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제가 아니고 행복… 소득 많다고 행복할까
이젠 경제가 아니고 행복… 소득 많다고 행복할까
  • 김준식
  • 승인 2022.01.24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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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칼럼] 국민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 필요

1950년대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못살았다. 2022년 지금은 세계에서 아주 잘사는 선진국이 되었다. 일단 소득 지표상에는 그렇다. 대한민국은 2022년 현재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구매력 기준(PPP)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부자 나라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국민 대다수는 행복하지 않다. 심지어 ‘헬 조선-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말까지 한다. 

지금 60대 이상 나이의 한국인이면 누구나 기억하는 70년대 초 국정 구호가 있다. 바로 ‘100억 불 수출, 1,000불 소득’이다.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250불 내외였다. 돌이켜 보면 60년대는 우리가 북한 인민들보다 못살던 시대였다(1965년 1인당 국민소득-북한 165$⟩한국 105$).

가난하고 배고프던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수출 100억 불만 달성하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이 되고 모두 쌀밥에 고깃국을 먹고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때 우리는 ‘100억 불 수출, 1,000불 소득’만 달성하면 집마다 자가용을 한 대씩 가질 수 있는 ‘마이카 시대’가 온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국정 구호에 큰 희망을 품었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은 저곡가 저임금을 견디면서 뼈 빠지게 일했다.

드디어 1977년 12월 22일 대한민국은 100억 불 수출이라는 꿈의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여전히 배고팠고, 힘들었다. 경제 목표에는 도달했는데 국민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 후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 1만 달러, 김대중 대통령 시절 1만5천 달러, 노무현 대통령 시절 2만 달러, 현재는 3만5천 달러에 육박한다.

그런데 수출 100억 달러만 달성하면 행복할 수 있다고 했는데 2021년 12월 수출 6,445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가 되었는데도 우리 국민은 늘 경제가 불황이라고 못 살겠다고 한다. 그래서 선거 때만 되면 오직 경제를 살릴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

이제 우리는 ‘왜 절대다수 국민은 수출이 늘고 1인당 국민소득이 늘어나도 여전히 가난하고 불안한가?’를 냉정하게 분석해 보아야 한다. 통계로 발표되는 수출액과 국민소득은 평균치이지 나의 소득이 아니다. 결국 국가 경제 규모는 분명히 커지고 선진국만큼 늘어났는데 국민 개개인이 여전히 가난한 것은 그 소득이 국민 개개인의 소득으로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절대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그 국민소득(GNI)으로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복지(의료, 교육, 육아, 돌봄 등)를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부자들은 한없이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하고 불안하게 살 수밖에 없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벨기에, 네델란드,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은 일단 세금을 많이 걷는다(조세부담률 35% 내외, 한국 2019년 20.1%). 그리고 그 돈으로 국가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무상교육, 무상의료, 무상 육아, 노인 돌봄, 실업수당 등의 정책을 펴면서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하는 일도 없고,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일도 없다.

사업을 하다 실패해도, 회사가 망해서 실업자가 되어도 국가는 국민의 삶을 지켜준다. 노인이 되어도 국가는 잘 돌보아 준다. 심지어 임종기에도 국가는 호스피스 서피스를 통해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지켜준다.

국민 누구나 맘껏 공부할 수 있고,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면서 일하니 노동생산성(2020년 한국 41.7달러, 아일랜드 111.8달러, 룩셈부르크 96.7달러, 노르웨이 85.5달러 덴마크 75.4달러)도 높다. 그렇게 국가를 운영하니 경제도, 과학도 발전한다.

우리는 꿈의 방향을 바꾸자.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말대로 성장과 경쟁을 부추기는 아메리칸드림에서 벗어나 국민이 모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러피안드림으로 바꾸자. 우리 모두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어떤 후보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가를 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고 투표하자. 내가 정치인을 잘 선택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

김준식 전)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지방분권 세종회의 상임대표, 세종 매니페스토 네트워크 자문위원, 다문화사회 이해 강사, 아시안 프렌즈 이사, 한국외국어대학 경제학과,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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