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추천 비율이 뭐라고… 그래도 대화하자고 손 내밀어야
임원 추천 비율이 뭐라고… 그래도 대화하자고 손 내밀어야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4.05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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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단상] 최민호 세종시장, 선거 때 열정·솔직함 가지고 제안하기를
출연·출자기관 임원 추천 비율 둘러싼 대립, 시민들 민생과는 무관
걱정·짜증 내는 이 적지 않아… 제기능 못하는 시장 정무라인, 개선을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5명이 지난달 29일 공무국외연수를 떠난 후 며칠간 세종시 도로변에 내걸린 현수막. 이들 의원 5명이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인 5일 대부분 떼어져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시민들로서는 시장이 출연·출자기관 임원 추천을 할 때 3명을 하든, 2명을 하든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리고 출연, 출자의 의미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세종시 산하 출자·출연기관 임원 추천 비율을 정하는 조례가 시민들의 실제 생활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민생(民生)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는 건데, 이를 놓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대립이 한 달여 간 지속돼 왔다. 이로 인해 세종시 행정이 시민생활 개선을 위해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과 불만이 시민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짜증을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 풀어 나가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민호 세종시장이 지난 4일 연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공언한 대로, 대화가 복원되는 것밖에 없다. 최민호 시장이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장과 민주당 시의원들에게 대화하자고, 터놓고 말을 해 보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최 시장으로서는 스트레스를 받고 스타일을 좀 구기게 됐지만, 조금이라도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게 좋다고 본다.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켜보던 기자들은 최 시장의 심경이 복잡한 상태임을 역력히 느낄 수 있었는데, 하루빨리 정리하고 ‘테이블 앞에 마주 앉자’고 먼저 나서는 게 순리라고 생각된다. 

‘내가 양보를 많이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시장에 당선되기 위해 작년 지방선거 때 열정을 다하던 때를 떠올리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닐 터이다. 시민과 시정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뭐가 있을까. 그리고 시민들의 선택에 의해 당선된 시장이지만, 역시 시민들 선택으로 된 의회와 의원들에게는 ‘내가 을(乙)’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풀지 못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기자들 앞에서 최 시장이 언급한 대로 “무슨 자료를 제가 어떻게 드리면 되겠습니까 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어떤 사안이든 마음을 열고 충분히 얘기를 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했듯이, 이같은 일념으로 나서면 다 되리라고 본다. 비록 당적(黨籍)은 다르지만, 마음을 열고 열정을 바탕에 깐 대화와 제안을 한다면 잘 풀려나가리라 본다.

문화관광재단으로 바꾸기 위한 ‘세종시 문화재단 운영에 관한 일부개정조례안’만 해도 그렇다. 시민들이 피땀 흘려가며 낸 세금 79억원을 5년간 더 쓰겠다는 말에 그 세밀한 내역을 미리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원들의 말을 나무라기도 힘들다. 의원들로서는 기본적으로 그래야 하지 않는가. 

납득할 수 있는 예산추계내역서를 작성해 내도록 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제대로 설명을 한다면 야당 의원들도 내내 안 된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장과의 비공개 대화에서 ‘이해되는 예산추계내역서를 낸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임채성 행정복지위 위원장의 구두약속도 있었다고 한다.

차제에 제기능을 못하는 최 시장 주변의 정무 기능, 정무 시스템도 개선돼야 한다.

“최민호 시장 혼자 뛰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단계 단계마다 부적절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친 이들이 주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느닷없이 ‘재량사업비 요구’ 폭로가 나왔다. 그러면서 “재량사업비 요구를 전달받은 시장님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어느 지자체 할 것 없이 흔하디 흔한 관행이었던 재량사업비 얘기를, 반평생 넘게 지방행정에 종사하고 행정부지사까지 지낸 최민호 시장이 듣자마자 충격을 받았다니…? ‘발연기’도 이런 발연기는 없다. 지방행정기관을 오래 출입해 본 경험을 가진 고참 기자들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는 말이다. 

또 오래전부터 예정된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위원들의 공무국외연수 출발 당일날,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돌연 불참한다면서 가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5명만 출발한 뒤, 이들의 해외연수를 비꼬는 내용의 현수막이 세종시 주요 도로 곳곳에 걸렸다. 국민의힘 의원 2명은 “불참은 자발적 선택”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외압’에 의한 불참이 아닌가 하고 기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종시의회 교육안전위원회 의원 4명 역시 지난 4일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로 국외공무연수를 떠났다. 이들 4명 중 1명은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건 또 어떻게 설명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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