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효과 - 후보 수, 전국 최다… “세종시 지방선거 결과 견인”
정권교체 효과 - 후보 수, 전국 최다… “세종시 지방선거 결과 견인”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6.03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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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소리 취재기자 방담] 행정수도, 집권여당 수월할 것 기대감 작용 커
후보에 대한 피로감도… 불리한 여론조사 뒤집을 공약, 선거운동 변화 부재
중앙당 헛발질도 기여… 일부 함량 미달 시의원 후보 등장, 당내검증 의심 사
법정 선거운동 기간은 13일이었지만 대선 국면에서부터 시작된 세종시 지방선거가 시정 교체, 여소야대 시의회, 교육감 3선이라는 결과를 내고 막을 내렸다. 사진은 1일 밤 정부세종청사 체육관에서 진행된 개표에서 종사원으로 나온 공무원들이 투표지를 분류하고 있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세종시는 집행부는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의석을 확보하는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막을 내렸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150여 일 간에 걸친 긴 선거 여정은 수많은 에피소드와 뒷담화 거리를 남겼다. 제4기 세종시의 출범을 앞두고 선거 기간동안 기사로 다루지 못했던 얘기를 현장 취재기자들과 함께 방담(放談)으로 나눴다. 

- 우선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의 당선 원인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정권교체로 행정수도 완성을 집권여당 시장이 더 용이하게 할 수 있겠다는 기대 심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죠. 아무래도 공무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점도 집권여당 쪽에 무게 중심이 옮아갔고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컨벤션 효과도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죠.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승리의 1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죠. 더불어민주당에서 8년동안 변죽만 울리는 것처럼 보여진 행정수도에 대해 첫 국무회의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에서 열면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졌거든요. 이준석 당대표가 네 번이나 세종시를 찾아와 꽤 오랜시간 시민들을 한 사람 한사람을 만나면서, 국민의힘의 세종시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기도 했었죠.

▲도덕성에 대한 문제도 한 축을 차지할 거예요. 시의원들이 대거 부동산투기에 나섰다거나 이 시장의 셀프공무원특공, 반값 건강검진 등 민주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사건들이 좀 있었죠.

▲야당(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경선으로 내상이 커지면서 총력전을 펼칠 수 없었다는 것도 여당(국민의힘) 승리에 기여한 셈이지요. 재선에서 3선이 가장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8년이나 했는데…’라는, 후보에 대한 피로감도 있었다고 봐야지요. 이런 저런 이유로 지지층 결집이 일어나지 않았고, 현실정치를 외면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소극적인 투표가 결국 낮은 투표율로 이어졌다고 봐야지요.

▲특히, 민주당 중앙당에서 벌어지는 이해하지 못할 해프닝이 정치권 전반, 특히 진보정치에 대한 환멸로 이어진 게 세종시까지 여파가 미쳤다고 볼 수 있죠. 개그콘서트보다 더 재미있었던 한동훈 법무부장관 청문회는 지지층 와해를 손쉽게 만들었죠.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말이 많았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결과가 몇 차례 나왔지만 그걸 믿는 유권자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요컨대 전혀 알려지지 않는 여론조사기관에서 내놓은 엉뚱한 결과라든가, 아니면 유선전화 번호를 많이 이용한 조사, 그리고 전혀 거론되지 않는 후보가 선두경쟁을 하는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 결과 등등이 있었죠. 많은 유권자들이 엉터리라고 말하면서도 그걸 또 얘기를 해요,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죠.

▲대전지역 방송 지상파 3사에서 한 여론조사가 가장 정확했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어떤 후보는 내가 왜 4등이냐고 참모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취재기자들이 볼 때는 더 뒷순위로 갈 수 있는 후보였는데… 선거판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얘기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여론조사에 계속 최민호 후보가 우세로 나왔는데, 믿지 못한 것도 민주당의 패인이 될 것 같아요. 여론조사에서 후보가 불리하다면 원인을 찾고 이를 뒤집을 공약을 걸거나 선거운동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여론조작이라며 믿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어요.

-결국 세종시장 선거는 민주당 중앙당에서의 헛발질과 집권여당 후보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민주당 경선 및 시의원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 등이 집권세력 교체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교육감 선거는 어떠했나요.

