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생일, 학교급식으로 미역국 먹었어요”
“오늘은 생일, 학교급식으로 미역국 먹었어요”
  • 문지은 기자
  • 승인 2021.07.06 14: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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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편지 쓰는 나성중 김은경 영양교사, 가공식품 없애고 로컬 푸드 살리고...
“급식은 한 끼 식사이기에 앞서 영양교육, 야채나물 반찬 자주 보면 익숙해져요”
세종시 나성중 김은경 영양교사(사진 가운데)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일 급식 사진과 함께 편지를 보내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신설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마음은 불안하다. 무언가 덜 준비되고 어설플 것 같은 느낌에 신설 학교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 심정이다.

해마다 학교가 몇 곳씩 신설되는 세종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학교 선호순위가 개교가 먼저인 순서대로 정해진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세종시 나성중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는 마음은 조금 편할 것 같다.

매일 아이들이 먹는 학교급식 사진에 영양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급식편지가 매일 첨부돼, 학생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오전 이 학교 급식실은 이미 분주해지기 시작된 뒤였다. 구수한 황태미역국이 끓고, 매운 돼지갈비찜이 조리되고 있었다.

영양교사를 포함해 네 명이 급식실에서 150여명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분위기가 즐거워 보였다. 깔끔한 급식실에는 학생 이름표가 모두 붙어있어 지정된 좌석에서 식사를 한다고 했다.

김은경(41) 영양교사는 매일 학생들이 먹은 급식 사진에 메뉴 선택과 영양 지식을 곁들인 급식편지를 띄운다.

"가공식품은 가급적 후식으로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요. 오늘은 시험이 끝난 날이라 살짝 준비해 보았습니다"라며 후식으로 ‘설레임’을 넣어주기도 하고, "시험보느라 수고 많았어"라고 응원의 글귀를 써 주기도 한다.

매월 첫날은 그 달에 생일을 맞는 학생들을 위해 ‘생일축하의 날’을 만들어 미역국과 특식을 식단에 넣는다. 7월은 기말고사 시험기간이 겹쳐 5일을 ‘생일축하의 날’로 정해, 한돈 매운갈비찜과 파프리카 잡채, 생크림 와플케이크 등의 특식이 나왔다.

월요일은 ‘한돈 먹는 날’, 수요일은 ‘다 먹는 날’ 금요일은 ‘콩 먹는 날’로 정해 특식을 준비하고, 후식도 완제품이 아닌 직접 만든 간식으로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텃밭에서 가꾼 신선한 쌈채소와 방울토마토 같은 것들을 급식 식단에 넣기도 했다.

미숫가루 같은 후식으로 나오는 마실 것도 종이컵이나 일회용품도 가급적 쓰지 않고 열처리와 소독을 마친 스테인리스 식기에 담아줬다. 잘 갖춰진 식판과 국그릇에 음식을 먹다 보면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도 “학교 급식이 너무 맛있어서 급식시간이 기다려진다”며 “늘 밝게 인사해 주는 영양사 선생님이 짱”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양승옥 나성중 교장은 “교장실에도 급식을 칭찬하는 학부모 전화가 많이 걸려온다”며 “김은경 선생님의 성격이 밝아, 급식실에 웃음꽃이 그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양 교장은 학교가 빠르게 안정되어 가는 1등공신으로 영양교사 선생님을 꼽았다. 급식에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음식은 빼고 로컬푸드로 만든 영양가 높고 맛도 좋은 급식으로 학생들과 학부모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김은경 영양교사는 “나물과 야채를 싫어하는 학생이 많은데요, 그래도 꾸준히 나물 반찬을 식단에 올리는 이유는 나물 반찬을 한 번도 접하지 않은 것보다는 학교에서라도 자주 접해 한번쯤 먹어보는 것이 바른 식습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지요”라며 “급식은 한 끼 식사이기에 앞서 학교에서 운영하는 식생활 교육입니다”라고 말했다.

2018년 둘째아기를 출산하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영양교사에 합격했다는 김 선생님은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을 때마다 영양교사가 되면 급식을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했었다고.

세종시 나성중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급식편지, 김은경 영양교사는 메뉴에 대한 설명과 그날 그날의 느낌을 적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다.
세종시 나성중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급식편지, 김은경 영양교사는 메뉴에 대한 설명과 그날 그날의 느낌을 적어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다.

메뉴선택에 관한 이야기와 식생활 교육 내용을 담은 급식편지도 이 시기에 구상했다는 것.

지난 12월부터 나성중학교 개교 태스크포스(TF)팀에 합류해 급식 집기를 구매하고 급식실을 꾸미며 학생들을 기다렸다고 한다.

“급식실에 이름표를 붙이니 학생들 이름을 부를 수 있어 영양지도를 하기가 더 편해요. 식사를 잘 하는지 살펴보는 경우가 많은데 편식을 하거나 밥을 잘 먹지 않는 학생들에게 좀 더 맛있게 식사할 수 있도록 신경을 씁니다.”

그는 코로나19라 식사 시간에 칸막이 안에서 수다도 못 떨고 식사하는 아이들이 안쓰럽다며, 빨리 코로나가 끝나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급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쁘게 점심식사 뒷정리를 함께 하는 김은경 교사를 보며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사랑이 가득한 밥을 먹어 더 건강하게 자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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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소리 2021-07-21 07:42:18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Daniel 2021-07-20 12:44:22
마지막 단락에 오기가 있네요(이은경 -> 김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