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시험 합격해야 세종시의원 국민의힘 공천 준다고?”
“필기시험 합격해야 세종시의원 국민의힘 공천 준다고?”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3.25 1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준석 당대표, 시험 도입 방침… 무자격 공천 논란 해소 구상
상대평가, 9등급제 시행… “고령층·저학력자, 출마 말라는 얘기”
“3등급 내 못들까봐 불안·초조”, “정치, 책 보고 공부해서 하나”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올라온 지방의회 의원선거 출마자 필기시험의 예시 영상. 오른쪽 하단에 문제를 해설하는 사람은 이준석 당대표 

국민의힘이 사상 처음으로 ‘6·1 지방선거’부터 지방의회 의원선거 출마자들에게 시행키로 한 필기시험을 놓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세종시의회 의원선거 국민의힘 출마 희망자들은 “너무 어렵다”, “정치를 공부해서 하나”, “저학력·고연령자들은 정치를 하지 말라는 소리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상문제 영상을 본 결과, 시험제도를 도입을 천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운전면허 취득시험 수준일 것”이라고 한 말과 다르다는 것이다. 

논란거리가 된 시험 이름은 ‘공직후보자역량강화시험(PPAT)’.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후 “민주적인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기로 했다”면서 이 시험제도 도입을 공식화 했다.

이는 각종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이른바 무자격자 공천 논란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이 시험은 상대평가로 해 9등급제로 시행된다. 정당법·지방자치법·정치자금법·당헌·당규 등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를 묻는 시험이다.

이준석 대표 발언에 따르면 광역의회 의원과 기초의회 의원 예비후보자에 대한 자격 기준은 각각 2등급(상위 15%)과 3등급(상위 35%)으로 제한하기로 결정됐다.

국민의힘 세종시당 당원이자 세종시의회 의원선거의 한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예상문제가 있다기에 봤더니 너무 어렵더라”고 말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예비후보는 “공식적으로 통지가 온 것은 없다. 이준석 당대표와 허은아 대변인의 백브리핑 영상을 보고서야 4월 9일 시·도당에 모여 필기시험을 치른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예상문제 영상을 봤는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예비후보는 “출마 희망자 중에 평소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한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나?”라고 반문한 뒤 “공천심사 대상에 들어가려면 시·도별이 아닌 전국 순위에서 35%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으로 안다. 긴장되고 초초해진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한 국민의힘 당원은 “당선이 유력해도 이 시험에서 탈락하면 공천을 못 받는다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정치를 책 읽고 하나?”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 예비후보는 “우리는 그동안 지역 바닥민심을 훓고 살펴서 인지도·지지도를 높이는 한편 유력자를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면서 “이준석 대표는 정치를 머리로, 책으로만 배운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세종시당의 한 당원은 “읍·면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농사 짓거나 조그만 사업을 하고 살면서 출마하려는 노령층이나 저학력자들은 아예 선거 나올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반면 한 예비후보는 “영상 봤는데, 좀 어렵더라”면서도 “시험제도 도입 취지는 좋다고 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는 토론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는 2회 이상, 기초자치단체장은 1회 이상이다.

이와 달리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은 공천자를 걸러내기 위한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