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봉수대 터에 콘크리트 주차장, 이게 뭔 일???
세종 봉수대 터에 콘크리트 주차장, 이게 뭔 일???
  • 윤철원
  • 승인 2022.03.06 06:4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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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원칼럼] 용수산 봉수대 흔적 훼손 유감... 주춧돌 대신 주차선
"경제논리보다 전통 가꾸고 발굴, 역사성 더하는 세종시 만들어야"
세종실록지리지에 봉수대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용수산 정상에 난데없이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어 역사를 모르는 행정편의에 따른 결과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봉화가 1곳이니, 연기현의 남쪽 용수산이다. 동쪽으로 청주 저성, 서쪽으로 공주 독성에 응한다.(熢火一處 在縣南 龍帥山. 東准 淸州 猪城, 西准 公州 禿城)” (세종실록지리지 연기현편)

“원수산, 연기현의 남쪽 5리에 있다. 용수산, 현의 남쪽 3리에 있다(元帥山 在縣南五里. 龍帥山 縣南三里)” (동국여지승람)

두 기록을 근거로 살펴보면, 연기현청과 원수산 중간지점에 용수산이 있는데 그 정상에 봉화대가 있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용수산에는 봉수대가 있었음이 분명하다.

얼마 전 대구에서 전국의 봉수대를 조사·연구한다는 분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행정수도로 부각되는 세종시 지역 내에 봉수대가 있었는지를 조사하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종의소리’가 2016년, 2019년 등 두 차례 보도한 「용수산 봉수대」 기사를 참고하여 용수산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답사해 보았으나 봉수대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답사한 곳이 용수산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며 카톡으로 현장에서 찍은 사진과 네이버에서 캡처한 위성지도를 보내왔다.

필자는 그분이 현장 확인을 세밀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한 번 용수산 현장을 확인해 본 결과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봉화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산 정상을 콘크리트로 포장하고 주차 면을 그려놓았으며, 가장자리에는 체육시설물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바위는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2016년 현장 답사할 때 정상주변에서 봉수대 주춧돌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던 바위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공사를 언제 실시하였는지 궁금하여 인터넷상의 위성지도를 확인해보니 2017년까지 잘 보존되었던 산 정상이 2018년 공사를 시작하여 2019년에 현재와 같은 형태로 마무리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현장을 둘러보면서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대체로 특별히 개발할 목적이 없다면 산 정상부는 원형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것이 상례인데 4차선 도로부터 산 정상까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개설한 이유는 무엇인가?

주변지역과 연결되는 교통로 개설이 목적이라면 연결도로가 있어야 하는데 연결도로도 없는 산 정상에 왜 펜스를 둘러쳤는가? 그리고 과거에 원수산으로 연결되었던 소로조차 막은 이유는 무엇인가?

산행코스를 개설하는 것이라면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는 것이 일반상식인데 산 정상에 주차공간을 조성한 것은 걷기보다 자동차 운행을 장려하기 위한 것인가? 봉화대 주춧돌로 쓰였던 것으로 추정되던 바위들은 왜 하나도 보이지 않는가? 등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세종실록 지리지 연기현편에는 봉수대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정겨운 옛 정취가 사라지는 모습에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상징으로, 그리고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갖춰 나가면서 상전벽해와 같은 발전을 거듭 하는 모습에 서운함보다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행정도시를 건설함에 있어서 역사의 흔적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경제논리를 따지며 현대화만 추구한다면 품격 높은 도시라는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하기에 행복도시를 건설하면서 역사성이 인정되고 보존할 필요가 있는 「한솔동 백제고분」, 「나성동 독락정」, 「갈산서원」등에 대하여 역사 공원으로 조성하거나 건물을 재현하여 세종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일들은 이 땅에 인간이 살아 온 역사가 유구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경제성을 따지지 않는다.

