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한 갑갑하고 긴 겨울 방학이 지나고 새학년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오미크론과 함께 등교를 시작한 아이들과 정신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갑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의 정점이 가까워졌다는 소식과 개학과 함께 소아청소년 감염이 많아져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그래도 같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둘째와 셋째가 아침에 손을 꼭 잡고, 학교 가는 뒷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습니다. 둘째가 초등학교 생활에 대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막내는 정말 열심히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납니다.

3월 2일에 첫째가 중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예전과는 너무나 달라진 입학식이 살짝 낯설기도 하더군요. 큰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오후 1시에 입학식을 하는데, 입학식 시간부터 색달랐지만 입학식의 형식도 신선하더군요. 

신입생 중 1개 학급이 시청각실에서 입학식을 하면, 나머지 아이들은 학급 교실에 모여서 비대면 방송을 시청하고, 학부모는 집에서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보는 입학식입니다. 

거리두기가 중요한 시기라 어쩔 수 없지요. 어려운 시기이지만 신입생들이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고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기를 바라며, 고심하여 입학식을 준비하신 선생님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느껴지고, 따뜻한 입학식이었습니다.

입학식뿐 아니라 학교생활도 이전과는 많이 다르지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는 매일 방과 후에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너무 다니고 싶었던 초등학교의 좋은 점은 끝도 없습니다. 학교에 가면 새로운 친구가 열아홉 명이나 있고,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고 모두 알고 싶고, 친구들과 인사하는 것도 너무 좋다고 합니다. 또, 새 책도 받고, 선생님과 함께 만들기하고, 친구들이 서로 소개하는 게임은 정말 재미있다고 합니다. 

학교 가서 나쁜 점은 하나도 없다고 하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학교 생활에 어려움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것입니다.

“마스크 쓰고 있는 건 괜찮지만,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하거나 놀지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만 해서 싫다. 학교는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지내려고 가는데 친구들하고 어울려 놀지도 못하니 힘들다. 점심 먹고 운동장에서 놀고 싶은데 운동장에도 가면 안된다. 5교시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정말 집에 오고 싶다.”

아이의 말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6년전 큰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때 운동장에서 정신없이 친구들과 뛰어놀던 모습을 떠올리면 막내가 좀 안쓰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요. 갑자기 찾아와 우리 삶을 바꾸어놓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앨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구를 떠날 수도 없으니 적응하고 살아야지요. 

간간이 학교 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학교는 좋은 것만 많다”는 막내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도 나름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덟 살짜리 어린 아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잘 배우고 있는 것이지요.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대확산으로 연일 확진자가 최고치를 갱신하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요즘입니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지금 무섭게 확산하는 바이러스도 얼마지 않아 그 위세가 꺾이겠지요. 

현재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좋은 면에 집중하면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지금 나와 우리 가족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글을 마칩니다. 

배윤정, 주부, 세종시 거주, 대구 가톨릭 의대 졸업, 울산대 석, 박사, 알레르기 내과 전문의, 서울 아산병원 임상 강사, 임상 조교수 근무, 세종임상면역연구소 대표,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asanallergy, 이메일 : hohojeong@hanmail.net

배윤정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