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변명, 핑계 대신 쿨하게 사과합시다"
"새해엔 변명, 핑계 대신 쿨하게 사과합시다"
  • 김선미
  • 승인 2023.01.0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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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칼럼] 사과, 그리고 KFC와 FCK...“자신감 넘치는 리더십 표상”
정치인부터 기업인까지 사과에 인색한 우리사회, "덮으러면 더 커져"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KFC’ 하면 무엇이 연상되나요? 패스트푸드와 닭튀김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당연히 KFC라는 단순한 로고와 푸근한 모습의 할아버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FCK’는? 이를 보며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KFC’와 ‘FCK’, 지금까지도 기업의 위기극복 사례로 회자되고 있는 아주 유명한 일화다.

교수들이 선정한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다.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잘못이 드러나도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는 얘기다.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된다는 강박 때문이다. 2위는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의 ‘욕개미창(欲蓋彌彰)’였다.

‘과이불개(過而不改)’와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패배자가 된다는 강박

앞에서 언급했던 ‘KFC’와 ‘FCK’로 다시 돌아가 보자.

2018년 2월 영국 각지의 KFC 매장에서는 난리가 났다. 치킨집에 치킨이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배송업체가 닭고기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다.

KFC 매장들은 임시 휴업을 해야했고 당연히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KFC 브랜드 평판과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KFC는 발 빠르게 영국의 주요 신문에 사과 광고를 냈다. 발 빠른 대응도 대응이지만 파격적인 광고가 눈길을 끌었다.

KFC의 영국 치킨사태, 우리가 다아는 그 단어 ‘FCK’ 유머로 위기극복

치킨 바구니에 ‘KFC’라는 로고 대신 앞뒤 철자를 바꾼, 우리가 다 아는 그 단어를 연상케 하는 ‘FCK’를 쓴 것이다.

아래에는 “WE´RE SORRY”라는 문구와 함께 이름을 살짝 비튼 비속어에는 ‘KFC’를 향해 고객들이 내뱉을 법한 불만과 이 같은 사태를 자초한 데 대한 자책을 담은 이중적 의미였다. 변명과 핑계가 아닌 솔직한 사과 후 브랜드 평판과 신뢰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죄송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사회를 뒤흔든 커다란 잘못을 해놓고도 솔직하게 인정하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다 여론에 등 떠밀려 하는 영혼 없는 사과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그 유쾌한 파격이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죄송합니다.”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판에 박힌 영혼없는 사과문화

우리사회는 정치인이든 기업인이든 사과에 유독 인색하다. 사과를 하는 순간 패배자가 된다는 강박 때문이다. 최근에 일어난 한 유명 식품업체만 해도 그렇다.

공장 내 사고로 직원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처음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던 대기업은 불매운동에 직면해야 했다. 몇 해 전 떠들썩했던 본사의 대리점 갑질에도 사과를 도외시했던 유명식품업체 역시 아직까지도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들보다 더 심한 게 정치인과 위정자들이다.

자신들의 발언이나 행동, 정책 결정 등이 문제가 되면 소나기를 피하자는 심산에서 앞에서는 사과를 해놓고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가 달라지고 말을 바꾸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앞에서는 사과, 뒤돌아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 말 바꾸는 그들

가까운 예로 지난해 도심 한복판에서 150여 명이 넘는 젊음이 스러져가 대형참사에도 아직까지 책임은커녕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변변한 사과조차 없다.

대통령부터 주무장관, 현장책임자에 이르기까지 조건과 전제를 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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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는 것은 자신감 넘치는 리더십의 표상이다.” 사과전문가 존 케이도(John Kador)의 말로 사과도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사과를 하고 사과문을 낸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들이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솔직한 사과를 할 때 KFC의 예에서 보듯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발뺌과 어설픈 사과는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대형참사에도 책임은커녕 진정성 있는 변변한 사과조차 없어

새해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개인이든 기업이든 정부와 지자체든 잘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핑계를 대거나 망설이지 말고 쿨하게 사과하는 법을 배우자.

물론 사과가 너무 잦으면 곤란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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