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의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 있어요"
"제 삶의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 있어요"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12.19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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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40년 보육인생 마감하는 김인숙 죽림어린이집 원장
"아이는 꿈이 담긴 씨앗"...20일 정부 포장으로 보육인생 마감
40년 보육인생을 마감하는 김인숙 죽림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로 인해 제 인생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는 꿈이 담긴 씨앗’입니다. 제 삶의 중심에 늘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로 인해 제 인생도 있었고요.”

약 40년 보육 인생을 오는 12월 말로 졸업하는 김인숙 죽림어린이집 원장(65)을 지난 16일 오전 11시 외길 인생의 반려자와 같았던 조치원읍 죽림리 어린이집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이들 중심’이라는 말을 맨 먼저 꺼내면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아이들이 건강한 열매로 이 사회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른들의 몫”이라고 강조하고 시인 장석주의 ‘대추 한 알’을 인용했다.

불거지기까지 대추가 겪어야 할 과정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같다는 뜻으로 ‘태풍’, ‘천둥’, ‘벼락’이라는 시련과 건강한 잠재력을 싹 틔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말로 들렸다.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도 많았지만 안전과 위생 등의 문제로 초긴장 상태로 살아왔다고나 할까요. 보육인들은 거의 비슷한 생활을 하죠. 40년을 문제없이 살아온 건 주변 분들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이른바 ‘대과(大過)없이’ 지낸 건 후배들과 지역사회의 도움이 컸다는 얘기였다. 평생을 지켜온 보육(保育)은 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보육은 1백년 농사죠, 인격형성의 중요한 시기에 어린이 집을 이용하는데 교직원들이 보호와 교육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져야 해요, 물론 사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는 보육인들의 노고를 생각해줘야 하고요. 인격 형성의 결정적 시기에 보육을 한다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1982년 죽림어린이집 교사로 시작해 세종시 출범이후 어린이집 연합회장을 맡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정년퇴직과 함께 정부포장을 받는다. 사진 맨 왼쪽 아래에서 두번째가 김인숙 원장

김원장의 보육인생은 1982년 4월 죽림어린이집 교사로 취업을 하면서 시작됐다. 꼭 11년 만에 교사에서 원장으로 책임자가 된 이후 충남보육시설연합회 부회장을 거쳐 2014년부터 6년간 세종시 어린이집연합회장을 맡아 보육환경 개선에 앞장 서왔다.

“우리 아이들이 현재도, 미래도 행복할 수 있도록 영유아 중심의 보육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특히 저출산 시대를 맞아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할 때 사회는 안정되지요. 영·유아를 존중하는 보육, 교육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보육교직원의 전문성 함양도 더 필요합니다.”

대외활동을 통한 보육환경 개선에 앞장서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세종시와 교육청이 핑퐁게임을 하자 “아이들 가지고 그렇게하지 마세요”라며 ‘세종의소리’와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여론을 조성하기도 했다.

특히, 아직도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는 유보통합과 관련, 걱정과 함께 속히 이뤄지길 희망했다.

“어린이 집을 다니든 유치원을 다니든, 도시에 살든 농촌에 살든, 부자든 가난하든 환경에 상관없이 차별없는 정부정책이 필요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행복할 권리가 지켜지도록 유보통합이 하루 속히 이뤄졌으면 해요.”

‘한번 보육인을 영원한 보육인’이라는 선배 원장의 말을 좌우명으로 삼아오면서 보육인 대회에다 사랑의 동전 모으기 등 세종 보육인을 하나로 묶는 일을 마다 않고 앞장서서 해왔다.

그것이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40년 보육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정부 포장이라는 큰 상이 주어졌다. 훈장 다음에 포장이니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국에서 훈,포장이 각각 1명만 수여돼 희소성이 수상을 더욱 값지게 해주고 있다.

평생을 바쳐온 죽림어린이집에서 직원들과 함께 업무를 상의하고 있다. 

그는 “어려움 속에서도 귀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응원과 지지를 해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며 “퇴직하는 저에게 커다란 선물을 주셨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시상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콘래드 호텔에서 있을 예정이다.

김원장이 평생 직장으로 살아왔던 죽림어린이집은 분신과 같은 공간이었다.

“죽림어린이집은 아이들과 같은 제 인생이죠. 가정보다 더 많은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으니까요. 밤낮없이 어린이 집만 생각하고 살아왔어요.”

신축 후 물소리가 계속 들리자 교실에서 잠을 자면서 원인을 찾으려고 했던 일화에다 지적 장애 어린이들을 보살핀 일 등이 죽림어린이 집에 오버랩됐다. 이제는 기억의 저 편에 있지만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같은 추억이었다.

열심히 한 결과는 ‘열린 어린이 집’ 선정으로 돌아왔다. 2017년도 일이었다. 영유아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교사, 원장 등 구성원들간에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한 것이 좋은 성과를 가져왔다.

“2019년에는 누리과정 시범기관으로 참여해 현장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어요. 교사 주도 교육에서 벗어나 유아 및 놀이 중심의 어린이 집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김원장은 인터뷰를 하면서 ‘아이 중심’이란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만큼 평소보육의 중심에는 아이가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한 것으로 보였다.

2008년 죽림어린이집 신축 이전 준공식 장면 

아이중심의 보육과 치열했던 유보통합을 위한 노력, 그리고 누리과정에서의 현장 목소리 대변 등등...이제는 세월과 시간이 흘러 내려 놓을 시점이 다가왔다. 그게 바로 10여일 앞이다.

“지금은 덤덤하니까 넘어갈 수 있는데 막상 떠나고 나면 굉장히 생각도 많이 날텐데...”라고 말끝은 흐리며 “미련보다는 내 인생의 일부분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이별의 노래를 대신했다.

만약에 어린이 집을 위해 해결할 수 있는 딱 한가지 능력을 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유보통합”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터뷰 후 점심을 함께 하면서 세종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분과위원으로 활동했던 일과 어린이 집 연합회 주관 보육인의 날, 사랑의 동전 모으기 등 지나간 일을 회고했다.

한번 해병이 아니라 ‘한번 보육인을 영원한 보육인’이라는 말이 진하게 느껴졌다.

2018년 어린이집 연합회 주관으로 실시된 사랑의 동전모으기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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