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올해는 ‘상앙’, ‘미생’되어 보시죠”
청탁금지법, “올해는 ‘상앙’, ‘미생’되어 보시죠”
  • 김정환
  • 승인 2023.01.1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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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 정책은 국민 신뢰할 때 '성공'
직무 무관한 사교·친교 목적 5만원, 농수산물 20만원까지 가능
김정환 한국영상대 교수
김정환 세종시 감사위원, 한국영상대 교수

명절만 되면 떠오르는 ‘청탁금지법’, 올 설날에도 이목지신(移木之信)의 신뢰와 미생지신(尾生之信)의 신의로….

‘이목지신’(移木之信)이란 ‘나무 기둥을 옮겨 신뢰를 얻는다’는 뜻이다. 진나라 상앙(商鞅)의 이야기를 기록한 ‘사기 상군열전’(商君列傳)에 나오는 말로, 공직자가 백성을 대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랍니다.

여기 등장하는 ‘상앙’은 전국시대 진나라 통일의 초석을 다신 법치주의자로 어느 날 그가 법을 하나 만들어 놓고 이를 시행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본 ‘효공’이 그 까닭을 물었다.

‘상앙’은 “백성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법을 만들어 놓고 무조건 지키라고 한다면 시간이 지나도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종국에는 나라까지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백성이 법을 잘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정자의 신뢰가 너무도 중요한데 어떻게 하면 그들의 믿음을 얻을 수 있을까? 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한가지 꾀를 내어 도성 남문 근처에 커다란 나무 기둥을 하나 세우고는 “누구든지 이 기둥을 북문으로 옮겨 놓는 자에게는 금 열 냥을 주겠노라”라는 방을 붙였다.

이를 본 백성들은 평소 신의가 없는 관의 행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상금을 다섯 배로 올렸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힘 좀 쓰는 한 남자가 달려들어 나무 기둥을 북문으로 옮겼다. ‘상앙’은 그 약속대로 금 오십 냥을 준 후 제정해 놓은 법을 공포하자 그때서야 백성들은 조정을 믿고 법을 잘 지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렇게 법을 만들거나 국가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국민적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국민도 정당한 절차에 따라 만들어 놓은 법령과 규칙 등 각종 규범을 반드시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시행되는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명정대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상앙’이 새로운 법을 공포하고 1년이 지나자 그 법에 불편함을 느낀 일부 백성들의 원성과 아울러 태자가 법을 위반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상앙’은 태자의 스승을 엄히 처벌하는 등 준엄한 조처를 내립니다. 그 후 10년이 지나자 백성들은 길에 떨어진 물건은 줍지 않았고 나라를 위한 싸움에는 용감하였으며 개인의 싸움에는 겁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만의 굳은 신의(信義)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바친 위인도 있습니다.

논어에 나오는 노나라의 ‘미생’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우직해서 자신의 집에는 없는 간장을 좀 꿔 달라는 이웃의 요청에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뒷문으로 나가서 다른 집에 가서 간장을 꿔다 줄 정도로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미생’이 사랑하는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된 고사가 '미생지신(尾生之信)'입니다.

어느 날 ‘미생’은 강 다리 밑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기로 하였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여인은 오지 않고 갑자기 내리는 장대비로 인해 약속장소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는 ‘미생’의 머리 위까지 강물이 차올라 결국 ‘미생’은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고 합니다.

이런 미생의 행동을 어떻게 보야야 할까요.

위험한 상황에서도 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신의의 화신으로 보아야 할까요? 아니면 쓸데없는 명분에 집착하여 소중한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융통성이 전혀 없는 어리석은 바보로 보아야 할까요.

며칠 후면 설입니다. 설이 되면 우리 전래의 미풍양속으로 전해 내려오는 명절 문화인 선물을 주고받는 훈훈한 정을 나누게 되지요.

선물하면 또 떠오르는 게 총 24개 조항의 초미니 법이지만 난해하면서도 잘 지켜지지 않은 ‘청탁금지법’일 겁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7년째가 되어 이제는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본인이 직접 적용하려고 하다 보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이 받는 선물에만 적용되며 친척, 친구, 연인, 이웃, 퇴직공직자 등 받는 사람이 공직자가 아니면 선물은 금액 제한이 없습니다.

또한 직무와 관련이 없는 공공기관 내 직장 동료들 사이, 공직자인 지인·친척 등에게 주는 선물 등은 10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같은 공공기관 소속 공직자 사이인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또는 공공기관이 그 소속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선물은 금액 제한이 없습니다.

직무 관련 공직자에게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의 목적으로 주는 선물은 5만 원까지 가능하며 올해 명절 기간 (작년 12월 29일~올해 1월 27일) 30일 동안은 농·수·축·임산물 및 그 가공품은 20만 원까지 가능합니다.

다만 공직자의 직무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경우에는 일체의 선물도 주고 받을 수 없고 금전, 유가증권(상품권·기프티콘 등), 접대·향응, 편의 제공은 선물에 해당하지 않아 5만 원 이하라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설에도 훈훈한 인정으로 주고받는 선물 속에 법을 만들어 놓고 어떻게 하면 백성들에게 잘 이해를 시키고 공명정대하게 집행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진나라 ‘상앙’과 우매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불사했던 ‘미생’이 되어 봄시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호 신뢰와 상식이 통하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과 함께 모두 모두 즐거운 설이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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