발생 위험을 진단해보는 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세종시 5대 상호존중 실천과제는 ▲먼저 웃으며 인사하기 ▲존중하고 배려하는 언어 사용하기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의견 존중하기 ▲부당한 지시·요구하지 않기 ▲자기 일은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기라는 것.

이날 같은 시간, 간부회의에 참석한 실·국장급 공무원들은 부하 직원들의 관심과 솔선수범을 유도하기 위해 자가진단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5급 이상 공무원은 실·국장과 함께 자가진단을 해보며, 상호존중 실천과 갑질 근절 의지를 다짐했다고 했다.  

감사위원회는 ‘자가진단의 날’에 맞춰 5급 이상 공무원에게 감사위원장 명의의 ‘청렴동행’ 서한문을 발송하고, 전직원 갑질 예방 교육을 하는 등 상호존중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갑질 근절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방송된 원고는 제가 직접 썼다”고 밝힌 김성수 위원장은 “사실 간부공무원과 일반 직원들 간에 소통의 기회는 적다.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면서 따뜻한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행정 경험을 나눠보자는 뜻에서 기획됐다.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성수 세종시 감사위원장이 방송하던 11일 같은 시간 세종시 실국장급 간부들이 모여 갑질 문화를 근절하고 직원 상하간 소통을 넓히기 위한 자기점검을 하고 있다. 가운데 최민호 세종시장 자리는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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