▲후보 난립으로 현장에 있지 않았더라도 현 교육감의 승리를 점칠 수 있는 상황이었죠. 9명으로 출발해 6명이 나왔으니까, 산술적으로 16%만 가져오면 이길 수 있는 데 현직이 당연히 유리했죠. 최교진 후보가 30% 득표, 최저득표율로 당선됐는데 그게 후보 난립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죠.

▲처음에 최 후보가 이태환 전 의장에게 결혼축의금을 준 문제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돼, 선거에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루머가 많았어요. 이 때문에 후보가 8명이나 난립하게 되는 해프닝이 빚어졌죠. 또 이번이 최 교육감의 3선 도전이니 4년 후 차기를 노리고 이름을 알리자는 전략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몇 차례에 걸쳐 단일화 얘기가 나왔고 보수단일화가 관건이었는데, 저마다 자기 중심으로 단일화하고 싶어하는 게 명백하게 보였어요. 결국 송명석-이길주, 그리고 김대유-유문상-사진숙 후보가 단일화를 했지만 판세를 바꿀 만한 건은 아니었지요. 단일화 의미를 폄훼하는 건 아니지만 폭발력은 크지 않았다는 말도 나왔으니까요.

▲또 입으로는 단일화를 주장하면서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던 후보들이 있었다는 거죠. 정략적이었다는 얘기죠. 이게 결국은 ‘포스트 최교진’, 즉 최교진 교육감 이후 선점하려는 속내가 단일화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봐야지요. 최 교육감이 3선으로 다음에는 출마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 선점하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말은 꼭 시민들에게 해야겠는데요. 교육감이 할 수 있는 정책과 할 수 없는 정책을 구분하지 못하는 후보들도 좀 있었어요. 산울초·중학교 통합학교 문제가 가장 대표적이었구요. 위탁급식이나 학원비 지원 같은 문제는 학부모들 간에도 논란이 됐었죠. 초·중 통합학교와 유·보 통합을 혼동하는 후보도 있었고요, 말이 이랬다 저랬다 하는 후보들도 있었어요. 교육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공부 좀 하고 나왔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공약 베끼기가 심각한 선거였다고 생각됩니다. 한 후보의 특정한 공약이 나오면 그날 다른 후보에게서 비슷한 공약이 쏟아져 나오다가 마지막에 모든 공약을 종합한 공약이 보도자료로 나오기도 했었다니까요.
 

장시간 세종시 지방선거를 취재한 <세종의소리> 취재기자들이 방담을 했다. 왼쪽부터 문지은 취재팀장, 김중규 대표기자, 류용규 국장

- 세종시 의원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사실 지난 번 2018년 선거, 즉 ‘싹쓸이’가 문제였죠. 지금은 구성 자체는 잘 됐다고 봅니다. 민주당 13석, 국민의힘 7석이니까요. 물론 민주당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시민들이 볼 때는 국민의힘 시장에다 시의회 7석이면 균형을 이뤘다고 보지요.

▲역시 문제는 초선이 대부분이고, 의정활동에 대한 준비는 없고, 당선에만 매몰됐던 후보들이 다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들이 원구성 후 활동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폐해는 벌써부터 예상이 됩니다. 불필요한 호통과 엉뚱한 질문, 그리고 합리적인 협상·타협보다는 아집 등등이 예상되는 일이죠. 잘 배워가면서 낮은 자세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요.

▲지엽적이고 극히 일부의 얘기지만 세종시 시의원 출마자들의 수준을 볼 수 있는 일화가 있어요. 몇십만원짜리 선거 배너광고를 의뢰하면서 온갖 트집을 잡고 엄청난 갑질을 하는 후보도 있었어요. 결국 광고비도 주지 않았지만 이런 후보들이 어떻게 당내 검증을 통과했는지... 참으로 한심했어요.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뭘 합니까. ‘정치는 국민 수준과 같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시의회 경험이 꼭 플러스 요인은 아닐 수도 있어요. 이번에 당선된 시의회 의원을 면면히 살펴보면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사회활동과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에 대해 상세하게 알고 있는 후보들도 좀 있거든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의정활동을 펼 수도 있다고 기대해 봐야죠.

-  선거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면 3박4일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마무리를 해 보자면요.

▲선거운동은 참 열심히 했어요. 교육감 선거의 경우 다른 선거보다 예비후보 기간이 길어 선거운동용 점퍼를 겨울·봄·여름 세 계절을 바꿔 입어가며 아침인사를 했던 교육감 선거 후보도 있었구요.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세종시와 시민을 위해 약속을 실천하고 좋은 시정을 펼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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