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인동 정원, 부부 열정으로 무럭무럭 커갑니다"
"목인동 정원, 부부 열정으로 무럭무럭 커갑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8.31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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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인] '사람과 나무, 함께 한다'는 목인동 주인 이용길-박영숙 부부
"어릴 적 꿈 잊지 못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힐링 공간 조성 위해 최선"
세종시 민간정원 1호... 후계자 육성, 경영안정, 진입로 문제 해결해야...
어릴 적 꿈을 동경하면서 목인동을 가꿔 나가는 이용길 대표. 지난해 세종시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됐다. 

“어렸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어요. 할아버지 복숭아 농장 일을 도와주면서 나무를 알았고 꽃과 함께 걸었던 시골길이 늘 그리웠습니다.”

60대 중년 부부가 나무와 꽃, 그리고 산야초를 가꾸면서 노년의 행복을 찾아가는 곳이 있다.

세종시 전의면 신암골길 30-60에 위치한 ‘목인동’(木人同).

‘나무와 사람이 더불어 산다’는 목인동에는 이용길(66)·박영숙(67) 부부가 꿈으로 키우는 마을이 있다.

1만여 평 규모에 1만5000여 그루의 나무와 산채류 1만3000본을 비롯한 꽃과 나무들이 부부의 정성으로 아름다운 정원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

29일 오후 4시 느지막한 시간에 찾아간 목인동에서 이, 박 부부를 함께 만났다. 안종수 세종시 산림조합장과 박경근 전무이사가 동행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농원으로 만들어져 가는 금이산 기슭에는 때마침 내린 가을 비에 초목들이 생기를 띠고 있었다.

“할아버지 농장으로 가는 시골 길 옆에는 꽃이 많았어요. 중흥리로 가는 차가 없어 늘 걸어다녔는데 그 때 진달래로 보았고 길섶에 핀 야생화를 보고 다녔지요.”

이용길-박영숙 부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목인동은 지연친화적인 공간으로 이제는 세종시를 대표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의당면 중흥리가 고향인 이용길 대표는 할아버지는 복숭아 농원, 아버지는 밤 농장, 그리고 공주시내에 살 때에는 집 앞에 포도나무를 키우는 등 성장과정은 ‘나무와 함께’였다.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는 스케치를 하러 갈 때마다 어린 아들을 데리고 다녔고 송사리, 미꾸라지, 버들치, 가재 등을 냇가에서 같이 잡곤 했다. 그게 어릴 적 추억이었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고향이 됐다.

공주사대부고,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외국인 회사에서만 20년 재직했다. 잘 나가는 직장인에도 불구하고 ‘귀농 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동경을 한 번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아내 박영숙도 같은 꿈을 꾸고 있었다.

“서울, 천안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향에 있는 땅을 활용할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마침 아내의 건강도 좋지 않아서 귀농을 결심하게 된 거죠.”

그게 2004년 일이었다.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증폭시켰고 아내의 건강이 귀농의 빌미를 가져다 주었다. 이를 핑계삼아 과감하게 금이산 기슭에 정착했다.

하지만 앞날은 고생이었다. 삽과 괭이, 호미, 그리고 정성으로 1만여 평을 가꿔나갔다. 고난의 연속이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농장일은 부부가 일궈나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큰 힘이 됐다.

목인동에는 텃밭정원이 조성돼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전부 삽으로 일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구석구석 손길이 안 간 곳이 없을 정도죠. 나무와 꽃들이 자라는 걸 보고 보람도 느끼고 요즘에는 체험학습이랑 치유 농업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기분이 좋습니다.”

세상은 부부의 노력에 응답했다. 땀이 녹아 있는 ‘목인동’은 심지도 않았던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산야초도 자생하는 등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됐다. 확트인 시야를 자랑하는 금이산 아래에서 꽃들과 친해지면서 허브 차 만들기에다 들꽃을 이용한 에코백 만들기 등은 이제는 인기 체험코스가 됐다.

약 30분동안 진행된 사무실 인터뷰 후 목인동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안내한 곳은 ‘연리지(連理枝)’, 즉 애틋한 사랑이 하나의 나무로 합쳐지는, 두 그루였다.

목인동 중간쯤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 연리지는 전해오는 얘기와는 달리, 나무에 상처가 나면서 두 가지가 하나로 된다는 게 과학적인 근거였다. 논리적인 얘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연리지에 얽힌 사랑 얘기가 더 애틋하고 다정했다. 목인동 명물이 됐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리고 의지가 있어도 자립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는 게 세상 일이다. 목인동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체 수입으로 경영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꽃차를 만들고 화전, 효소 만들기 등 체험학습을 하고 여러 가지 대안을 찾고 있지만 아직은 조금 부족해요. 장애인들이 많이 찾아오고 요양원 쪽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겨나면서 형편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금이산 기슭에 자리잡은 이 곳에는 연리지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어 명물이 되고 있다. 

희망의 씨앗은 보이지만 부족하다는 얘기였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외부에서 많은 분들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부부가 힘이 있을 때 완성이 되어야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당면한 최대 과제였다.

국립세종수목원에 원예식물 납품도 하고 다양한 체험학습, 민박 체험 등 목인동 부부는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알다시피 나무는 몇 달만 손을 보지 않으면 그냥 풀숲이 되어 버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꽃은 사랑하는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꽃을 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나눔이 필요하기도 해요.”

두 부부가 삽으로 일궈 심은 나무와 꽃은 야생화와 산야초와 어울려 이제 자연농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경영 안정과 후계자 육성, 그리고 진입로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

지난 해 세종시로부터 민간정원 1호로 등록되는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게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는 차고 넘쳤다.

곳곳에는 가을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 때 동행한 안종수 조합장이 거들었다.

“임업인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봐요. 당대에서는 열정과 의지로 꿈을 가꾸는 심정으로 힐링 공간을 마련해도 자체 경영이 안되고 후계자가 없으면 그냥 버려집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부부가 한평생을 같은 방향을 향해 가는 모습은 연리지가 아니더라도 목인동에는 사랑이 넘치고 있었다. 그것도 예쁜 꽃들과 분신처럼 자라는 나무, 체험동산 등은 열정과 정성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저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라고 혼잣말처럼 흘리는 이용길 대표의 말에서 임업인의 어려움을 공감했다. 힘든 고비를 잘 넘기고 목인동이 오래도록 세종시민이 즐겨찾는 힐링센터가 되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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