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노인들이여! 커밍아웃합시다’
‘세종시 노인들이여! 커밍아웃합시다’
  • 세종의소리
  • 승인 2023.03.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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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배우고, 봉사하고 나누자, 그러면 친구도, 힝복도 찾아온다
'걸언예'(乞言禮)라는 말이 있듯이 노인을 공경하면서 오랜 경험을 오늘의 지혜로 활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세종시 노인이 늘어나면서 시니어-노인들이 과감하게 세상으로 나오라고 권하고 싶다. 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무관함

2023년 2월 현재 세종시에 사는 65세 이상 노인들은 4만 644명이다. 세종시 인구 38만 5천 285명의 10.5%이다.

이들 중 ‘행복도시’라 불리는 신도심에는 공직이나, 연구직, 혹은 기업체 고위직 출신 노인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들 중 노년을 외롭게 보내는 이들이 꽤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퇴직한 노인들, 자녀를 따라온 노인들, 세종시 주거환경이 좋아서 이사 온 노인들이다.

나는 외롭게 보내는 세종시 시니어-노인들에게 과감하게 세상으로 나오라고 권하고 싶다. 우선은 세종시 공원으로 나오고, 동네 경로당으로 나오고, 마을 복합커뮤니티센터로 나오고, 평생교육원으로 나와야 한다.

그렇게 나오면 거기에는 맑은 공기와 강, 숲이 있고, 온갖 들꽃과 새들이 있다. 세종 지역과 인근지역에는 많은 자연, 문화유산들도 있고, 그곳에는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도 있다.

그렇게 나와서는 우선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보는 이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고,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면 만나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다정한 이웃이 된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지금, 황금, 소금 중에 최고는 '지금'이고, 1년에 몇 번 만나는 고향 친구, 동창보다 매일 만날 수 있는 '이웃 친구'가 최고이다. 사실 나이 들어 보면 잘난 이나, 못난 이나, 배운 이나 못 배운 이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인성이고 인격이다. 항상 겸손하고 이웃과 자연을 사랑하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나는 65세가 되면서 우선 아내와 가사 일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아내의 자세가 바뀌었다. 부부 사이가 한결 돈독해졌다. 아내와 가족으로부터 사랑받으니 내가 행복해졌다.

그래서 가끔 노인대학 등에서 강의를 할 때면 노년의 가장 좋은 일자리는 '가사 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그리고 나서 나는 마을 경로당에 가서 청소도 하고, 큰형님들이 나들이할 때면 운전 봉사도 하고 말동무도 하니 인기 있는 동생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졌다. 또 주민자치센터에 가서 주민자치위원도 하고, 복컴 노인문화센터에 가서 회원 가입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이웃 친구들이 생겼다. 지금은 새로 사귄 동네 친구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동내 치킨집-생맥줏집으로 나를 불러낸다.

만나서 수다를 떠니 즐겁다. 사회 신경과학자 수잔 핀커는 그의 책 「빌리지이팩트」에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는 만남은 우리를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명석하게 한다(How face to face contact can make us healthier, happier, and smarter)’고 했다.

유럽 민주 복지 국가에서는 각 부문에 고위직을 지낸 저명인사들이 퇴직한 후 고향으로 돌아가서 기초지방단체(평균인구 3,500명)의 무보수 의원도 하고 각종 사회단체에서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년을 행복하게 보낸다고 한다.

나도 요즘은 동네 친구들과 몇 개의 봉사 모임을 만들어 활동한다. 그러다 보니 심심할 겨를이 없다. 모든 모임이 내 시간, 내 정성을 내놓는 활동이니 스트레스보다 즐거움이 더 크다.

사실 내가 무엇을 더 가지려고 애쓸 때보다, 내가 가진 시간과 지혜와 물질을 나눌 때가 훨씬 행복하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사람들은 말년에 나누고 봉사하는 일을 하게 된다.

우리 세종시 시니어-노인들이여 과감히 세상으로 나오자. 그리고 배우고, 봉사하고 나누자, 그러면 친구도 생기고 행복도 찾아온다. 세종시도 이런 노인들의 놀이터, 배움터, 봉사 터를 더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다.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도시는 젊은이들도 행복할 수 있는 도시이다. 현재의 노인들은 바로 젊은이들의 부모이고, 미래의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지방분권 전국회의 상임대표, 대한웰다잉협회 자문위원,(사)아시안프렌즈 명예 이사장,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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