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현역 의사 “건강하려면 바보가 돼야 합니다”
89세 현역 의사 “건강하려면 바보가 돼야 합니다”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3.01.2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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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50년 가까이 ‘전의의원’ 운영 이규만 원장
주민들에 정성·친절 다해… 국궁 활쏘기로 활력 유지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을 것-운동-음식 절제 권유
세종시 전의면에서 '전의의원'에서 50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이규만 원장은 1934년생으로 올해 90세다.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 '전의의원'에서 50년 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이규만 원장은 1934년생으로 올해 89세이다.

처음 봤을 때 60대 중반, 혹은 60대 후반쯤의 초로(初老)의 신사로 짐작했다.

인사를 나누고 올해 나이가 90세, 만으로 89세라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시 전의면에서 ‘전의의원’을 운영하며 아픈 주민들을 진료를 하고 있는 현직 의사인 이규만 원장 얘기다.

1934년생이라고 밝힌 이규만 원장은 1974년부터 50년 가까이 세종시 전의면 읍내리에 있는 ‘전의의원’이라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1960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의면 보건지소장으로 근무하다, 전의면을 떠나지 않고 ‘전의의원’을 차린 때가 1974년이라고 들려준다.

“전의면 사람들은 한 집안 4대가 그 분한테 진찰받기도 해요. 얼마나 친절하게 잘 봐주시는지. 외지에 나가 살다가도 몸이 아프면 이 원장님을 찾아 전의면에 오기도 합니다.”

의료시설이 없던 시절, 전의면에 의원을 연 이규만 원장은 전의면 사람들에게는 가족 주치의나 다름 없다.

“농약중독이거나 뱀에 물려도 이 원장님을 찾았어요. 예전엔 왕진도 오셨거든요. 아기도 받아주시고 예전엔 산부인과 역할도 해 주셨죠.”

농촌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고로 위험할 때에도 전의면 사람들은 ‘전의의원’이 있어 든든했다.

전의면 읍내리에 있는 병원 건물은 1977년 건립했다.

병원은 오래된 환자 차트에서부터 혈압기, 청진기까지 검소하게 꾸며져 있었다.

“전의의원 원장님은 정말 인격적으로도 훌륭하신 분이에요. 친절하긴 또 얼마나 친절하신데요. 병에 대해 차근차근 소상하게 일러 주시고 평소 건강관리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세요. 조치원만 나가려도 꽤 먼데, 전의면에서 오랫동안 지역주민을 위해 진료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요.”

전의면 사람들은 누구나 ‘전의의원’의 신세를 진 기억이 있다.

지금도 하루에 40~50명의 환자를 진료한다는 이 원장은 90세가 되도록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건강비결로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않을 것 ▲운동 ▲음식 절제를 꼽는다.

“건강하려면 바보같이 살아야 해요. 남이 뭐라고 말하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 마음에 담아두면 내 건강만 나빠집니다. 두 번째는 음식 절제가 필요해요. 저는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먹더라도 배가 부르면 숟가락을 딱 놓아요. 소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요. 그리고 운동은 필수입니다.”

이규만 원장의 건강비결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평범한 것이다. 많아야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피부와 외모, 지금도 활기차게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이규만 원장을 보고 있으면 오랜 동안 건강과 활기를 유지하는 것을 도전할 만한 목표라고 여겨진다.

이규만 원장은 병원 뜰 한곳에 간이 국궁장을 마련해 틈이 날 때마다 활쏘기를 한다.
이규만 원장은 병원 뜰 한 쪽에 간이 국궁장을 마련해 틈이 날 때마다 활쏘기를 한다.

“저는 1980년 9월 1일부터 국궁을 해 왔어요. 하반신에 힘을 주고 굳건히 서서 활을 당기면 전신운동이 되지요. 지금도 병원 앞뜰에 간이 국궁장을 만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나가서 활을 쏩니다. 과녁까지 화살을 뽑으러 몇 번씩 다녀오는 것도 걷기 운동이 되구요.”

이 원장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국궁 예찬론자이다.

1980년 처음 관운정에서 활을 잡은 이후 국궁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옛 연기군에 활터를 세 곳이나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국궁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소정면에 고려정, 전동면에 동운정, 소정면 고등리에 고등정을 각각 설립했고 본인의 호를 딴 ‘아성배 국궁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국궁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활을 쏘니 몸이 저절로 꼿꼿해지고 마음도 고요해져 몸과 마음의 건강에 매우 좋은 운동이더군요. 그래도 이 좋은 활쏘기를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활터를 세우기 시작했지요.”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한창 바쁠 때는 밤 늦은 시간에 활터에 나가 수련을 했었다는 이 원장은 지금도 병원 앞뜰에 간이 활터를 마련해 짬이 생길 때마다 나가서 활시위를 당긴다.

이 원장은 소정면과 전동면에 국궁장 세 곳을 마련해 국궁의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사진은 자신이 설립한
이규만 원장은 소정면과 전동면에 국궁장 3곳을 마련해 국궁의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사진은 자신이 전동면에 설립한 동운정에서 호를 딴 아성배 국궁대회를 열고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
1977년에 전의면 읍내리에 지은 '전의의원' 전경
1977년 전의면 읍내리에 지은 '전의의원' 입구의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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