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안성 고속도로 터널 밑 봉대리 주민들, 한시름 놓는다
세종~안성 고속도로 터널 밑 봉대리 주민들, 한시름 놓는다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3.01.11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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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동면 아람달서 국민권익위원회 현장조정회의 열려
봉대리 주민 대표로 성낙철 이장, 조정안에 서명… 일단락
권익위, 주민들-한국도로공사-세종시 만족하는 조정안 제시
11일 전동면 아람달 교육관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집단민원 현장조정회의에서 세종시 전동면 봉대리 송낙철 이장(가운데 파란색 점퍼를 입은 사람)이 조정안에 서명하고 있다. 뒷줄 탁자 가운데 앉아 있는 사람은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부위원장.

세종~안성 고속도로 터널 공사 현장 밑에 있는 마을 주민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걱정을 덜게 된 이들은 주로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세종시 전동면 봉대리 주민 171명으로, 50대에서 80대가 대부분이다.

11일 가 본 이 마을은 산지에 둘러싸여 있어, 경사면에 농가주택들이 자리 잡고 있고 폭 3m를 넘을까 말까 한 마을 안길이 굽이굽이 돌고 있다.

마을 뒷산 중턱에 고속도로 터널이 뚫리고, 농가주택들이 자리 잡은 경사면 위로 교량이 세워질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고속도로 터널 굴착 공사를 위한 트럭들이 폭 3m에서 5m에 불과한 마을 안길을 오가게 되면, 교통사고 등의 우려와 불편이 커지고 ▲터널 굴착을 위한 사전 공사가 시작되면서 80여 가구 중 30여 농가의 상수도가 말라, 지난해 무더운 여름철에도 화장실에서조차 수돗물을 쓰지 못하는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동네 상수도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공급하는 이른바 마을상수도. 주민들은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공사를 하면서 마을상수도 관정을 건드려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도로공사와 시공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을 해 왔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작년 상반기부터 한국도로공사, 세종시 등에 민원을 넣었으나 만족할 만한 해결책을 받지 못했다.

이어 주민들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한 결과 최근 조정안이 제시됐고, 세종시와 한국도로공사는 물론 마을 주민들도 동의에 이르게 됐다. 

그 사이 국민권익위 소속 조사관들이 수 차례 현장조사를 나왔고, 조정과 중재를 위한 회의도 여러 차례 열렸다고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부위원장은 소개했다.

이에 따라 11일 전동면 아람달 교육관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집단민원 현장조정회의에서 제시된 조정안에 3자가 서명, 조정안이 성립됐다.

이날 서명한 3자는 봉대리 이장인 송낙철씨, 이장희 한국도로공사 세종안성건설사업단장, 이두희 세종시 건설교통국장 3명이다.

현장회의 주재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부위원장이 했다. 

11일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집단민원 현장조정회의에 앞서 진행된 현장방문에서 참석자들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오른쪽 야산 중간 나무가 없는 경사면이 세종~안성 고속도로 터널 굴착 예정지이다. 앞줄 왼쪽부터 이두희 세종시 건설교통국장, 성낙철 봉대리 이장,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부위원장.   

이날 발표된 조정안은 ▲세종시 29번 시도에서 고속도로 터널 공사 현장까지, 한국도로공사가 마을 안길 700m를 폭 6m로 확·포장해 공사용 차량들이 드나들고 ▲마을 안길 확·포장에 편입된 사유지 임대료는 한국도로공사가 부담하며 ▲고속도로 공사 완료 후에는 세종시가 편입된 사유지를 매입, 보상을 하고 ▲넓어진 마을 안길 700m를 농어촌도로(법정 도로)로 지정하도록 세종시가 추진하며 ▲이 마을 상수도를 지역상수도로 바꾸는 공사를 세종시가 한다는 것 등이다.

당초 한국도로공사는 쟁점이 된 마을 안길 700m를 폭 6m 도로로 확장해 사용한 다음, 고속도로 터널 공사가 끝나면 원상복구 하겠다는 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그러면 국가 예산낭비 아니냐? 한국도로공사가 편입되는 사유지를 매입, 도로 확장 공사를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요구해 왔다.

한국도로공사 현장 관계자는 “우리는 고속도로를 만드는 기관이지, 국도나 지방도를 만드는 공사가 아니다. 관련 법률 등 때문에 국도·지방도 공사를 도저히 할 수가 없다”며 “주민들 제안과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정도로 전환은 세종시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고, 물 공급을 위해 새로운 우물을 팠으나 실패해 상수도 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주민들에게 물탱크 등을 이용해 수돗물 공급을 해 왔다”고 말했다.

이 곳에 지역상수도를 공급하기 위한 공사는 이미 착수돼 진행되고 있다.

이두희 세종시 건설교통국장은 “작년에 상수도 공사가 시작돼 관로는 거의 다 매립을 했다. 올해 상반기 안에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이번 조정은 한국도로공사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주민들의 숙원인 고속도로 건설로 발생한 피해를 함께 해결한 모범적인 사례”라면서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나가는데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시 29번 시도에서 갈라지는 전동면 봉대리 마을 안길 입구, 대부분 안길이 폭 3m정도로 좁다. 오른쪽 담벽에 고속도로 공사 차량 진출입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019년부터 세종시 연기군 전동면 봉대리 뒷산을 관통해 경기도 안성까지 연결하는 세종-안성 고속도로 3공구 건설공사를 하고 있다. 제한속도는 시속 120㎞로 설정해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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