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월급,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써 주세요”
“첫 월급, 어려운 친구들을 위해 써 주세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2.04.20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 길준성 세종시교육청 장애인 예술단원, 첫 월급 장학금으로 쾌척
자폐성 중증 장애 가졌으나 뛰어난 음악적 소질로 예술단원으로 선발돼
첫 월급을 세종교육장학회에 기부한 길준성 장애인예술단 단원
첫 월급을 세종교육장학회에 기부한 길준성 장애인예술단 단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베토벤소타나 7번입니다. 월급을 세종시교육청에 기부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자폐성 중증장애를 가진 길준성(23) 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단원은 인터뷰에서 똑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제42회 장애인의 날인 20일, 길준성 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단원이 첫 월급을 세종교육장학회에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길준성씨는 4월부터 운영에 들어간 세종시교육청 장애인예술단 ‘어울림’의 단원이다.

‘어울림’예술단은 전국 시·도교육청 가운데 최초로 신설 운영된 중증장애인 예술단으로, 보컬·기타·건반·타악기 등을 다루는 중증장애인 5명으로 구성됐다.

“준성이 7세 무렵에 피아노를 배웠어요. 자폐아라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악보를 보는 초견능력이 있다는 거에요. 피아노를 치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다른 악기도 배웠어요.”

길준성 단원의 어머니 전혜경씨는 아들에게 자폐가 있다는 말을 처음 듣고 절망했지만,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기 위해 피아노, 바이올린, 우쿨렐레 등 다양한 악기를 경험하게 해 주었다고 했다.

세종시 조치원 신봉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학교에서 방과후 활동으로 음악을 배웠던 길준성 단원은 중학교 3학년 때에는 학교 지원을 받아 개인 레슨을 받았다.

2013년 처음 제7회 전국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동상을 받고 2015년에 제9회 전국장애학생 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금상을 받는 등 음악에 소질을 보였던 길준성 단원은 어디서든 피아노를 연주해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2013년부터 음악콩쿠르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피아노 연주로 주변에 감동을 준 길준성단원
길준성 단원은 2013년부터 음악콩쿠르에서 각종 상을 수상하며 피아노 연주로 주변에 감동을 줬다.

2019년 세종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장애를 가진 20세 청년이 음악적 재능을 펼칠 일자리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장애인이 갈 수 있던 세종장애인오뚝이 자립작업장에서 근무하며 마늘을 까는 단순 작업을 하며 돈을 벌었던 길준성 단원은 지난 2월 세종시교육청의 장애인예술단 모집공고문을 보고 음악의 꿈을 이어가고자 지원했다.

“자폐를 가지고 있던 아들이 예술단에 직원으로 선발됐을 때 큰 아이가 학교 임용고사를 붙었을 때보다 더 기뻤어요. 좋아하는 음악 일을 하면서 교육청에 근무할 수 있어 아이가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길준성 단원의 어머니 표정에는 아이에 대한 대견함으로 뿌듯함이 묻어 나왔다.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장애인 아이도 많은 경험을 쌓게 해 주면 소질과 적성을 찾아낼 수 있어요. 장애인이 단순 작업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세종시교육청이 장애인도 적성과 소질을 살려 좋은 직장을 마련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준성이 말고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다른 장애인 아이들에 대한 걱정도 놓치지 않는 전혜경씨는 벌써 몇 년간 장애인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본인 자녀가 아닌 장애인의 자립생활에도 도움의 손길을 펼쳐 왔다.

4월 1일부터 ‘어울림’ 직원으로 취업한 길준성 단원은 피아노, 바이올린, 드럼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며 곡의 분의기를 살리는 등 연주의 리더 역할을 맡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 준 세종시교육청에 첫 월급을 기부해, 자신보다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고 부모님께 말해 이번 장학금 기탁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길준성 예술단원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길준성 예술단원(오른쪽)이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에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예술단원의 첫 월급은 4시간 반일제 근무로 월 110만원인데, 17일 받은 첫 월급은 15일까지 근무했던 점 때문에 절반 금액인 50만원이었다.

세종시장학회 이사장인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시·도교육청 최초로 장애인예술단을 창단하게 되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며 “앞으로 장애인 일자리가 다양하게 확대돼,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교육장학회는 장학금 기탁절차를 거쳐 세종시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아름다운 연주를 해 줄 길준성 단원이 소속된 ‘어울림’ 장애인 예술단의 첫 연주회를 기대해 본다.

길준성 단원과 어머니가 세종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 및 장학사와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길준성 단원과 어머니가 세종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 및 장학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