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홍판서댁, 왜 대문을 잠갔을까
세종 홍판서댁, 왜 대문을 잠갔을까
  • 김중규 기자
  • 승인 2022.03.27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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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문화재 관리... 소유주, 주민과의 갈등 심화가 원인
문화재 소재로 인해 땅값 하락, 재산권 행사 제한 등 불편
세종 홍판서댁은 지난 10일 대문을 폐쇄하고 관람객들의 방문을 막고 있다.

허술한 문화재 관리로 소유주와 관리 기관 간에 갈등과 함께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문화재 소재지 주변은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어 주민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는 등 문화재 관리에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984년 국가중요민족자료 제138호로 지정된 세종시 부강면 부강리 소재 ‘세종 홍판서댁’은 지난 3월 10일부터 문을 닫고 관람객들의 방문을 차단하고 있다.

개인 소유인 홍판서댁은 관리기관인 세종시청에서 생뚱맞은 보수공사와 주민들의 불편 가중 등으로 소유주와 주민, 그리고 관리기관 간에 갈등이 폐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가 문화유산 훼손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폐쇄 이유를 내세웠으나, 인근 주민들과의 상생방안 마련에 소홀히 한 세종시청에 대한 불만도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원인이 되고 있다.

고종 3년인 1866년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ㅁ’ 자형의 고택인 홍판서댁은 지난해 세종시에서 조명을 위해 담장을 따라 약 1m 크기의 형광등을 설치, 고즈넉했던 외관을 오히려 훼손, 관람객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또 추녀 끝과 안채 마루 등 고택 곳곳에 걸어놓은 철제 등은 고색창연한 서까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집 내부 담장을 따라 설치한 조명등 역시 지상으로 튀어 오르게 만들어 한옥 정원의 소박한 맛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뿐만 아니라 누수가 없는 지붕 보수공사에다 불필요한 구들장 교체로 오히려 방 안팎에 물기가 차는 등 국가문화유산 보존이 아니라 훼손했다는 것이다.

홍판서댁 소유주인 백원기씨는 “하지 않아도 될 보수공사는 하고 정작 필요한 주민과 상생을 위한 지원은 하지 않는다”면서 “주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담장을 따라 설치한 조명등, 고즈녁한 분위기를 깨뜨리는 시설이 되고 있다. 

세종 홍판서댁 소재로 인근 주민들은 각종 문화행사에 따른 생활 불편, 집수리와 증축 제한, 그리고 땅값 하락 등으로 인한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로 꼽는 것은 세종시 건설에 따라 지가가 크게 상승하고 있으나 이곳은 크게 못미치고 있으며 증축이나 신축 등이 어렵다는 점을 든다.

약 80여 가구가 거주하는 부강면 용포·등촌 일대 땅값은 3.3㎡당 100만원으로 인근지역 200만-300만원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을 보이고 있으며 거래마저 없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었다.

더구나 홍판서 댁 앞쪽에 주차장을 넓혀 주민들과 관람객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세종시청에 요구했으나 무산된데다가, 2층 증축과 신축 등은 허가가 나지 않거나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 마을 이정오(68) 이장은 “홍판서댁에서 각종 문화행사를 하면서 주차난과 소음 등 생활불편에다 신축이나 증축 등 여러 가지 제약을 받아 주민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상생방안 마련과 함께 주민 요구사항을 수렴,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세종시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 관계자는 “조명등의 경우 시비에 국비가 매칭된 사업이어서 철거는 어렵고,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습기 문제는 원래 연못이었던 곳을 메워 주차장을 만드는 바람에 땅속 습기가 솟아나오는 것으로 안다. 공사를 한 업자가 보완을 해 주기로 했다”며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지, 홍판서댁 소유주 및 대리인과 계속 대화 중”이라고 말했다.

‘대화 중’임을 강조한 이 관계자는 이어 “홍판서댁은 국가등록문화재가 되면서 부근이 ‘역사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대안을 찾으려면 문화재청과도 협의를 해야 한다”면서 “주민들의 고충과 불만은 잘 알고 있다. 주차장을 확장해 달라는 요구는 그동안 시 재정이 여의치 않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시 재정이 나아진다면 해결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홍판서댁이 들어서있는 마을 주민들과 상생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한편, 부강리 홍판서댁은 부강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정남향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조선 고종 3년(1866년)에 지은 전통 한옥으로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전형적인 양반 주택이다.

건물의 배치는 ㅁ자 모양으로써 사랑채는 한단 낮게, 안채는 한단 높게 각각 ㄷ자 모양의 건물이 맞물려 있는 고전적인 방식을 따랐다.

2016년 방치되었던 이 고택을 백원기씨가 매입한 이후 전면 수리와 함께 각종 문화행사를 개최,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관람객들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다.

폐쇄 이후에도 관람객들은 계속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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