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화 등 유물 세종시 기증, 발빠른 대처가 주효했다
고서화 등 유물 세종시 기증, 발빠른 대처가 주효했다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8.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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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기증 뒷얘기] 정확한 정보, 민첩한 대응 등이 기증 성사
세종시, "중요하고 가치있는 유물, 소중한 문화자산으로 활용"
재미교포 김대영씨가 평생 수집해 온 고서화 등 유물 340여점이 세종시로 오게된 이면에는 정확한 정보와 발빠른 대처 등이 주효했다. 사진은 기증품 일부인 도자기

재미교포 소유 고서화 340여 점이 세종시로 오게 된 이면에는 정확한 정보와 빠른 판단, 그리고 공무원의 직업의식이 숨어있었다.

또, 전통과 문화유산이 빈약한 세종시가 ‘문화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번처럼 외부 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 정보 입수 즉시 서둘러 절차를 진행한데다가 기증자 측의 개인적인 사정 등이 한데 얽혀 유물을 성공적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것이다.

재미교포 김대영씨(90)가 평생 수집한 고서화, 도자기 등의 국내 기증 의사는 지난 5월 서울시에 근무하던 천안 출신 김동준 학예사(41)가 세종으로 전입오면서 확인됐다.

서울시청 근무 당시 문화재 당국으로부터 기증의사를 전해 들었으나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세종시로 자리를 옮겼다.

약 3년 전 재미교포 김씨가 평생 모은 고서화를 비롯한 유물 340여 점을 문화재청에 기부 의사를 밝혔고 그게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 소식을 들은 이홍준 문화체육관광국장(현 자치행정국장)을 비롯한 문화재 담당 공무원들이 긴급 회의를 열고 “아직 기부가 되지 않았다면 세종시가 한번 나서보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수소문 끝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 중인 교포 김모씨(90)는 현재 노환으로 국내에서 치료 중이고 기증의사는 여전히 유효한데다가 동생들이 기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더구나 이 집은 형제들이 모두 성공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고 돌아가시기 전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하고 실무적인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그게 이춘희 전 시장 때의 일이었다. 보고를 받은 이 시장은 즉각 추진을 지시했고 지난 달 13일 이홍준 국장을 비롯한 김동준 학예연구사 등 인수팀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기증자 동생들은 지난 달 26일 최민호 세종시장을 방문했다. 

미국 LA 저택에 보관 중인 유물을 직접 확인했고 인수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예상치 않는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바로 변호사를 통한 공증을 요구한 것이다. 세종시에서 특별전시회를 열고 시립박물관 전시 등 약속한 내용을 서류로 작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공증은 불가능했다.

이홍준 국장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벽에 부딪히게 됐다”며 “당황스러웠지만 설득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난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정성이 통했을까. 세종시 측의 약속을 기증자 측에서 믿어주었고 결국 공증없이 유물 이전을 진행하게 됐다. 세종시는 민속박물관 수장고를 5억 원의 예산으로 신축, 기증자의 유물을 맞이하게 됐다.

미국에서 지난 달 21일 추진팀이 돌아오자마자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에게 결과를 보고하자 “수고했다, 의미있는 일을 했다”는 격려를 받아 그동안 노고를 잊게 했다.

귀국 이후 이홍준 국장은 코로나19 감염으로 격리조치 됐고 추진팀원들도 차례로 코로나19를 피해가지 못하는 등 극심한 유물 귀환 후유증을 앓기도 했다.

한편, 기증자 김대영씨 동생들은 지난 26일 최민호 세종시장을 찾아 세종시에서 기증자의 뜻에 맞게 활용해줄 것을 요청했고 최 시장은 “문화가 숨쉬는 세종시를 만드는 데 소중한 자산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시에 도착한 유물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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