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경찰, 첫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
세종경찰, 첫단추부터 잘 꿰어야 한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03.11 17: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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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환 한국영상대 경찰범죄심리과 교수, 세종경찰에 바란다
"새로 짓는 세종경찰청에 '세종시민안전통합상황실' 두면 어떨까요"
김정환 한국영상대 교수
김정환 한국영상대 교수

세종경찰의 첫 단추!

모든 일의 시작은 '호리지실 차이천리' (豪釐之失 差以千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지극 정성으로....

당태종의 지시로 방현령 등이 쓴 진나라 정사인 진서에 ‘호리지실 차이천리(豪釐之失 差以千里)’라는 말이 나오는 데 이는 '처음 시작할 때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되면 나중에 되돌리지 못하고 결국 크게 그르치고 만다'는 뜻이랍니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마지막 단추를 끼울 구멍이 없다며 일의 시작과 순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한낱 미물인 거미도 처음 줄을 칠 때 온 힘을 다하며 그 줄이 튼튼하지 못하면 미련 없이 버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가장 질기고 강한 첫 줄을 만든다고 합니다.

또 초심이라는 단어도 있는데 이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가지는 순수하고 진실된 마음을 의미하며 힘들 때나 괴로울 때 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살아가면서 계속 ‘초심찾기’를 하게 됩니다.

어느 지휘관은 취임과 동시에 모든 직원에게 ‘당신의 초심은 무엇이었습니까’라는 화두를 던져 주는 바람에 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간만에 집 부근 수리산에 올라 현호색 꽃을 따서 ‘초심’이라는 글자를 만들면서 들고 간 막걸리만 거하게 비우고 ‘초심’숙제는 나머지 공부로 미루고 내려온 적도 있습니다.

경찰의 첫 단추 이야기입니다.

경찰직을 수행하면서 지휘관이 시켜서 새로운 일을 하기도 하였고 제가 스스로 만들어 시행도 하였지만 새로운 일을 하게 되면 우선 귀찮고, 어렵고,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 등으로 엄두를 내지 못해 포기한 적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러한 힘들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 업무를 성공리에 마치게 되면 성취감과 함께 자신의 역량을 제고시키고 경험을 축적하여 더 나은 성장을 하게 되겠지요.

경찰의 업무 중 시민의 안전을 위한 범죄예방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그래서 각 경찰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시행하면서 시민으로부터 신뢰도 얻고 성과도 향상 시키곤 합니다.

제가 모 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을 하던 어느 날, 지구대 순찰직원이 심야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순찰차로 집에까지 태워다 드렸다는 내용을 보고 받고 격려와 함께 보도자료로 배포하였더니 언론에서도 좋은 시책이라고 적극 홍보를 해 주어서 저는 이를 ‘안심귀가서비스’라고 명명하고 적극적으로 시행을 한 바 있고 다른 경찰서도 벤치마킹을 하게 되었습니다.

몇 년 후, 제가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어느 날, 그날도 여전히 사무실 라꾸라꾸에 신세를 지고 있는 새벽에 받은 보고는 “왜 내가 안심귀가서비스를  실시했나” 하는 후회를 거듭하게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내용인즉, 만취여성이 길에 쓰러져 있다는 112신고를 받고 그 여성을 지구대로 데리고 와서 신원확인과 함께 귀가시켜주기 위해 뒷자리에 앉혔는데 그 여성이 고성과 함께 몸부림을 처대자 조수석에 앉아 있던 직원이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여성의 하이힐이 그 직원 눈에 박히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무려 4시간여 수술하는 동안 그 직원의 부모님과 함께 손을 잡고 무교인 제가 모든 종교 지도자를 불러 모셔서 기도하고 또 기도 한 결과 다행히 완쾌하였고 지금 그 직원은 결혼도 하고 잘 살고 있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이 ’안심귀가서비스‘는 ’안심귀가스카우트‘라는 이름으로 지자체에서 주관하면서 어르신들이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과 청소년들을 전철역 등에서 기다리셨다가 안전하게 도보로 귀가시켜주면서 범죄 취약지역도 순찰하는 서비스로 발전시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첫 단추, 첫 시행, 첫 걸음이 참 어렵고 힘들 뿐만 아니라 반드시 시행착오라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세종경찰 이야기입니다.
세종경찰은 그동안 세종시 인구 20여만 명의 1개 경찰서 300여 명에서 세종경찰청과 그 산하에 남부‧북부경찰서, 기동단 및 특공대 등 시 인구 40만여 명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5개 경찰관서 800여 경찰관으로 인원과 규모에 있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향후 인구 80만에 걸맞은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세종경찰청 새 청사가 올 상반기 설계 공모를 거쳐 드디어 첫 삽을 뜨게 되고 2026년 말에는 합강동 5-1 스마트시티에 웅장하고 번듯한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 줄 계획입니다. 언론에서는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란 새로운 플랫폼 아래 미래형 청사로 건립될 예정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세종경찰청 부지는 합강동 5-1 스마트시티와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S-1 인접 지역이 거론되다가 교통입지와 정부청사와의 근접성, 그리고 내부 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2생활권인 다정동 주택가 뒤쪽으로 급선회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치안본부(현 경찰청)가 독립청사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당시 신축을 맡았던 분이 좀 더 미래를 보고 현재 서대문 로터리 미근동에서 조금 벗어난 지역에 좀 더 넓게, 높게, 깊게 지었다면 업무의 효율성을 더 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이야기를 예로 들려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주택가 뒤편 다정동 세종경찰청 부지 확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는데 다행히도 초기 계획대로 합강동 5-1 생활권으로 확정한 일은 우리 세종 경찰이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과 슬기를 보여주는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첫 단추가 또 있습니다.

