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앞 눈치우기, 시민의식 필요하다
내 집앞 눈치우기, 시민의식 필요하다
  • 임재한 시민기자
  • 승인 2022.12.30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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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언] 임재한 세종시 문화 해설사, 세종 FM 방송 진행자
안전도시 세종, 시민이 함께 만든다... 참여하는 시민의식 필요
선진국, 법령으로 강제... 관공서가 집앞까지 치우라는 건 무리

올해는 전례없는 폭설로 빙판 길이 잦아졌다. 자칫 낙상사고라도 당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만다. 눈이 오면 예전에는 내 집앞은 내가 쓰는 게 상식이 되었다. 하지만 아파트 중심의 주거문화에다 개인주의가 만연하면서 아무도 눈을 쓸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는 안전한 세종시를 만들기가 어렵다. 임재한 문화해설사가 기고를 보내왔다./편집자 씀

임재한 방송진행자

작년 12월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는데, 세종시가 지역안전지수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최고로 안전하다고 하니 시민으로서 안심도 되고 세종시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된다.

세종시가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이유가 여럿 있겠지만, 신행정수도 입지선정 때부터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한가를 주요 평가요소로 삼았던 것도 그 중 하나다. 세종시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내륙 중심에 위치하면서 역사적으로도 지진, 풍수해 등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지역이다.

지난 12월 21일 전국적으로 기록적 폭설이 있었다. 도로정체와 교통사고가 빈번했던 전라도와 서해연안과 달리, 다행히도 세종시는 신속한 제설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다만, 세종시도 인도와 상가 앞, 이면도로와 골목길 등은 아직도 군데군데 결빙이 남아 있는 걸 보면, 제설이 여전히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종시가 제일 안전한 지역이란 걸 감안하면, 완벽하지 않은 제설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의 역량을 탓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짚어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사실 세종시가 지역안전지수 1위를 차지한 이유는 화재, 감염병, 범죄, 자살, 교통사고, 생활안전 등의 평가지표에서 보듯이 지방정부의 시책이나 역량보다는 세종시민들의 특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시민 개개인이 어떤 안전의식을 가지고 각종 사고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좋은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종시민 개개인의 역량이 전국에서 제일 우수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내 집 앞, 내 가게 앞 그리고 골목길에 쌓인 눈까지 시에서 다 치우길 바란다면, 이는 지방정부에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는 것이며 그게 가능하더라도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들은 놓치게 되는 또 다른 위험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실제로 자연재해대책법 제27조는 주택이나 상가 등의 관리자가 대지와 붙어 있는 인도, 보행자도로 및 이면도로의 제설을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도나 보행자도로라 하더라도 건물과 연결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사유재산의 관리를 책임지는 시민이 직접 눈을 치우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 한솔동 일대 인도에 쌓인 눈을 주민들이 치우고 있다. 자료사진

자기 집이나 가게의 주변의 눈을 치우도록 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은 눈 치우는 의무를 시민에게 부과할 뿐 아니라 치우지 않을 경우 당사자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강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내일모레 다시 대설이 예보되고 있다. 으뜸 세종시민의 역량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최고로 안전한 세종시가 되는 것은 우리 시민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이고, 행정수도를 넘어 미래전략수도로 나아가는 것도 결국 세종시민의 품격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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