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세종시 공원 바닥분수, 음악분수로 바꿔라…?
멀쩡한 세종시 공원 바닥분수, 음악분수로 바꿔라…?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12.22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촌동 제천뜰 근린공원 분수 온전… 음악분수로 교체 설계비 1억 책정
임채성 의원 요구로 시의회 예결특위서 수립 통과, 원래 요구는 20억원
시설물 노후화 개선사업 명목… 올해 고장난 적 없고, 낡은 시설도 없어
세종시 종촌동 제천뜰 근린공원 바닥분수. (사진=세종특별자치시 공식블로그)

“멀쩡한 공원을 파헤칠 돈이 있다면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른 분야에 썼으면 좋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철이면 수영복 입은 많은 꼬마 어린이들이 바닥분수에 와서 노는데, 음악분수로 만들면 더 많이 오긴 하겠지요.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클지는 의문이 듭니다.”

세종시 종촌동 제천뜰근린공원 바닥분수를 음악분수로 바꾸기 위한 설계비 1억원이 세워졌다는 소식에 이 동네에 사는 일부 주민들의 반응이다.

제천뜰 근린공원 바닥분수는 방축천 음악분수와 자동차용 도로로 1.1㎞ 떨어져 있다. 사람이 걸어가면 15분가량 걸리는 거리이다.

종촌동 인근 도담동에 사는 한 시민은 “방축천 음악분수도 여러 번 보면 공연 패턴이 똑같아서 신선함을 느끼지 못하고 심드렁해진다. 이런 판에 지척에 음악분수를 또 만들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세종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시 예산안 심의를 위한 세종시의회 제75회 정례회 예결특위는 이 설계비 1억원을 처리, 본회의를 통과했다.

설계비 1억원은 집행부인 세종시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는 항목으로, 종촌동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임채성 의원(행정복지위원장)이 요구해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채성 의원은 당초 20억원 수립을 요구했으나, 논의 끝에 설계비 1억원 수립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예산 수립 명목은 ‘노후화 시설 개선사업’.

이에 대해 세종시 공원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은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바닥분수 가동을 하지 않았다. 올해 7~8월 두 달간 가동하면서 고장이 한 건도 없었다”면서 “어린이들이 놀다가 바닥분수 노즐에 흙이나 핀을 넣어서 막히는 바람에 저희가 빼낸 경우는 있었다. 이것은 고장이라고 할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 7~8월, 청소하는 월요일을 뺀 주 6일간 낮 12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간당 30분씩 바닥분수를 틀었다”면서 “주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인근의 다른 동네 시민들도 도시락 싸들고 온다”고 말했다. 

제천뜰 근린공원은 지난 2015년 9월 세종시가 LH 세종특별본부에서 인수해, 7년 동안 관리하고 있다. 완공된 지 만 10년도 안 된 공원이다. 시민들이 보기에 낡거나 오래되고 고장난 시설물은 없는 상태다.

세종시의회 예결특위의 한 위원은 “지난 13일과 14일 밤을 새우면서 내년도 시 예산안 심의를 했다. 제천뜰 근린공원 바닥분수 교체 건 등 여러 쟁점이 있었다”면서 “지역구를 가진 의원의 지역구 사업에 대한 노력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역구 사업을 위해 저렇게 해도 되는 건지, 좀 불편한 마음은 들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어 “많은 이야기가 오간 끝에, 우여곡절 끝에 아시는 대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임채성 의원님이 ‘종촌동 시민과의 대화에서 많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바닥분수를 음악분수로 해 공연을 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설계비 1억원이 집행되면, 가로세로 각각 20m씩인 제천뜰 근린공원 바닥분수를 음악분수로 바꾸는데 총사업비가 얼마인지 산출된다. 지금 총사업비가 20억원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 방축천 음악분수 (사진=세종시)

임채성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회의중이다. 잠시 후 전화하겠다’는 문자메시지가 온 뒤 22일 오후 현재 전화를 받지 못했다.

임채성 의원은 이와 관련, 다른 매체의 질문에 “워낙 오래된 분수 시설이다 보니 노후됐고 잦은 고장이 있었다. 시민과의 대화에서 꾸준히 요구가 올라와 이번에 검토하게 됐다”며 “관상용이 아닌 물놀이가 가능한 음악분수로 방향을 잡았다. 신도심에서 가장 먼저 생긴 분수여서 새로운 변화 요소도 절실했다. 내년 추경 예산 반영 과정에서 증액 등의 노력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