사실 시민들은 경찰이나 소방 및 지자체의 여러가지 안전 관련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보다는 자신이 위험하고 불안하고 무섭고 억울할 때 빨리 와서 해결해 주는 경찰과 소방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종종 112경찰과 119소방이 현장에서 업무로 인한 관할 다툼이나 소통 부재 등으로 서로 핑퐁을 하다가 둘 다 혼쭐이 나는 사례를 보도를 통해 종종 보게 됩니다.

이 둘의 목표는 오로지 시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입니다. 목표가 하나인데 시스템이 간단치 않아 출동 매뉴얼 대로 '신속, 정확, 친절'이 현장에서 실제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예를 든다면 시민이 길거리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112신고를 하게 되면 112순찰차가 먼저 도착하고 상황을 확인한 다음, 119에게 연락하여 출동한 119와 같이 쓰러진 사람의 상태를 보고 귀가시킬 것인가? 아니면 인근 병원에 후송할 것인가 등 적절한 조치를 하게 되며 필요시 관제센터에 연락하여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하게 됩니다.

즉 112와 119 및 CCTV관제센터의 세 개 기능은 현장 안전 조치를 위한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 셋이 조화를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거두어야 함에도 현실은 세 기능이 모두 다른 위치에서 다른 조치를 하는 관계로 소통에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역할이 종합되지 않아 비효율적인 요소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 전국 최초로 경찰의 112상황요원과 소방의 119상황요원 및 CCTV관제요원이 한자리에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면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 및 소방과 소통하면서 상황을 듣고, 보고, 추적하면서 조치를 한다면 어떨까요?

저는 15년 전, 천안경찰서 근무 시 ’천안‧아산시민안전통합관제센터‘를 직접 구축하여 이 CCTV 관제센터 내에 천안서와 아산서의 112지령실을 함께 설치해서 운용한 결과 112신고 현장에서 강도범을 검거하는 등 획기적인 성과를 거양한 사례가 있는데 거기에 119상황실까지 더한다면 환상의 조합이지 않을까요?

이제 곧 세종경찰청 신축 건물이 첫 삽을 뜹니다. 그 시작의 첫 단추로 100년을 바라보는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차대한 사명을 갖고 세종경찰청 건물 내에 경찰의 112치안종합상황실과 소방의 119종합상황실, 그리고 세종시의 ’도시통합정보센터‘를 한곳에 모아서 가칭 '세종시민안전통합상황실, 약칭 ‘시통실’을 구축한다면 어떨까요?

인력 예산에 문제가 있다면 현 세종시에서 운영하는 ‘도시통합정보센터’ 내에 112와 119를 위치하게 하는 방안도 있고 2024년 세종시 다정동에 건립되는 세종시 소방본부의 ‘국가재난대응시설’을 이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 통 실’이 구축된다면 2012년 4월, 수원에서 발생한 ‘오원춘 사건’과 같이 피해자와 112지령실 요원이 7분여 통화를 하는 사이에 경찰과 소방이 현장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제센터에서는 부근 모든 CCTV를 확인하면서 수색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015년 9월, 비슷한 가정폭력 사건 신고를 오인해서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어 결국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한남동 예비 며느리 살해 사건’도 인근에 수많은 CCTV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 봅니다.

지금 세종경찰은 자치경찰의 착근이라는 중요한 화두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 자치경찰의 목적은 하나도 시민 안전이요, 둘도 시민 안전입니다.

이렇듯 중요한 시점에 세종시민의 생명,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 소방 등은 ‘호리지실 차이천리(豪釐之失 差以千里)’의 첫 단추를 끼우는 지극 정성으로 세종시가 그야말로 미래형 스마트 행복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민에 고민을 더하여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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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경찰 2023-03-14 00:03:58
멋진 말씀이십니다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