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줄여 미화관리원 휴게소, "말이 되나"-"왜 안돼?"
경로당 줄여 미화관리원 휴게소, "말이 되나"-"왜 안돼?"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3.01.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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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모 아파트 경로당 일부, 미화관리원 휴게시설로 용도변경 검토
입주자대표회, “법 규정 맞는 휴게시설 경로당밖에 없어 불가피” 주장
노인회, “세종시 508개 경로당 중 이런 경우 없어, 입대위 결정 서운해”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로당 일부를 용도변경 후 미화관리원 휴게시설로 사용하려고 하자 해당 아파트 노인회가 반발하고 있다.(사진은 아파트단지 경로당 입구)

세종시에 있는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로당 일부를 분할해 미화관리원 휴게실로 변경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아파트 노인회가 반발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입주자 대표회에서는 법 개정으로 인한 의무사항을 강조하면서 강행처리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노인회에서는 노인 무시와 학대행위라고 항의하고 있어 외부 관련기관의 중재 등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해결될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지난해 8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으로 모든 사업장에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되는 제도의 시행으로 시작됐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등 직종 2명 이상을 고용한 10인 이상의 사업장에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에도 환경미화원 등의 휴게시설 설치가 불가피해졌고 노인회가 사용하는 공간을 분할해서 미화원 휴게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게 입주자 대표회의 입장이었다. 

2019년 3월 입주한 해당 아파트는 998세대 아파트단지로, 입주 초기에 노인회가 결성되지 않아 그동안 미화관리원이 경로당을 휴게시설로 사용해왔다. 

지난해 10월 이 아파트단지에 36명의 회원과 함께 노인회가 등록돼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라 경로당으로 등록하고 공간을 내어줄 것을 요구, 노인들을 위한 휴식공간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아파트 관리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이 필요해지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로당 일부 공간을 미화관리원 휴게시설로 용도변경을 결정하고 입찰공고를 내어 분할 공사를 하려 했으나 노인회의 반발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남준일 아파트단지 노인회장은 “노인회가 설립돼 현재 36명이 모였는데 넓지도 않은 경로당을 분할해 미화관리원 휴게실을 만들겠다고 입주자 대표들이 일방적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며 "세종시 아파트단지에서 경로당을 분할해 미화원 휴게실을 만든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서운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이어 “고령화시대에 늘어나는 노인들의 유일한 복지공간을 빼앗은 것은 노인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행위”라며 “입주자대표회의는 다른 공간을 찾아 미화관리원들의 휴게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로당은 미화관리원의 휴게시설로 사용되며 할머니방에는 매트와 침구 등의 설비를 갖추고 부엌도 사용한 흔적들이 있었다.
현재 경로당은 입구에 노인회원외 출입금지라는 문구는 있지만 이미 미화관리원의 휴게시설로 사용되며 할머니방에는 매트와 침구 등의 설비를 갖추고 부엌도 사용한 흔적들이 있었다.

 입주자대표회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단지는 법적으로 미화관리원의 휴게공간을 갖춰야 하며 이를 갖추지 못하면 15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며 “다른 공용공간도 검토했지만 미화관리원 측에서도 사용하던 경로당 일부를 원하는데다가 경로당 이용도 많지 않아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로당은 주민 공용 공간으로 998세대 입주민 모두의 재산이지 노인회의 재산은 아니지 않냐”고 반문한 뒤 “전체를 용도변경 하려는 것도 아니고 일부를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못하게 하는 것은 노인회의 욕심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영 대한노인회 세종지회장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세종시라지만 경로당 공간을 축소해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나중에 경로당 이용자가 늘어날 경우 대책이 있느냐" 며 "모두 늙는데 노인을 공경하지는 못할망정 입주 당시부터 주민 공공시설로 갖춰진 경로당 공간을 입주자 대표 몇 사람이 용도변경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아파트단지 경로당은 방 3개와 거실을 갖춘 155㎡형으로 남·여 구분된 방과 거실, 부엌을 갖추고 있다.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 노인회는 경로당 용도변경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노인의 쉼터를 없애지 말아줄 것을 호소했으나 현수막은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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