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세종시 출범’… “헌신한 이들 기억하시나요”
10년 전 ‘세종시 출범’… “헌신한 이들 기억하시나요”
  • 류용규 기자
  • 승인 2022.03.2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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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준비단·실무준비단 공무원 100여명, 출범준비위원들 온힘 쏟아
시 출범 후 22명 포상하고는 끝… ‘수정안’ MB정부 영향 탓 추정만
상병헌 시의원 “유공자 발굴 적절한 예우를” 강조 - 행안부 “곤란…”
세종시 출범 10년을 맞아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공직자와 민간단체 등에 대한 재조명과 함께 표창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2012년 7월 출범식 장면

2011년 10월, 김성수 당시 행정안전부 사무관은 충남 연기군 금남면 대평리 벌판 가건물에 들어가 있던 세종시 출범준비단으로 파견을 왔다. 그의 임무는 2012년 7월 1일 출범키로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無)의 상태인 세종시가 광역자치단체로서 행정적인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고 틀을 잡아 주는 것.

김 사무관은 세종시 출범준비단의 행정팀장을 맡아 열 달 후 출범할 세종시의 조직도를 그리고, 행정구역을 만들고, 편입지역 면지역의 이름과 구획을 정하는 작업을 했다. 옛 연기군 공무원들이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으로서 일을 잘 하도록 행정서식, 보고서 양식, 포맷까지 새로 만들어 주었다. 밤 10시, 11시까지 일하는 것은 밥 먹듯 했고, 밤을 새우며 24시간 꼬박 일한 날도 약 10개월 동안 5~6일에 달하는 것으로 그는 기억한다.

충남 공주시, 충북 청원군에서 각각 편입되는 장기면·부용면의 새 행정구역 획정과 명칭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장기면을 장군면으로 이름을 바꾸기 위한 주민설명회에 나가자, 흰 두루마기에 갓을 쓴 노인에게서 “안 돼~!”라는 고함부터 들었다. 지금은 부강면으로 이름이 바뀐 부용면 주민들의 “편입 당했다”는 소외감과 불만을 달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규모가 줄어든 연기면을 조치원읍과 통합할 것인지 말 것인지, 기초작업을 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세종시의회 의원 역할을 대신한 옛 연기군의원 및 공주시의원들이 두 읍·면의 통합을 단 1표차로 반대해, 현재의 행정구역이 됐지만….

김성수 사무관의 고향은 조치원읍. 고향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이처럼 열 달을 정신없이 일했다. 출범준비단에 속한 그와 50여 명의 파견 공무원들의 헌신 덕에 세종시는 2012년 7월 1일 무리없이 출범식을 치르고 전국 17번째 광역자치단체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상당수 공무원들이 원래 소속된 기관으로 복귀한 것과 달리 그는 행안부로 복귀하지 않고 갓 탄생한 세종시에 남아 예산법무담당관·청춘조치원과장·보건복지국장·문화체육관광국장 등을 역임한 뒤 지금은 지방정무직인 세종시 감사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세종시 출범준비단은 당시 김성수 사무관처럼 행안부를 비롯해 교육과학기술부, 소방방재청, 충남도, 충북도, 공주시, 연기군 등 10개 기관에서 파견된 52명으로 구성돼 세종시 출범을 위한 토대를 놓고 행정적 기둥을 세우는 등 만전을 기했다.

이와 별도로 세종시 실무준비단은 국무총리실 소속 세종시지원단을 비롯해 충남도, 충북도, 공주시, 청원군, 연기군, 충남도교육청 등 6개 기관에서 40~50명이 파견을 나와 역시 헌신적으로 일을 했다.

세종시는 출범 한 달 후인 2012년 8월 1일 월례조회에서 이들 두 준비단의 100여 명 중 22명에게만 포상으로 격려한 것이 전부이다. 김성수 위원장 역시 “표창장 한 장 받지 못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같은 포상 공무원 규모는 2007년 제주도 혁신도시 출범, 2010년 통합 창원시(경남) 출범, 2014년 청주시(충북) 통합 출범 때 헌신한 공무원 포상 규모와는 대조적이다. 당시 세종시 출범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했던 이명박정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추정만 나돈다.

이에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원은 지금이라도 제대로 예우해서 포상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병헌 의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세종시의회 제72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이같은 논지의 주장을 했다. 이어 기자를 만나 같은 내용의 주장을 이어갔다.

세종시 감사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성수 당시 출범준비단 사무관(사진 왼쪽)과 문제를 제기한 상병헌 세종시의원
세종시 감사위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성수 당시 출범준비단 사무관(사진 왼쪽)과 문제를 제기한 상병헌 세종시의회 의원

상 의원은 “세종시 출범 10주년 을 앞두고 세종시가 성공적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기여한 출범준비단과 실무준비단 및 출범준비위원회뿐만 아니라 민간 영역의 개인과 단체 등 숨은 조력자들을 발굴해, 공헌도에 맞는 마땅한 사회적 존경과 예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병헌 의원과 당시 준비단 2곳, 출범준비위원회 등에서 일한 이들 모두 만족할 만한 사후포상이 이루어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이다.

세종시 출범10주년기념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5분 발언 등 상병헌 의원의 제안을 받아, 행정안전부에 질의했지만 ‘10년 가까이 지나, 지금에 와서 정부 차원의 포상은 어렵다’는 회신을 받았다”면서 “오는 7월 세종시 출범 10주년 기념식 때 중앙정부는 아니더라도 시 차원의 포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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