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도 하고 대여도 하고 “맘대로 하세요”
인터넷과 매장 고객 판매 6대4 비율 차지
헌책방 하면 왠지 먼지 쌓인 헌책 더미에서 구석구석 쭈그리고 앉아 책을 찾는 사람들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2012년 버전의 헌책방은 사뭇 다르다. 조치원전통시장 정문 입구의 맞은편에 위치한 조치원 유일의 헌책방 이화총판 코믹팡팡(대표 성기영)은 건물의 규모나 내부 모습이 깔끔하다 못해 대형 새 책방을 연상케 한다.
이화총판 코믹팡팡은 정리된 매장의 모습이 일목요연하다. 이곳에서 기존의 헌책방을 생각했다간 거래가 어긋나버린다.이화총판 코믹팡팡 성기영 대표의 설명은 헌책방의 역사와 변화에 대한 한편의 강의록이다.
“헌책방 운영은 기존의 50~60대 이상의 1세대와 20대 후반부터 30대, 40대 중반까지 2세대로 나눠집니다. 1세대는 해방 후 그야말로 헌책을 매입해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에게 되파는 것이고요. 2세대는 기존의 오프라인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판매를 합니다. 현재 전국에 300여 곳으로 추산됩니다.”
“버리면 파지(破紙)요, 주으면 보물(寶物)이라는 말대로 책은 감정가와 매입가, 판매가와 파지값이 다릅니다. 사는 사람은 사기만 하고, 파는 사람은 팔기만 하며, 대여하는 사람에게는 대여만 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여점이 붕괴되어 가격경쟁이 무너져 악순환을 겪고 있습니다.
성기영 대표는 연기군 조치원읍 정리 104-2번지 현재의 건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조치원중학을 나와 천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안동대 민속학과를 전공하여 석사학위까지 따낸 엘리트이다.성 대표는 한 때 전공을 살려 모방송의 PD로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러던 그가 7년 전부터 인터넷으로 고서를 판매하다가 4년 전에 현재의 건물에 중고서점을 차린 것이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것이 재미는 있는데, 양심적인 상도(商道)를 걷는 게 힘들어요. 마진은 1.5배에서 4배정도인데 어느땐 마이너스도 됩니다. 아동전집류가 가장 격차가 많아요. 헌책 100권을 판다면 3권 정도가 돈되는 책이고요, 30%가 자금을 회전시키는 책입니다.”
이화총판 코믹팡팡 1층 매장엔 70여 평의 규모로 도서관처럼 코너별로 분류되어 있다. 4층의 서고엔 책들이 주인공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문학.소설류가 있다. 만화류엔 60년대 희귀한 책도 판매했다. 아동도서는 전집류와 단편이 대량으로 구비되어 있다.조치원엔 대학들이 있어서 학기 초에 대학교재가 반짝 팔린다. 하지만 물건이 많지 않아 수요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류도 꽤 인기다. 대여점이 대거 붕괴되면서 대여점용 책이 대량으로 나왔다. 파는 가격과 빌리는 가격도 비슷하다. 권당 500원에서 1천원이다.
옛날 헌책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초중고참고서도 교육과정 수시 개편으로 하락세이지만 그래도 판매는 한다. 이밖에 기독교, 불교 등 종교서적과 고서도 취급한다.“고서의 경우는 점점 취급할수록 회의를 느낍니다. 헌책방 주인들의 꿈이 좋은 책 만나는 것인데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도둑 심보가 생기는 것을 경계합니다.”
이 가게에서는 DVD도 취급한다. 보통 대여점에서 나온 물건은 4장에 1만원이다. 소장본으로 개인 한정판은 1장에 5천원 이상이다. 비디오도 취급하는데 “비디오 시장은 이제 끝났다”는 표현을 쓴다. 비디오는 12장에 1만원인데 애니메이션은 1장에 2천~3천원이다. 또한 LP판은 1장 당 1천원에서 10만원 짜리도 있다.
“책은 매개물일 뿐, 결국은 사람장사입니다. 사는 사람은 사기만 하고, 빌리는 사람은 빌리기만 하고, 헌책은 절대 안 사고 깨끗한 책만 사는 사람이 있고, 책을 버리기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 한권을 갖고도 사람의 성격이 나타납니다.”청주에서 문을 닫는 한 책방을 잡아서 중고서점을 시작한 성기영 대표는 책방을 운영하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 세 가지를 요약했다.
“첫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하고요. 둘째는 책이 계속 들어오고 빠져나가는 만큼 정리정돈을 잘 해야 합니다. 셋째로 무엇보다 즐겨야 합니다.”
“사람을 보고 책을 보고 장사를 해야지, 너무 욕심을 내면 자기를 얽매이게 해 골치가 아픕니다. ”
헌책방의 미래의 전망에 대해 질문하자 성 대표는 “지금 오픈한다면 늦은 감이 있다”며 “그렇지만 하고 싶다면 대규모로 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의욕만 갖고는 안 되며 경영 마인드를 지니고 타이밍과 운이 조화를 이루면 사양사업이긴 해도 잘 하면 월급장이보다는 낫다는 얘기다.
성기영 대표는 “고객들과 친구처럼 대하고 큰 욕심 없이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토로했다.
기자가 취재를 마쳐갈 무렵 충북 청원에서 왔다는 40대 주부는 무협소설 12권을 권당 500원씩에 빌려갔고, 한 아저씨는 소설 책 두 권을 4천원을 주고 사갔다.
책은 읽어야 책이라고 이름을 부를 수 있다. 읽지 않으면 책의 수명이 다 하여 휴지일 뿐이다.
조치원역 앞에 위치한 이화총판 코믹팡팡에는 볼만한 책이 가지런히 서가에 꽃혀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족나들이를 가볼만한 곳이다.