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생들에게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줘야죠”
“학교, 학생들에게 잘할 수 있는 걸 찾아줘야죠”
  • 김귀준 장영실고 학생기자
  • 승인 2022.08.26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실고 찾은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학생 기자단 인터뷰
진로 고민, 특성화고 취업 대책 놓고 진솔한 대화로 소통
25일 오후 세종시 장영실고등학교 학생기자단 초청으로 학교 스터디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학교에선 학생을 1등부터 꼴찌까지 서열을 매기는 곳이 아니라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줘야죠. 모두가 한가지씩은 잘 할 수 있거든요. 그 학생이 1등인 것을 찾아 주는 것이 학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25일 오후 세종 장영실고 학생기자단 질문에 답하면서 고교생의 눈으로 본 세종교육 현안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문지은 '세종의소리' 기자가 가르치는 ‘장영실고 학생기자단 수업’의 일환으로 최교진 교육감 인터뷰를 요청했고, 최 교육감은 "아이들 일이라면..."이라는 평소의 신념대로 흔쾌히 응해,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학생기자단은 수업시간에 배운 인터뷰 방법 등을 실습하며 세종시 교육을 책임지는 최교진 교육감에게 학생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송우진 학생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장영실고 학생기자단 수업을 받고 있는 15명의 학생들이 미리 친구들에게 최교진 교육감에게 묻고 싶은 것을 수집하고 질문지를 구성해 간담회 형식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다음은 학생기자단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존경하는 인물이나 롤모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존경하는 분을 세 분 정도 꼽을 수 있는데 통일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이며 시인이었던 문익환 목사님, 학생의 바른 교육을 위해 힘쓰신 이오덕 선생님, 그리고 윤영길 선생님이다. 이분들은 예수님이나 부처님처럼 감히 따라할 수는 없지만 본받고 싶은 삶의 귀감이 되는 분이다. 역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목숨까지 걸고 지켜내신 분으로 늘 생각하며 그분들의 삶을 따라가기 위해 노력한다.”

- 진로고민을 해 보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알고 싶다.

“진로고민을 해 봤어야 극복을 하지.”

이 질문에 대해 이런 답변이 나올 지 상상도 못했다. 최 교육감은 가난한 동네에서 친구 중 세 명밖에 가지 못하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교대에  들어갔다고 했다. 그에게 진학고민이라면 돈이 없어 학교를 계속 다녀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의 고민이었다는 말에 장중이 숙연해졌다.

장영실고 학생기자단과 지난해 교육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최교진교육감은 올해는 학교를 직접 찾아 학생기자를 만났다.
장영실고 학생기자단과 지난해 교육청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최교진교육감은 올해는 학교를 직접 찾아 학생기자를 만났다.

- 교사로 재직 당시 학생들과의 관계는 어땠는가.

“학생들은 훌륭한 선생님이라기보다는 독특한 선생님으로 느꼈을 것 같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보다는 오히려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1등부터 전교등수를 학교에 게시하는 일을 반대했다. 학급에서는 숙제를 할 수 없는 학생을 생각해 숙제를 내지 않고 1년동안 친구들을 관찰해 장점을 하나씩 찾으라는 장기 숙제만 냈다. 전교조 활동으로 교직생활을 길게 하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당시 제자들이 찾아오니 고마운 생각이다.”

최교진 교육감의 개인적인 교육철학을 듣다 보니 혁신학교에 대한 그의 생각도 알 수 있었다.

특성화고등학교로서 장영실고가 처한 문제도 알고 있는지 궁금해져 이에 대한 질문도 해 보았다.

- 올해 세종시청에서 고졸 공무원을 1명 선발했는데 지속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수 있는가.

“고졸 학생에게도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공무원 자리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이지만 공무원 수는 정원을 줄이고 있는 중이라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시청과 협의해 도시교통공사라든가 시설관리공단과 같은 시 직영 공사에 정규직 또는 공무직 일자리를 늘려 채용을 늘리도록 노력하겠다.”

- 현재 장영실고 학생들이 실습이 가능한 기관이 적어 양질의 실습이 이뤄지기 어려운데 실습처 확보를 위해 지원이 가능한가.

“실습처 확보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필요하다고 생각해왔고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세종충남대학병원 원장과도 이야기 했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 학생들의 좋은 실습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안전체험교육센터에 장영실고 졸업생이나 재학생을 실습조교로 채용할 수 있는가.

“이를 검토해본 적은 없지만 세종장영실고등학교 보건간호과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지 있다면 선별하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하기에 검토해 보겠다.”

질문이 절반쯤 끝났을 때 마침종이 울렸다. 준비한 질문은 시간이 부족하면 서면으로 답변받을 계획이었지만 학생들의 사소한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하는 교육감의 모습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리를 지키며 자신이 준비한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독서가 미래역량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특히 관심 있는 분야에 더 깊은 전문성을 쌓기 위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좋은 기회가 올 것을 대비해 영어와 중국어 등 외국어 공부를 미리 해 두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번 장영실고 최교진 교육감과의 인터뷰 과정을 IT콘텐츠학과 학생이 직접 녹화하고 편집해 동영상을 만들고 있다. 결과물은 다른 학생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장영실고와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말해달라.

“고등학교에서 전공을 선택하고 졸업 후 바로 사회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멋있다고 생각하며 기대도 상당히 크다. 기대하는 것은 학생들이 굳이 안전하게만 살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양한 노력을 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때로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실패 또한 성장을 위한 밑받침이 되기 때문에 실패를 경험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최 교육감은 을지훈련기간으로 바쁜 스케줄에도 학생들이 준비한 15개의 질문에 모두 답하고 일어섰다.

50분으로 계획한 인터뷰가 100여분으로 길어졌다.

처음 최교진 교육감이 학교에 와서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놀랍고 흥분됐지만 실제 만난 교육감은 동네 할아버지 같은 친근한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최 교육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학생들에 대한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특성화고 진로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세요. 자격증을 따고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취업하는 것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최교진 교육감의 진심어린 충고가 오랜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학생기자가 준비한 15여개의 질문에 하나 하나 성실히 답변하는 최교진교육감
학생기자가 준비한 15여개의 질문에 하나하나 성실히 답변하는 최교진 교육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