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갑의 시로 읽는 세종] 우중충 희뿌연 아스라함에...
첫눈 맞으며 가는 길
우중충 희뿌연 아스라함에
차가우면서도 포근한 바람
걷는 길 취기 어린 눈 날린다
얼굴에 닿아 상큼하게 녹고
서 있는 나뭇가지에 쌓이고
잔디 위에도 내려앉는다
낙엽에 사르륵 살짝 하강하는
오히려 아늑한 체온으로
마늘밭 사뿐 덮는 서화
흐르는 개울로는 익사하지만
어깨에 살며시 안착하는 것은
지난날로 세월 끌고 간다
되돌려지는 아련한 영상
들려오는 기합 하얀 한파
축축지근 엉기는 먼발치 굴뚝
저편 추억이라서 고울까
본향이라서 아름다울까
방고래로 아득 빨려드는 송이
어느새 다다른 둑 설중
그래도 지금 길 이리 뿌듯한 건
그대 있는 나이기 때문
저작권자 © 세종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