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보충성의 원칙’ 적용되어야 한다
주민자치, ‘보충성의 원칙’ 적용되어야 한다
  • 김준식
  • 승인 2023.02.10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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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칼럼] 각자 위치에서 각자 할일 하는 숙의 민주주의 필요
동네 일은 동민들이 결정하는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주민 자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조치원읍에서 열린 세종시장과의 대화 장면
동네 일은 동민들이 결정하는 보충성의 원칙이 적용되는 주민 자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조치원읍에서 열린 세종시장과의 대화 장면

최근 들어 세종시 몇몇 읍·면·동에서 읍·면·동장과 주민자치회 간에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주민자치위원과 주민 간에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어느 집단이나 작은 갈등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갈등과 차이를 생리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병리적으로 치달으면 안 된다. 갈등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모든 결정 과정을 민주적인 방법과 절차로 하는 것이다.

즉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충분히 토론하고, 협의하고, 타협해서 서로 간의 틈을 좁히고, 상호 윈(WIN) 윈(WIN)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여기에 ‘보충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보충성의 원칙’이란 가정일은 가족들이 결정하고, 동네일은 동네 주민들이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일은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원칙이다.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없는 외교, 국방, 통상 등의 일은 중앙정부가 결정해야 한다.

지구환경문제와 같이 한 나라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은 국제연합(UN)에서 협의해서 결정하는 방법이다. 로마 교황청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연방제 국가인 스위스의 경우 이 ‘보충성의 원칙’을 아예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결정한 주체가 책임까지 지게 된다.

세종시는 현재 22개의 읍·면·동이 있다. 1월 현재 읍·면·동의 평균 인구는 17,679명이다. 스위스의 기초지방단체인 게마인데 평균 인구가 3,500명 정도이니 세종시 읍·면·동은 유럽과 비교하면 기초지방자치단체 인구를 훨씬 넘어선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법에는 시·군·구까지만 지방자치단체이고 읍·면·동은 시·군·구의 출장소 성격을 지닌다. 한국도 1958년까지는 읍·면·동이 지방자치단체였고 단체장과 의원을 주민이 선거로 뽑았다.

지금의 읍·면·동이 비록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더라도 업무위임과 개방직 공무원 채용으로 읍·면·동 주민자치를 상당 부분 실행할 수가 있다. 읍·면·동장을 개방직으로 주민이 선출하게 하고 주민자치위원도 주민이 선출하게 하면 주민들은 주민총회에 참석하거나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들의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게 되고 갈등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주민들이 동네일에 대한 결정권도, 동네 대표 선출권도 없으니 주민자치에 무관심하거나 불평을 한다. 그 결과 주민들은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장을 원망하게 된다. 단체장은 동네 구석구석 모든 일을 다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으니 억울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읍·면·동 주민자치권은 온전히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러면 주민이 결정도 하지만 불평도 안 할 것이다. 그리고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소위 민주주의 방식을 배우고 훈련하게 된다. 바로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학교’가 된다.

민주주의는 민주당의 정강 정책이 아니라 세계 보편적인 정치제도이다. 심지어 독재 국가인 북한까지도 국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하지 않는가? 민주주의라는 말의 뜻은 백성(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읍·면·동 주민자치의 주인은 주민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2023년 현재 한국의 읍·면·동장은 시·군·구의 장이 임명하고, 거의 모든 동네일의 결정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다. 비효율적이고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하루빨리 주민자치를 주민에게 온전하게 돌려주어야 한다.

김준식,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지방분권 전국회의 상임대표, 대한웰다잉협회 자문위원,(사)아시안프렌즈 명예 이사장,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외래교수, 전 지방YMCA 사무총장, 전 다문화가족정책위원(위원장 국무총리), 전 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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