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초 입학식 ‘너희들이 와야 봄’
해밀초 입학식 ‘너희들이 와야 봄’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3.03.11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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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3년 만에 맞는 입학식과 신학기 풍경
1학년 신입생에겐 낯선 학교… 꽃들에게 희망을
교장실을 찾아온 1학년 학생들

지난 2020년 3월, 입학식은커녕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못했습니다.

공식적인 입학을 하지 않은 아이들, 반 편성을 하였지만, 친구 얼굴도 보지 못한 아이들이 같은 반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학기가 한참 지난 후에야 학교에 온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3월이 되면 입학식을 하고 친구를 만나는 일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속상하면서도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움츠렸던 봄이 활짝 피기 시작하는 23년 봄, 꽃 같은 1학년 친구들이 입학했습니다.

1학년 선생님이 ‘너희들이 와야 봄’이란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조금씩 자기 얼굴을 찾아갈 것입니다. 희망입니다.

“입학식 때 봤어요. 원장 선생님.”

복도에서 만난 아이입니다.

“원장 선생님이 아니고 교장 선생님이야. 유치원! 원장 선생님, 해밀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옆에 있던 아이가 일러 줍니다. 입학하기 전 학교에 대한 얘기를 나눴나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일이 다 처음입니다.

학교 급식실은 전교생이 날마다 한 번 들러는 곳입니다.

우리 학교는 1,100명의 학생과 100명의 어른이 먹는 곳이라 세 번에 걸쳐 나눠먹습니다.

첫 번째는 1,2학년이 먹습니다. 일부러 1학년 친구들이 급식실에 올 시간에 맞춰 급식실을 찾았습니다.

자기 식판을 쥐고, 숟가락, 젓가락을 챙기고 줄을 서고, 음식을 받고, 자기 자리로 찾아가고, 다 먹은 후 남은 음식을 버리고,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이동 후 양치를 하고, 다음 수업을 준비하기까지 두세 줄 문장으로 끝나는 이 과정이 1학년 친구들에게는 기나긴 여정입니다.

1학년 친구 입장에서는 식판에 음식을 받아 돌아섰는데 우리 반이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요?

급식실에서 1학년 학생들이 급식을 기다리고 있다.
급식실에서 1학년 학생들에게 식판을 나눠주고 있다.

담임 선생님과 급식실 선생님 부지런히 아이들을 챙깁니다.

식판을 쥐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겨 줄을 서는데 더딥니다.

익숙하지 않은 일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먹는 급식실은 매우 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급식이 끝나고 한 두 반이 교실로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두 번째로 5,6학년 친구들이 올 시간입니다. 그때까지 음식을 새롭게 준비하고 테이블을 닦습니다.

아직 한 반이 가지 못하고 남아 있어 가봤더니 두 친구가 아직 밥을 먹지 못한 상황이라 반 전체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두 아이는 제가 챙길게요. 다른 아이들 우선 데리고 가세요.”

테이블에 앉아 두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의 학교에 적응한 이후라면 ‘천천히 먹고 오라고’할 수 있지만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고 ‘빨리 먹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우선을 기다려주자 싶었습니다.

식판에서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입이 천천히 시간이 흘러갑니다.

‘저벅저벅저벅’ 6학년 아이들이 위풍당당하게 급식실로 들어왔습니다.

급식실과 일체가 된 듯한 몸놀림, 식판과 숟가락, 젓가락을 잡는데 멈춤이 없습니다.

아주 빠르게 비어 있던 탁자와 의자들이 채워집니다.

두 친구는 거의 한 시간 정도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마 평상 시 날마다 이렇게 먹진 않을 겁니다. 분명히 학교에 대한 낯설기도 한 상황이 있을 겁니다. 또 내일 살펴봐야겠습니다.

물론 1학년이 6학년처럼 행동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 6학년처럼 행동해도 이상한 겁니다.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는 것도 필요할 겁니다.

좀 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100일을 기다려 달라’는 것입니다.

경험상 100일쯤 되면, 달력으로 6월쯤 되면 적응을 합니다.

이 100일은 시간 동안 스스로 자라는 한 뼘, 부모님과 선생님의 손길로 자라는 한 뼘 그리고 친구들과 선배(?)들이 함께 하는 시간으로 자라는 한 뼘입니다.

입학 후 3일만에 자전거 봉사단에 참여한 1학년 학생 모습
입학 후 3일만에 자전거 봉사단에 참여한 1학년 학생 모습

“제 동생이에요.”

“입학 3일째 벌써 봉사단이라니!”

이른 아침, 정문 입구, 자전거 거치대 옆에서 동생을 소개시켜 줍니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동생과 함께 자전거 봉사단을 하는 것입니다.

“마스크를 벗고 싶은데 생얼을 보여주는 거 같아서…….”

“괜찮아.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1학년 친구들이 담임 선생님과 구석구석을 찾아다닙니다. 교장실로도 찾아왔습니다.

“반가워요. 오늘 교장실이 어디 있는지 알게 되었죠? 지나가다가 교장 선생님이 있으면 들어오면 됩니다. 좋은 일이 있어도, 조금 속상한 일이 있어도, 아무 일이 없어도 들어와도 됩니다.”

아이들은 꽃입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해밀초등학교 입학식모습
해밀초등학교 입학식모습
해밀초 1학년 선생님들이 입학생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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