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어른, 부끄러운 사람들..."축제 참가자 비난하지 말라"
부끄러운 어른, 부끄러운 사람들..."축제 참가자 비난하지 말라"
  • 김선미
  • 승인 2022.11.01 1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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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칼럼] 사망자 155명 등 3백명이 넘는 사상자낸 이태원 사고
"파티에 간게 죄는 아니다", 사고 때마다 젊은 이 희생, 무대책이 문제

부끄러운 어른 부끄러운 사람들, 참가자에 대한 비난과 혐오 멈춰야

대참사의 날, 정부‧지방자치단체의 무대책이 앗아간 156명의 젊은 생명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이제 핼러윈 데이는 더 이상 익살스럽거나 무서운 표정의 호박 랜턴, 어린이들이 사탕과 과자를 받으러 다니는 이색적이고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15분,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되는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믿기 어려운, 수백 명의 인명 피해가 난 ‘대참사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핼러윈 데이의 악몽’은 무대책이 빚은 ‘예견된 참사’.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사고 원인이다.

2022년 10월 29일 밤 10시15분, 재난영화를 방불케 한 사고에 무너지다

#. 사고도 끔찍하지만 서 있는 채로도 죽을 수 있는 참혹한 현장에서 보여진 인간성의 양극화는 우리를 또다시 참담하게 한다.

생사를 넘나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길바닥에 즐비하게 누워있던, 울부짖음과 사이렌 소리가 가득한 비극의 현장은 두 부류의 인간군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뭐라도 해보려고 몸을 사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그 일부가 보여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일말의 공감도 없는 행태들. 극명한 대비를 보인 이들이 진정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사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현장에서 구호 활동을 하던 한 의사도 사고 현장을 보고도 “아X, 홍대 가서 마저 마실까?” 라고 말하는 걸 듣고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했다.

비극의 현장서 보여진 두 부류의 인간군상, 성숙한 시민의식과 악마의 파티

또 다른 목격자도 출동한 구급차 앞에서 커다랗게 음악을 틀고 펄쩍펄쩍 뛰며 떼창을 하고 돌아가라는 안내에도 구경하며 사진 찍던 사람들이 더 끔찍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알려진 후에도 현장 인근 골목길에서는 젊음의 만끽이 아닌 ‘악마의 파티’가 이어져 경악케 했다.

클럽 앞에는 대기줄까지 늘어섰는가 하면 심지어 “이태원 압사 ㄴㄴ 즐겁게 놀자”는 어느 클럽의 전광판 사진도 SNS에 게시됐다고 한다. 사고 다음날도 다른 장소에서는 핼러윈 파티가 계속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에 세계가 더 놀랐다며 긴급 뉴스와 현장의 모습을 생중계하던 외신들도 이 같은 일부의 행태를 지적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진짜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일이라고 말이다.

구급차 앞에서 음악 틀고 춤추며 떼창, 이게 가능하냐고? 사고보다 더 끔찍

#. “경찰 소방 인력을 더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광화문 시위와 소요로 경비병력이 분산됐다”

국민의 재난안전을 총괄 지휘하는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은 안이한 상황 판단과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세종시교육청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 추모 분위기에 동참한다. (사진=세종시교육청 누리집 대문 화면 캡처)
세종시교육청은 이태원 사고와 관련 추모 분위기에 동참한다. (사진=세종시교육청 누리집 대문 화면 캡처)

재난 안전 책임 장관으로서 안이하고 경솔한 것은 물론 참사 책임을 광화문 시위 탓으로 전가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전날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은 후에도 이 장관의 궤변은 계속됐다. 이 장관은 31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도 “경찰 소방 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상식적인 사람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자신만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재난안전 총괄 지휘하는 이상민 행안부장관의 책임 전가하는 듯한 궤변

안전펜스 하나 없는 후진국형 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대참사 앞에서 명색이 안전관리에 책임을 져야하는 주무 장관의 태도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발언이다.

이전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하더니만 상황 파악 안 되고 공감능력 부족한 인물을 책임 있는 자리의 수장으로 앉힌 기막힌 안목(?)에 혀를 차게 된다.

어쨌든 대통령까지 정부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며 사고수습 전면에서 나서고 있는 판에 주무장관의 반복되는 궤변은 분노지수를 높이며 뒷목을 잡게 한다. 오죽하면 전직 국정원장은 대놓고 “그 입을 봉하라”고까지 일갈했을까.

주무장관의 안이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 분노지수 높이며 뒷목 잡게 해

“질문 받으면 모두 답해야 하나요?”

사고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첫 브리핑에서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인 김성환 차관은 부실답변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사회자에게 이렇게 따지듯 물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주모부처의 장‧차관의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과 부적절한 발언들, 행안부 더 나아가 정부의 민낯을 본다.

무슨 죄가 있다고? 축제에 간 젊은이들 책임 아닌 정부 지자체 책임

#. 술과 유흥에 빠지고 분위기에 휩쓸린 일부 참가자들의 일탈은 비극의 현장을 ‘악마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무 잘못도 없는, 단지 놀고 즐기려 했던 호기심과 활기가 넘치는 젊은이들이 비난과 혐오의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최악의 참사 앞에서 “왜 거기를 놀러 갔느냐” “죽어도 싸다”. 증오와 혐오, 조롱으로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만행을 자행하는 이들이 있다. 기시감, 어디서 많이 보던 모습 아닌가?

세월호 사고 때 “왜 배 타고 수학여행을 갔느냐?” 며 푸르디 푸른 나이에 생목숨을 잃은 학생들을 향한 책망과 비난 말이다. 수학여행을 가고, 파티에 간 게 죄는 아니지 않은가?

익명에 숨어 쏟아내는 혐오와 비난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참사의 책임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은, 축제에 갔던 그들이 아니라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에 있다. 비난과 질책은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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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사람 2022-11-03 22:00:25
굥과 국힘당을 찍은 사람들, 부끄러운 줄 아세요.
명쾌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