이처럼 개발과 보전은 상극인 것 같지만 그 갈등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룰 때 진정한 문화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고장이든지 지역의 역사성과 전통문화를 존중하는 가운데 유적을 보존하고, 때로는 옛 기록을 근거로 삶의 흔적을 재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서울의 풍납토성이나 몽촌토성이 그러하며, 또 남산의 봉수대 복원도 그와 같은 사례이다. 5개의 남산봉수대가 전부 훼손되었던 것을 수원 돈대봉수대를 참고하여 1993년에 1개소를 복원한 사례가 있다.

부여의 백제문화재현단지 조성 또한 좋은 예다. 부여에 백제시대 궁궐 원형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음에도 옛 기록을 토대로 백제왕궁과 위례성 마을 등을 복원하여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재현하였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개발이 우선되는 가운데에도 인간이 살아 온 삶의 흔적을 재현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세종시 주변의 봉수대 복원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청주시 것대산 봉수대는 기능을 상실한 1895년부터 훼손·방치되고 있었던 것을 위치조사와 고증을 거쳐 2009년에 5기를 전부 복원하였다.

공주시 월성산 봉수대는 2007년에 1기를 우선 복원하고, 나머지도 복원하려고 지표조사를 하던 중 백제시대 유적이 발굴되는 바람에 복원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처럼 세종시 좌우측에 위치한 도시들은 모두 과거에 운용되었던 지역의 대표적인 봉수대를 복원하여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기고장의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세종시 용수산 봉수대는 어떠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그 위치가 명시되어 있음에도 행복도시 건설당국에서는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봉수대 유허로 비정되는 곳을 주민 생활에 큰 도움도 되지 않는 시설물을 설치하여 그 흔적을 훼손하였으니 안타까운 심정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봉수대를 말끔하게 복원해서 옛날 통신수단으로 사용된 사실을 후대에 알려주는 공주시 봉화대

봉수대 흔적이 훼손된 상황에서 이제 원상 복구하자고 주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제시하는 대안은 용도가 불분명한 산 정상의 주차공간에 용수산 봉수대를 재현하자는 것이다.

전국 봉화의 종착지가 남산이었던 것은 그곳이 나라의 수도가 있었기 때문인 것처럼, 용수산 봉수대를 재현하여 세종시가 대한민국 행정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제안을 반대할 시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행복도시를 건설하는 관계기관에서는 경제성을 따지는 타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서, 지금이라도 역사기록을 확인해 보고 현장조사와 고증을 거쳐 용수산 봉수대가 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를 건의하는 바이다.

이 글을 쓴 윤철원은 세종시 상하수도과장으로 지난 2017년 정년퇴임을 한 조치원 토박이다. 조치원읍장 재직 당시 세종시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전통과 역사에 대한 시민 의식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하면서 지역문화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세종시 향토사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과 관련한 역사를 찾아내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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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우혹 2022-03-08 16:08:10
그것이 세종시 일부 공무원들의 저급한 마인드이고 공사 관계자들의 의식 수준입니다

임창철 2022-03-06 12:56:34
LH는 훼손된 세종의 역사를 반드시 복원해야합니다.

김상대 2022-03-06 10:42:01
왠 ?
횡재의 발견인지 !

관광인프라 로 연계한 주변 자랑스런 유적지 복원 보전사업이 이루어 지면...

사통 시야가 탁트여 우리가 살고있는 고을의 여러 모습을 조망하기에도 좋은 최상의 길지 입니다.

좋은 묻혀있는 역사를
이렇게 알게 되여서 반갑습니다.

향토사 연구와 탐구에 열정을 갖고 보존을 위해 노력하시는 윤철원 위원님에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이완주 2022-03-06 09:17:23
조상 대대로 이어온 역사성을
말쌀하는 행위는 금수만도 못하다.
세종시장 과 행복청장 은
즉시 원상복구를 촉구한다.
아 !
분하도다.
민족의 혼을 왜 이리 짓발고도 어찌 조상님을
아련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