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네요"
"전자기기,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네요"
  • 배윤정
  • 승인 2022.05.14 0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윤정칼럼] 잘 사용하면 '약', 그렇지 않으면 '엄청난 독'
사용시간 약속하고 도움되는 프로그램만 이용하는 게 필요
둘째가 휴대폰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여러가지 만든 것입니다. 특징도 잘 살렸고 상당히 이쁘더라구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었던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들 긴 연휴 어떻게 보내셨나요? 우리집은 어린이날에는 청주의 한국교원대학교 어린이날 행사에 다녀왔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이 세종으로 오셔서 금강보행교를 함께 산책하고 식사도 했습니다. 카네이션과 아이들이 쓴 손편지로 마음이 따뜻한 주말이었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한 시간도 많았지만, 학교에 안가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서 아이들은 TV나 컴퓨터, 게임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 방송 슬라임 만들기도 보고, 닌텐도 게임, 엄마 휴대폰으로 캐릭터 만들기, 영어 온라인 수업용 태블릿으로 영상만들기 등 각종 전자기기를 이용해 노는 방법은 끝도 없더군요.

우리집 둘째는 휴대폰으로 캐릭터를 예쁘게 잘 만듭니다. 물론 아이 휴대폰은 그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엄마 휴대폰으로 만드는데 특징을 잘 살려서 예쁘게 만들더군요. 마스크, 안경, 모자와 같은 소품을 잘 활용하고, 표정을 다양하게 연출하고 흑백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습니다.

솔직히 제 휴대폰 카메라에 그렇게 여러가지 기능이 있는 줄은 아이를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전자기기를 잘 사용하는 편은 아니고 오히려 기계치에 가까워서 정말 기본적인 기능만 씁니다. 그런데 아이가 여러가지 기능을 사용해서 찍는 것을 보니 이쁘고 신기해서 아이에게 물어보고 몇가지 요령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내과의사인 전공을 살려 ‘엄마는 알레르기 주치의’라는 블로그와 유튜브, 의학 컨텐츠를 만드는 세종임상면역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와 건강에 관련된 글과 영상을 제작하면서 사진이나 그림을 사용하게 되는데, 둘째에게 배운 것을 써먹기도 합니다.

둘째는 엄마와 닮은 캐릭터를 고심해서 만들어서 저에게 선물해주었습니다. 머리모양, 안경, 의사 가운도 엄마를 위해 신경 많이 썼다고 자랑하니, 막내도 태블릿에 엄마 캐릭터를 그려서 선물을 주더군요. 예쁘고 고마워서 캐릭터를 이용해서 이미지도 만들어봤습니다.

우리집에는 닌텐도 게임기가 있는데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아이들이 즐겨합니다. 무인도로 이주해서 섬을 개척해서 집을 만들고, 돈도 벌고, 동물 친구들과 놀고, 취미생활도 하며 섬을 꾸미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사는 게임입니다.

엄마캐릭터만들기,그림의 왼쪽부터 둘째가 만든엄마캐릭터-제가 직접 만든 것-막내가그려준 엄마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이 고맙고 예뻐서 모아서 한장의 이미지로 만들어 봤습니다.

역사를 좋아하는 큰애가 무인도 이름을 '수원화섬'(수원화성에서 따왔다고 합니다)으로 짓고 아이들만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둘째는 어린이날에 ‘모여봐요 동물의 숲 카드’를 사서 게임속으로 카드 친구를 초대하고, 학교 친구와 게임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변동성이 심한 자산인 무트코인(깍두기 만드는 무입니다)도 있는데 제가 신기해서 첫째에게 한번 투자해보라고 권하기도 했습니다.

유튜브도 빼놓을 수 없지요. 막내가 학교에서 종이접기를 배워와서 자랑을 하길래 친구가 가르쳐주었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영상으로 가르쳐주셨다고 합니다. 큰애가 유치원 때 종이접기 책을 사서 배우던 때가 생생하지만, 요즘은 좋은 영상도 많고 배우기 쉬운 방법으로 바뀌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작년에 큰아이가 참석한 과학프로그램에서 ‘집에서 사탕수수로 설탕만들기’라는 실험이 있었습니다. 사탕수수 겉면의 딱딱한 껍질을 제거하고 두드려서 즙을 짜내고, 이 즙을 끓여서 설탕을 직접 만들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탕수수를 주더군요. 딱딱한 사탕수수 줄기를 들고 고민하다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찾아보았습니다.

한 요리 전문 유튜버가 사탕수수를 절구로 빻고, 손으로 짜고, 착즙기에 넣어 즙을 짜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결국 설탕을 만드는 영상을 따라 아이도 도전해봤습니다. 결론은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아쉽게도 결국 설탕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좋은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멋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닌테도 게임 모여봐도 동물의 숲.  둘째가 어린이날 선물로 카드를 사서 캐릭터를 게임으로 초대했는데 참 신기해서 사진으로 찍어봤습니다.

휴대폰, 게임기, 태블릿 PC,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와 그것들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들. 사실 생각해보면 너무 많고 정말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의 장점을 개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좋은 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사실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도 분명합니다. 좋지않은 정보와 매체에 지나친 노출, 게임이나 휴대폰 중독 등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나쁜 영향은 너무 잘 알려져 있고, 정말 주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이야기해서 사용시간을 정하기, 학원이나 숙제 등 할 일을 끝낸 후에 가지고 놀기, 주말에는 평일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사용하기 등 규칙을 정해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를 알고 발 맞추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점을 잘 취사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가 꼭 해야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세종임상면역연구소 대표,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sanallergy,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